[12/29 개봉] 희망의 요소

희망의 요소 The Element of Hope (이원영, 2021)

극 | 대한민국 | 83분 | 12세이상관람가

감독: 이원영

출연: 이승훈, 박서은

 

간단히 설명하면, 배우자의 불륜이 지나가는 시간을 조금 독특한 시각으로 관찰하는 영화다. 남편은 마땅한 일자리가 없이 글을 쓰면서 집안 살림을 도맡고 있고, 아내는 대학교 교직원으로 외벌이하며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보는 일도 잘 없고, 밥도 같이 잘 먹지 않고, 잠도 같이 자지 않는다. 아내는 바람을 피우고 있으며, 남편은 그 사실을 알고도 묵묵히 집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카메라는 가끔 무표정인 인물의 얼굴보다는 그들을 지탱하는 발을 유심히 관찰한다. 오늘은 어떠 신발을 신고 나가는지, 집안일을 할 때 들락거리는 남자의 발걸음이 무겁지는 않은지, 퇴근하고 돌아오는 아내의 발걸음이 휘청이지는 않는지. 흑백 화면에 4:3의 좁은 화면. 차마 카메라가 비추지 못하는 인물들의 표정과 심정을 상상하며 부부의 대화를 듣다 보면, 사랑과 이별, 애틋함과 고통에 대해 도리어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영화의 제목처럼 여기에는 희망의 요소가 있으니, 파탄 직전 부부의 현재와 미래를 지켜봐도 좋겠다.

 

-송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