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에슬로프스키 특별전 노트] 지하도

지하도 Przejście podziemne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 극 | 1974 | 폴란드 | 29분 | 흑백 | 15세이상관람가

 

미칼은 학생들의 수학여행 인솔자로 바르샤바에 머물고 있다. 그는 바르샤바를 떠나기 전날 밤, 수학여행 무리에서 떨어져나와 바르샤바 지하도에 있는 수공예품 가게를 찾아 헤맨다. 복잡한 지하도에서 물어물어 찾아낸 그 가게에는 쇼윈도를 열심히 꾸미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미칼의 아내 레나다.

영화는 처음부터 미칼과 레나의 관계를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둘이 묘하게 날이 선 잡담을 나누다가 두 사람이 원래는 함께 살았다는 것,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었던 것, 레나가 다른 남자들과 잤다는 이유로 미칼이 집에서 쫓아냈다는 것, 둘은 결혼한 사이라는 것을 미스터리를 밝혀내듯 슬며시 전달한다. 이 과정을 통해서 아내의 외도가 기정사실로 될 뿐만 아니라, 출세욕을 가지고 있는 남편의 자잘한 거짓말들도 함께 드러난다. 결국에 부부는 각자의 길을 걸어가는데, 여기에는 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지는 외부적인 요인도 있다. 둘이 머무는 공간은 끊임없이 외부의 소란함을 겪어내야만 한다. 밤도 대낮처럼 환한 지하도에서 펼쳐지는 하룻밤에는 다시는 함께할 수 없는 부부의 실체가 낱낱이 드러난다.

 

-신영 송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