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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둠> 리뷰 : 나만의 리듬을 찾는 방법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2. 9. 2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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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둠>

나만의 리듬을 찾는 방법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나(김용지)의 삶엔 꿈이 없다. 그저 하루하루를 무미건조하게 살아갈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없는 나날. 그가 유일하게 원하는 것이 있다면 자신의 아이 지안과 한 집에서 사는 것이다. 하지만 이나에겐 그마저도 쉽지 않다. 엄마의 뜻대로 자신의 꿈이었던 DJ를 포기했지만 그는 행복해지지 않았다.

 

영화는 자신의 꿈을 되찾아가려는 이나와 그 앞을 막아서는 이나의 엄마(윤유선), 그리고 이나가 처한 현실을 교차하며 보여준다. 디제잉 장비 가게 앞을 설 때면 쿵쿵거리는 베이스 소리가 점점 커져 이나의 심장이 울리는 반면 집으로 가면 어머니가 지하실을 공사하는 소리로 온 동네를 덮어 이나의 귀를 막는다. 감독은 베이스 소리 연출은 음향 효과를 더 키우는 반면 지하실 공사 소리는 시끄러운 소음처럼 느껴지게 만들어 이나의 호불호를 쉽게 알 수 있게 했다

 

김원희 감독의 첫 장편영화인 <둠둠>2016년부터 집필을 시작해 오랜 시간 공을 들인 작품이다. 단순 음악 성장 영화라기엔 한국 영화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소재인 디제이, 심지어 테크노 음악을 주류로 하는 여성 디제이 이야기인데다 주인공을 감싸고 있는 갈등 요소와 그 속에서 주인공이 어떤 선택을 할지 손에 땀을 쥐고 보게 한다. 필자는 테크노 음악은 제대로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라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입문했는데,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음악이었음에도 쿵쿵거리는 리듬감과 빨라지는 박자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어느새 디제잉에 완전히 홀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러나 <둠둠>은 앞서 말했듯 단순 음악 성장 영화가 아니다. 이나는 꿈을 찾아 콜센터를 그만두면서 점점 활기를 되찾아가고, 클럽에서 디제잉을 하고 있을 땐 콜센터에서 상담하고 있을 때보다 훨씬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알 수 없는 모든 것에 불안해하며 이나를 옭아매려는 엄마는 여전하고 친하게 지냈었던 친구는 이나의 노래를 자신의 노래로 위장해 명성을 얻었으며 그로 인해 베를린 컴피티션을 통과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해졌다.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데도 여전히 이나의 주변은 그를 방해하는 올가미들만 가득할 뿐이다.

 

감상하는 내내 느꼈던 점은 이나를 방해하는 엄마라는 존재가 생각보다 너무 크다는 것이다. 이나는 직장을 잡은 성인이지만 자신과 아이를 누일 수 있는 집 하나 구하지 못하고 정부에서 나올 수 있는 보조금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엄마의 허락 없이는 아이를 키울 수도,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펼칠 수도 없었다. 본인이 원하는 음악도, 키우고 싶은 아이도 엄마의 도움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었다

 

결국 이 모든 올가미를 통과하는 방법은 엄마와 합의점을 찾아 화해하는 것뿐이다. 비록 딸의 몸을 위해 죽을 거란 얘기를 들으면서도 수술 동의를 해주지 않는 엄마라도, 딸의 음악을 폄하하고 자기 뜻대로 살길 바라는 엄마라도 하루에도 몇 번을 전화하며 딸의 안부를 묻고 싶어 하는 엄마이며 누구보다도 이나를 걱정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영화 내내 엄마와의 대화를 피하던 이나에게는 단순히 수용하거나 무조건 배척하기보다 대화를 다시 한 번 시도해보며 자신의 의견과 엄마의 의견의 합의점을 찾아갈 용기가 필요했다

 

<둠둠>이 완벽한 영화가 아니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나의 이야기에 너무 많은 갈등 요소를 넣어 관객의 집중이 분산된다고 느낄 수도 있고, 영화 내용 안에 엄마와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이나는 아이를 반드시 데리러 올 테니 다른 곳으로 보내면 안 된다는 대사를 네 번이나 반복하며 스스로 문제를 풀지 못하고 어른으로서의 주체적인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와 울림, 색다른 소재를 살려냈다는 점에서 도전적인 영화로 받아들일 수 있다. 나만의 리듬을 찾는 방법은 혼자 외길 인생으로 산다고 해서 찾을 수 없다. 또한 다른 이의 말에 이리저리 휘둘린다면 더더욱 나만의 리듬이 아닌 타인에 의해 정해지는 리듬이 되고 만다. 본 영화를 통해 두 방법을 모두 실천해본 이나의 모습을 따라가며 어딘가에 울리고 있을 자신의 리듬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관객 리뷰단 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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