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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앤 미세스 아델만> 리뷰 : 그들은 정말로 사랑했을까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2. 2. 14.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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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앤 미세스 아델만>

그들은 정말로 사랑했을까

 

영화는 프랑스의 유명한 작가 빅터 아델만(니콜라스 베도)의 장례식장에서 시작한다. 유명한 작가의 장례식인만큼 장례식장에는 여러 사람들이 참석했는데, 그중 한 젊은 작가는 빅터 아델만의 배우자인 사라 아델만(도리아 틸리어)에게 빅터 아델만의 전기를 새로운 시각에서 집필하고 싶다며 인터뷰를 요청한다. 사라 아델만은 흔쾌히 수락하는데, 그의 모습은 여느 미망인과 같지 않다. 생전 남편이 아꼈다고 하는 서재의 책상을 담뱃불로 지지는 것은 물론, 아내가 남편을 죽였다고 하는 세간의 소문에도 끄떡하지 않고 오히려 농담으로 삼는다. 이후 인터뷰를 통해 사라와 빅터의 첫 만남부터 빅터가 사망하기 직전까지의 이야기를 회고한다. 장편 소설처럼 여러 챕터로 구성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마지막 대반전을 통해 물음표를 띄운다. 정말로 이 영화는 그저 열렬한 사랑의 이야기일까.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정말로 사랑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믿어도 되는 걸까.

 

사라는 인터뷰 말미 전기 작가에게 이 모든 일이 사랑해서 있었던 일이라고 다소 허무하게 반전시킨다. 빅터를 사랑해서 빅터의 형편없는 글들을 고치고, 문학 콩쿨에서 상을 타게 만들고, 유대계도 아닌데 유대계 이름을 사용하게 만들고, 유대인인 자신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발표하고 그를 유명 작가로 만든다. 빅터를 사랑하기에 본인의 엄청난 과업을 빅터의 업적으로 만들고 그림자 속에 숨어 있어도 만족한다는 것이다. 사라의 태도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일을 모두 사랑으로 포장하는 것은 지금까지 빅터의 글을 고치듯이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마치 이것이 사라의 마지막 소설인 것처럼 말이다. 사라와 빅터의 행보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라와 빅터는 우연히 술집에서 만나 원나잇을 하려는 데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들은 연인으로서의 섹스에 실패했고, 사라가 다짜고짜 빅터의 원고를 교정하면서 창작자와 편집자의 관계로 맺어진다. 엄청난 독서가이면서 문학 전문가인 사라는 빅터보다 우월한 위치에서 시작하자, 빅터는 그런 사라를 멀리하려 한다. 하지만 이유를 알 수 없는 사라의 광적인 집착은 결국엔 빅터가 자신을 찾도록 만들고야 만다. 빅터는 사라의 미소가 없이는 살 수 없다고 한다. 영화의 각 챕터에서 빅터는 사라가 있을 때와 없을 때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데, 여기에는 그의 이름으로 발표되는 글에 대한 평가도 한 몫을 한다. 빅터는 사라 없이는 자신의 위상을 유지할 수 없고, 그는 사라에게 사랑을 표현해야만 좋은 글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사라는 글쓰기에 관한 빛나는 재능과 기질을 사랑의 대가로 지불한다. 빅터는 사라의 웃음이 없으면 살 수가 없다.

 

사라가 그저 사랑해서 그랬다고 얘기하지만, 지금까지의 정황을 살펴보면 그들이 정말 사랑했는지 알 수가 없다. 최후에 드러난 사실에서는 사라가 빅터에게 거의 글 한 편을 통째로 써주는 것이나 다름없고, 빅터는 순순히 사라가 하라는 대로 한다. 여기서 특별한 사랑이나 애정 같은 것은 희박하게 느껴지고, 사라에서 빅터로 흐르는 비밀스런 권력 관계에서의 짜릿함 같은 것이 강하게 느껴진다. 빅터의 사라에 대한 일관된 열망은 사랑이기도 하면서 글쓰기에 대한 비뚤어진 욕망이 투사된 것이기도 하다. 또한. 사라의 빅터에 대한 기이한 집착 역시 글쓰기에 관한 편집증적인 모습 같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지금까지 벌어진 모든 일들을 설명하기에는 벅차다. 여기에는 더 복잡한 것들, 권력과 명성과 교환적인 가치들이 있다. 사랑이라고 말하지만 어쩐지 섬뜩한 결말에는 이유가 있다.

 

-송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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