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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밤의 재즈> 리뷰 : 넘실대는 바다와 재즈의 물결 속으로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2. 9. 1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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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밤의 재즈>

넘실대는 바다와 재즈의 물결 속으로

 

2017년 미국 아카데미를 휩쓸었던 영화 <라라랜드>는 전작 <위플래쉬>와 더불어 감독 데미언 셔젤의 재즈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작품이다. 특히, 세바스챤(라이언 고슬링)의 입을 통해 재즈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드러내는 장면은 재즈 입문서 같기도 하면서 제법 공감이 된다. 세바스챤이 재즈를 안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싫어한다는 미아(엠마 스톤)의 발언에 발끈하며 바로 재즈바로 그를 끌고 가서는 재즈의 역사와 특성에 대해 자못 진지하게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재즈는 뉴올리언스 싸구려 여관에서 탄생했는데, 좁은 장소에 넘쳐나는 사람들이 서로 언어가 달라 말이 안 통하는 상황에서 태어난 소통법이 바로 재즈였다는 것이다.

 

그에 대해 미아가 일반인의 시각을 대변하듯 재즈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평가를 이야기한다. 케니G의 음악(엘리베이터 음악이라고 대놓고 무시당한다!)같은 생활 속 음악이 편하고 좋다고 말한다. 그에 더해 사람들이 파티할 때 항상 재즈를 틀어 놔서 그 소리 위로 크게 대화해야 했던 기억이 있는 그런 소음에 가까운 존재(현재 대한민국의 모든 스타벅스 매장에서 날마다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한)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그 말에 재차 발끈한 세바스챤은 재즈는 편한 음악이 아니라고 말한다. “재즈는 그냥 듣는 음악이 아니라고, 연주자들 사이에 치열한 대결을 벌이는 걸 직접 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 앞에서 즉흥 연주를 펼치는 색소폰과 트럼펫 주자의 모습을 예로 들며, “서로 충돌했다가 다시 타협하고, 매번 새롭게 연주한다, 매일 밤이 초연이 되는 것이 바로 재즈라고 목에 핏대까지 세우며 신나게 설명을 한다.

 

바로 이런 세바스챤의 대사를 실제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영화가 바로 이 다큐멘터리 <한여름밤의 재즈>. 1958년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을 담은 이 영화를 보면, 연주자 간에 그리고 가수와 밴드 간에 주고받는 뜨거운 음악적 대화가 가득하다. 재즈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는 각 악기 연주자 간의 상호작용과 그로부터 기인하는 즉흥성(필자는 재즈 전문가가 아니며 극히 개인적 소견임을 전제로)으로 영화 속 음악은 생기가 가득하고 무대는 연주자의 열기와 긴장감으로 뜨겁다. 재즈를 싫어하는사람들도 이름은 들어봤을 루이 암스트롱의 유머와 멋진 트럼펫 연주를 감상할 수 있고, 제리 멀리건이나 델로니어스 몽크, 척 베리 같은 필자도 이름을 알고 있는 전설적인 뮤지션들의 연주를 실황으로 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관객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한다. 가수 중에는 역시 마할리아 잭슨의 가스펠이 압권이다. 앨범 재킷에서 보던 것보다도 더 육중한 몸으로 인근의 모든 공기를 빨아들여 내뱉는 듯한 그의 깊고 풍성한 음성은, 설사 기독교 신자가 아니라 해도 영혼의 울림을 받을 만한 진한 감동을 안겨준다.

 

사실, 이러한 연주자 간의 상호작용과 즉흥성이 미아가 말했던 대로 청중의 호불호를 나뉘게 하는 요소임은 맞다. 정형화되지 않고 예측 불가능한 것들에 많은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기도 하다. 하지만, 재즈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바로 그러한 재즈의 특성에 매료되고 그러하기에 더더욱 재즈를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기를 원하게도 만든다.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감정이 이끄는 대로 기량을 한껏 발휘하는 연주를 하되, 결코 상대와 반목하는 결말을 향해 치닫는 것이 아닌, 조화와 부조화의 다툼이 종국에는 하나로 모아질 때 느끼게 되는 일종의 희열은, 인간이 예술로부터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감동과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인간의 생명은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영위하고 영혼은 예술을 향유함으로써 영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다양한 예술의 형식 중에 음악이 가장 손쉽게, 그리고 때와 장소에 거의 구애받지 않으며 즐길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음악을 들으면 들을 수록 그것이 필연적으로 재즈와 연결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서양 클래식 음악을 듣는 사람도, 또는 대중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도, 심지어 국악을 좋아하는 사람도 결국엔 재즈와 연결된 다리를 건너 그 즐거운 물결에 풍덩 빠지면 도무지 헤어나올 방법이 없게 될 것이다.

 

영화의 중간중간 스크린을 채우는 해변과 요트가 일으키는 물보라와 근사하게 어울리는 재즈 한 잔 하며 떠나려 하는 여름에게 느긋하게 작별을 고해보자.

 

-관객 리뷰단 이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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