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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루프탑 | 김조광수 감독, 정휘‧이홍내 배우 초청

CINE TALK 씨네 토크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1. 8. 1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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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루프탑>

/2021.05.15.

 

이화정 영화저널리스트 진행

김조광수 감독, 정휘이홍내 배우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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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정 : 안녕하세요. 오늘 강릉 신영극장 개관 9주년 기념으로 하는 토크에요. 특별한 영화로 준비를 해서 지난번에 <성적표의 김민영>을 보신 분들도 계실 거예요. 올해의 화제작 <메이드인 루프탑>으로 여러분들과 영화 보고 토크 나누는 시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오늘 진행을 맡은 이화정이라고 하고요. 감독님과 배우분들 이렇게 자리에 같이 들어왔는데 전에 없이 9주년에 맞게 꽉 채워진 느낌이 들고 든든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비도 오고 좀 궂은 날씨인데도 여러분들이 객석을 채워주셔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먼저 감독님과 배우분께 인사를, 신영극장에 오신 소감을 좀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조광수 : 반갑습니다. 저는 <메이드 인 루프탑>을 연출한 김조광수라고 합니다. 저는 이 극장하고는 여러 인연이 있는데요, 그 인연 중의 하나는 저기 활발하게 움직이시는 저분의 결혼식에서 제가 축사를 했던. (박광수 프로그래머)

 

이화정 : , 결혼하셨습니다. 박수 부탁드릴게요. (박수)

 

김조광수 : 그리고 신영극장 여기 처음 할 때 좌석을 하나 이렇게 후원하고 이름 새기는 게 있어요. 그래서 거기에 이름이 있기도 하고 여러모로 제가 좋아하는 극장이죠, 신영극장. 그 신영극장이 9주년 특별상영으로 <메이드 인 루프탑> 해주신다고 해서 제가 너무 고마웠고, 그리고 우리 배우들도 너무 감사한 마음에 기쁜 마음을 갖고 온 거 같아요.

 

이화정 : 영화를 굉장히 오랜만에 만드셨는데 신영극장 9주년에 맞춰서 또 이렇게. 좀 운명적으로 그런 게 있겠네요.

 

김조광수 : 게다가 오늘 515일이잖아요? 저희 부부가 첫 키스 한 날이 515일이거든요. 그래서 오면서 아 그래 16년 전에 첫 키스 했는데’ 이랬어요. 저희가 첫 키스 한 날로부터 16년이 돼서.

 

이화정 : 예능 프로그램은 막 이런 거 물어보잖아요. 그러면 마지막 키스 가장 최근에 한 건 언제예요? 이런 거 물어보는데 물어보지 말게요.

 

김조광수 : 그렇죠. 부부 사이에는 그런 거 물어보는 거 아니에요. (웃음)

 

이화정 : 네 알겠습니다. 어쨌든 515일은 김조광수 커플이 첫 키스를 한 날이라는 별로 듣고 싶지 않은 (관객 웃음) 얘기를 들으면서 정휘 배우님께 마이크를 넘겨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정휘 : , 안녕하세요. <메이드 인 루프탑>에서 봉식 역할을 맡았던 배우 정휘입니다. 반갑습니다. (관객 박수) 강릉에 정동진독립영화제가 있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고, 이 극장도 처음이라 되게 신기하고. 강릉에 많이 놀러 오시잖아요. 이런 데 영화인들의 장소가 있다는 게 되게 좋고, 앞으로 제가 더 영화에 대해 알아야 할 게 많다는 걸 또 한 번 느끼네요.

 

이화정 : 공간은 어떠세요? 굉장히 정감 있지 않으세요?

 

정휘 : 너무 좋아요. 약간 옛날 시민회관 느낌도 나고. 아무래도 9년 정도 하다 보니까 독립영화 쪽에선 영화인들이 좋아하는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앞으로 되게 좋아하게 될 거 같아요.

 

이화정 : 그렇죠. 네 사랑에 빠질 거 같은. 515일은 또 정휘 배우님께 어떤 기념일일까요?

 

정휘 : 오늘이요?

 

이화정 : . 어떤 또 특별한 기억이 있으세요? 감독님은 뭐 첫 키스 날이라고 하셨는데.

 

정휘 : 저는 사실 그냥 15일에 뭐 그런 건 없지만, 5월이 저한테는 또 즐거운 달이어서. 제 생일이 또 5월이거든요.

 

이화정 : 아 지나셨어요, 혹시?

 

정휘 : 아직 지나지는 않았는데.

 

이화정 : 박수 한 번 드릴까요? (박수)

 

정휘 : 박수받을 일은 아닌 거 같은데, 하하.

 

이화정 : 생일의 달에 이제 또 신영극장에서.

 

정휘 : 5월은 또 여러 가지 행사들이 많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5월을 되게 좋아해요. 그런데 또 5월에 이런 영화 상영을 하게 돼서 또 기쁘네요.

 

이화정 : 오늘 신영극장 9주년으로 이렇게 축하하는 토크인 만큼 여러 가지 생각이 들고, 아까 박광수 프로그래머의 결혼식 이야기도 하시고. 그런데 정말 그 결혼식은 한국 독립영화의 모든 사람이 같이 왔던 그런 세기의 결혼식이었고, 신영극장의 중요도가 한국영화계에서 이 정도라는 걸 입증하는 그런 예이기도 했었죠? 그래서 좀 두고두고 이후에 회자하는 결혼식이었다는 것을 저도 TMI로 좀 알려드리면서. (웃음) 이홍내 배우님께 인사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홍내 : 안녕하세요. 하늘 역에 이홍내입니다. 반갑습니다. (관객 박수)

 

이화정 : 신영극장 관객분들하고 만난 소감을.

 

이홍내 : 너무 좋아요. 신영극장도 신영극장인데, 제가 군 생활을 근처에서 해서 강원도 되게 좋아해요, 기억도 나고 22사단 나왔거든요. 근처에서 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영화를 강원도에 들고 오니까 감회가 새로운 거 같아요, 이렇게 또 먼 자리에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화정 : 그리고 또 515일에 대한 기억도 있으시면 풀어주셔야죠.

 

이홍내 : 오늘 생긴 거 같아요. <메이드 인 루프탑>과 관객을 만난 날. 평생 잊지 못할 오늘부터 기념일이 되지 않을까. (박수) 그리고 감독님 첫 키스 한 날 (관객 웃음) 평생 못 잊을.

 

김조광수 : 저의 첫 키스는 아니고 하하 저와.

 

이홍내 : 부부의 첫 키스. 감독님 부부의 첫 키스. 네 이상입니다.

 

이화정 : 귀에 인이 박일 거 같아요. 이제는 저도 잊을 수 없을 거 같은. 신영극장 개관 9주년 하면 김조광수 감독 커플의 첫 키스 날이 생각이 날 거 같고. 어쨌든 이렇게 <메이드 인 루프탑>을 개봉 전에 이렇게 관객분들과 만나고 또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런 자리를 만들어준 신영극장에도 감사하다는 말을 드립니다.

오늘 영화는 잘 보셨어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지질하고 어떻게 보면 또 너무 아프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맛들이 있는데 여기에다가 약간 참기름 같이 귀여움 한 방울을 똑 떨어뜨려서 그게 되게 스며드는. 요즘 뭐 스며든다 이런 얘기 많이 하는데, 김조광수 감독님의 어떤 특유의 색깔이 스며든 작품으로 나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 좋게 봤던 거 같아요. 저도 작년에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처음 이 영화를 만났는데 개봉 전부터 N차 관람을 할 각이 생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감독님께는 이 얘기를 드려야 할 거 같아요. 사실 그사이에 김조광수 감독 옆에는 굉장히 흥행한 영화 <조선명탐정> 시리즈의 제작자라던가 아니면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를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다른 직함으로 많이 만났던 거 같은데 오랫동안 연출을 안 하셨어요. 그래서 무슨 그간의 사정이 있었는지, 그러면 이 영화를 8년 만에 만드시게 된 배경을 좀 들어보도록 할게요.

 

김조광수 : 연출을 안 하고 있었던 건 아니고 준비는 계속했었어요. 그래서 이 시나리오 말고도 다른 많은 시나리오 가지고 캐스팅했다가 투자가 안 되기도 하고, 아예 캐스팅이 완결이 안 돼서 불발되기도 하고. 그러다가 제가 제일 마지막에 준비했던 시나리오는 결국 제가 연출을 못하고. <조선명탐정> 세 번째 시리즈, 김지원, 이민기, 오달수, 김명민 배우가 출연했던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이 제가 2013년도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젝트 마켓에서 상 받으면서 제가 연출하려고 준비했던 작품이에요. 제목은 <암행어사와 흡혈성귀>라는 제목이었는데 캐스팅이 불발되면서 제가 연출을 못하고, 시나리오가 아까워 <조선명탐정> 감독님한테 보여드렸더니 ‘<조선명탐정>으로 내가 하겠다그래서 제가 연출은 못했지만 시나리오는 살아난 케이스도 있고. 아무튼 제가 이제 연출을 안 하려고 한 건 아닌데.

그렇게 잘 안됐었다가 작년에 이 영화를 하게 된 건, 독립영화 예산이 어느 정도 저한테 주어졌는데 그 안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걸 해보라는 제안을 받았어요. 내가 이 정도 예산이면 작은 얘기로 한정된 공간, 많지 않은 공간에서 할 수 있는 걸 해보겠다 해서 시나리오 작업을 빨리했었고. 그러면서 이제 캐스팅할 때 두 분께 시나리오를 보냈는데 두 분이 바로 해주신 거예요. 그러면서 너무나 행복하게 진행이 빨리 됐어요. 올해 2021년 개봉이잖아요? 그런데 제가 이제 2011년에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라는 영화를 했었거든요. 개봉으로 치면 10년 만에 두 번째 장편을 하게 된 그런 케이스가 된 거죠.

 

이화정 : 어떻게 보면 조선 시대 배경의 흡혈 마귀 작품을 할뻔하다가 너무 이렇게 귀여우신 두 분이랑 같이 작업한 멜로영화가 탄생을 해서 감독님의 연출 색깔은 오히려 이 작품이 찰떡같이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이제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을 뛰어넘어서 예전에 <친구 사이?>도 많이 생각났어요. 감독님이 만드셨던 단편인데 그 작품도 게이 커플이 처음으로 어머니한테 들키는 얘기잖아요? 그때 생각도 났었고 참 여전히 감독님은 풋풋한 멜로에 도가 통했다. 도가 통달을 했다.

 

김조광수 : 감사합니다.

 

이화정 : 지금 보니까 이제 그 첫 키스 날도 정말 깨알같이 디테일하게 기억하고 계신 거 보면 멜로 감각이 여전히 있으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이 이야기를 가장 빨리 쓸 수 있는, 어떻게 보면 가장 자신 있게 접근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드는데 좀 얘기를 구성하게 되신 배경도 있으실 거 같아요.

 

김조광수 : 돈을 많이 못 쓰는 한정적인 상태로 출발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뭐가 있을까 했어요. 저는 한 커플은 헤어지면서 시작하고 한 커플은 새로 만나면서 시작하는 이 두 커플의 이야기를 재밌게 해보는데 그러려면 너무 많은 이야기는 담지는 않아야 되겠다 욕심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을 했고요. 그래서 이제 생각했던 게 정휘 배우가 연기한 봉식이는 새로운 사람 만나면서 밝고 명랑한 이런 캐릭터로 가다가 한 방 좀 어두운 면을 보여주고, 그리고 이제 하늘이는 헤어지는 거로 시작은 했지만 헤어질 수 없는 커플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냥 보편적인 사람들이 나도 저런 경험이 있어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이런 얘기를 머릿속으로만 갖고 있었어요. 이걸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펭수 작가였던 염문경 작가라고 우리 영화에서는 정민의 여동생 정연 역할을 해주시는 그 배우인데, 사실 그 전에 <악질경찰>이라고 제가 제작한 영화의 단역배우였어요. 그런데 그때 단역배우로 만났었고 그 친구가 쓴 시나리오를 몇 편 보여줬는데 이거 제작은 어렵겠다. 그런데 너 재능은 있어.’ 이렇게 이야기했던 생각이 나서 염문경 작가에게 시나리오를 써달라고 했는데 마침 재밌겠다, 자기가 잘 쓸 수 있겠다, 자기의 상황과 이 두 커플의 사랑을 이렇게 잘 녹이면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고 했어요. 게이들의 사랑이라고 해서 이성애자의 사랑과 크게 다르지는 않기 때문에 오히려 염문경 작가가 가진 자기 경험과 제가 얘기했던 이야기가 잘 섞이면서 조금 더 보편적인 사랑 영화가 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화정 : 사랑과 이별, 이 사이에서 벌어지는 디테일한 감각들을 잘 추슬러서 잡아냈다는 생각이 들고, 염문경 작가님이 투입됐기 때문에 시나리오가 빨리 완성된 것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배우분은 제안받고 어떠셨을지도 궁금해서 배우님들께도 이제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는데 사실 감독님이 신인배우들 발굴하는 데는 도가 터 있는 분이시기도 해요. 예전에 그 이제훈 배우의 모습들을 보면 초반의 이제훈 배우는 이렇게 발굴이 됐구나 하는 모습들을 보여줘서 감독님의 감식관을 좀 믿고 있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미루어 짐작이 들거든요? 그래서 정휘 배우님과 이홍내 배우님, 감독님과의 인연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얘기를 좀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정휘 : 저는 사실 이 얘기 할 때마다 감독님께 죄송하지만 감독님을 몰랐어요. 감독님이 누군지도 몰랐고 처음에 제 공연 리허설 중에 갑자기 연락이 오셔서 영화에 캐스팅하고 싶다고 한번 만나보자고 하셔서, 저는 그냥 독립영화 하시는 많은 감독님들이 계시잖아요? 제가 모르는 많은 분들이 계신 데 그냥 그런 분 중에 한 분이구나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읽었어요. 저한테 제안 주신 봉식이라는 역할과 시나리오가 너무 좋아서 만나서 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리고 나서도 잘 몰랐고, 그 후로 검색을 해보면서 알게 됐어요. 이분이 되게 유명하신 분이었구나. 내가 모르는 게 참 많구나 (웃음) 생각을 하면서. 그리고 그 후에 감독님이 이제훈 배우도 발굴하고 한 것들을 그때 알아서, 제가 처음 시작할 때 막 제가 이분이랑 같이하면 뭐 되겠지 그런 생각은 전혀 없었던 거 같고, 할 수가 없었고. 진짜 그냥 딱 시나리오와 역할만 보고 하고 싶다고 했던 영화여서 너무 즐겁게 작업했던 거 같아요.

 

이화정 : 정휘 배우님도 감독님을 그냥 선입견 없이 만날 수 있는 계기였던 거 같기도 하네요. 그리고 감독님 입장에서도 사실 너무 많은 배우가 있고 독립영화계에도 우리가 익숙한 배우들이 있는데 새로운 얼굴을, 그러니까 영화계에서는 새로운 얼굴을 발견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 전에 뮤지컬 작품으로 더 알려졌고, 사실 <팬텀싱어>가 굉장히 크기도 했고. 그리고 연극을 하시는 분, 무대에 서시는 분 중에 <에쿠우스>앨런역을 했다 하면 연기는 잘한다고 정평이 났다고 보는 거 같은 계보가 있잖아요. 그래서 감독님께 어떻게 눈여겨보게 되셨는지 좀 얘기를 들어볼게요.

 

김조광수 : 저도 <팬텀싱어> 첫 번째 시즌에 정휘 배우님이 나와서 <알라딘> OST를 부르시는데, 그때 딱 보고 와 나는 저 친구랑 언젠간 작업을 해보고 싶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가 까먹었어요. 까먹고 있다가 이번에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이렇게 누구를 캐스팅 해야 하지했는데 <팬텀싱어3>가 또 최근에 있었잖아요? 그런데 거기에 또 <알라딘> OST 똑같은 노래를 부른 다른 분이 있었는데 그분이 나오면서 과거에 정휘 배우가 했던 장면을 다시 보여준 거예요. 아 그래 정휘 배우가 있었지? 그렇게 제가 정휘 배우에게 연락을 하고 싶어서 찾아봤는데, 정휘 배우 같은 경우에는 소속사 매니저가 정확하게 있는 게 아니니까 연락을 하기가 좀 어려웠어요. 공연 쪽 홍보하는 회사를 하는 분께 시나리오를 보여주면서 혹시 이제 정휘 배우가 안 되면 다른 뮤지컬 배우라도 해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쪽에서도 정휘 배우를 1순위로 추천을 했어요. 나도 정휘 배우를 생각했는데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그랬더니 그 친구가 수소문해서 연락처를 알려줬고, 그래서 정휘 배우님한테 바로 연락했고. 그런데 아무튼 <팬텀싱어> 처음 봤을 때 제가 가지고 있었던 정휘 배우가 가진 이미지가 머리에 남아 있다가 이번에 진짜 정말 너무.

 

이화정 : 제대로 발굴. 그런데 그 정휘라는 어떤 굉장히 세련된 감각의 이름을 봉식이라는 이름과 연결한 정말 세기의 캐스팅이라고 생각이.

 

김조광수 : 어떤 면에서는 또 죄송하죠.

 

정휘 : 저는 그 봉식이가 너무 좋아서 하겠다고 한 거예요. 저는 하늘이였다면 안 했을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왜냐하면, 제가 이제 공연 쪽에서 하늘이 같은 그런 역할을 많이 했다 보니까 좀 갈증이 있었는데 봉식이처럼 뭔가 겉과 속이 다른 많은 걸 내포하면서 했던 역할이 저한테는 되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거 같아서 너무 감사하게 했죠.

 

이화정 : 감독님은 처음부터 봉식이로 생각하신 거였나요?

 

김조광수 : 저도 그랬고 그 조금 전에 얘기했던 공연 쪽에 일하시는 친구분이 있는데 그 친구도. 그 친구는 이제 20대거든요? 그 친구도 봉식은 정휘가 딱이라고. 그런 역할을 해본 적은 없지만 하면 너무 잘할 거다. 그리고 봉식은 무조건 얼굴이 예뻐야 한다, 아름다운 얼굴의 소유자여야 되는데 이런 아름다운 얼굴은 흔하지 않다면서 소개를 했는데 그때 접점이 딱 맞아서. 저한테는 와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어이거였죠.

 

이화정 : 그렇게 자꾸 얘기하시면 이홍내 배우는 아름다운 얼굴이 아니어서 하늘 역할을 하게 된 건가 (웃음) (김조광수 : 어후, 아니에요.) 의문을 가지게 되기 때문에 이홍내 배우님께 마이크를 넘기겠습니다.

 

이홍내 : 저의 캐스팅의 과정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출연한 배우분들이 모두 제안을 받은 배우지만 유일하게 전 제안받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하겠다고 감독님을 수소문해서 찾아 나섰습니다. 제가 찾아 나섰고 회사의 어떤 대표님을 통해서 감독님 좀 한 번만 만나게 해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이 만남이 쉽게 되지가 않는 거예요.

 

이화정 : 의외로 쉽게 만날 수 있으신 분인데.

 

이홍내 : 만나고 싶다 해서 만나게 돼서, 하늘이 역할을 제가 해보고 싶다 도전하고 싶다 (말씀드렸어요).

 

이화정 : 입수를 하신 거예요? 이런 작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홍내 : 저는 시나리오를 먼저 봤었어요. 저한테 온 건 아니었고 회사 대표님을 통해서 김조광수 감독님의 책이 있다고 해서 한 번만 보여달라고 해서 하늘 역할을 해보고 싶다, 도전해보고 싶다 (얘기했어요). 그런데 대표님도 이게 될까, 하셨는데 감독님 한 번만 만나서 대화만이라도 하게 해달라고 해서 만나서 말씀드렸죠. 하늘 역할을 시켜달라고, 확답을 주지 않으셨습니다. (웃음)

 

김조광수 : 약간 오해가 있을 수도 있는 거라서 제가 설명을 드리면 제가 시나리오를 마지막으로 막 수정할 때였어요. 이홍내 배우 소속사의 대표님이 이홍내 배우가 되게 하고 싶어 한다고 항상 이홍내 배우를 얘기했고, 이홍내 배우의 여러 가지를 계속 저한테 카톡으로 보내주시는 분이셨어요. 그래서 저는 이홍내 배우의 어떤 이미지나 연기를 다 좋게 보고 있었고 관심은 있었는데 제가 이제 아무튼 그때 당시에는 시나리오를 고치는 거 때문에 머리가 좀 복잡한 상황이었고 힘든 상황이었어요. 미팅을 하자고 해도 어 그래 미팅하는데 아직 정리한 다음에 미팅하자이러고 있었는데, 그때 토요일 저희 사무실에 오셔서 만났어요. 만났는데 사실은 제가 이홍내 배우를 가장 강력하게 생각을 했었던 건 서태지의 헌정음반 중에 BTS가 부른 컴 백 홈이란 노래가 있는데 그거의 뮤직비디오 주인공이셨거든요? 제가 그때 강렬하게 보고 이 배우랑 언젠간 작업을 해봐야겠다 생각을 했는데 그게 하늘이는 솔직히 아니었어요. 솔직히 아니었는데 이홍내 배우는 하늘 역할을 하고 싶고 자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그런데 저는 시나리오가 마무리 안 됐으니까 나중에 나중에 하다가 그래 뭐 그렇게까지 생각한다면 만나는 보자, 별로 큰 그런 거 없이 만났는데 딱 봤는데 그 BTS-컴 백 홈 뮤직비디오의 이홍내가 아니더라고요.

 

이화정 : 실제는 그 모습이 아닌 거예요?

 

김조광수 : 다른 사람인 거 같은 되게 사랑스러운 얼굴이 있었어요. 그래 가지고 저는 그날 이렇게 하자는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사실 그때 이홍내 배우의 대표님하고 저하고 암묵적인 어떤 게 있었냐면 만약에 마음에 들면 저녁을 먹고 맥주를 한잔하고 좀 생각할 시간이 있으면 저녁을 안 먹는 이런 얘기를 했는데, 제가 그날 저녁에 꼭 시나리오를 마무리하겠다고 생각 한 날이었거든요. 아무튼, 그래서 저녁을 안 먹은 거예요. 그러니까 이제 그 소속사 대표님 같은 경우엔 저녁을 안 먹었으니까 아닌가 봐 라고 생각했고, 저는 이제 마음은 먹었는데 시나리오는 고쳐야 해서. 아무튼 그리고 나서 월요일에 제가 전화를 했죠. 사실 이러저러해서 그랬다고. 그래서 저는 오해는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아무튼 만나봤는데 너무 하늘이어서 저는 그날.

 

이화정 : 캐스팅 비하인드가 뭔가 해명의 자리 같은 (관객 웃음) 느낌이 없지 않아 있는데, 저는 이게 납득이 가는 이유는 <경이로운 소문> 찍기 전에 이 영화가 촬영됐어요. 이홍내 배우가 스크린이든 드라마든 나왔을 때 가지고 있는 포텐이 굉장히 강렬하잖아요? 강렬한 어떤 이미지가 필요할 때 이홍내 배우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인데, <메이드 인 루프탑>의 하늘이는 되게 순둥순둥하고 어떤 면에서는 되게 이렇게 지질하기도 하고 내 동생이면 좀 혼내주고 싶기도 하고 여러 가지 그런 생각이 드는 역할이어서 감독님이 좀 안 어울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하셨던 거 같아요. 그런데 욕심을 내셨을 때는 하늘이가 가지고 있는 어떤 부분들에 대한 필요성? 배우로서 필요성도 있었을 거 같은데 본인이랑 닮아서 좀 하고 싶었던 거예요?

 

이홍내 : 20대는 아니지만, 20대를 보낸 청년으로서 공감이 많이 됐어요. 동성애를 다룬다는 점은 저한테 중요하지 않았던 거 같아요. 그걸 떠나서 이 인물의 지금 상황이 비슷했던 거 같아요. 저 또한 그런 세상에 되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서 나는 왜 이렇게 뭘 하면 다 안 되지? 아무것도 안 돼서 고민하던 그 시절의 제 모습 같았어요. 뭘 해도 실패하고 왜 난 미움만 받지라는 생각을 하던 시기에 -하늘이처럼 다이나믹한 상황 속에서 있었던 건 아니지만- 하늘이의 마음들이 이해돼서 무조건 이 하늘이라는 친구를 내가 도전해서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되게 강하게 한 거 같아요.

 

이화정 : 정휘 배우님은 하늘이보다는 봉식이 역할을 원했는데, 이홍내 배우님은 만약 봉식이 역할이었다면?

 

이홍내 : 정휘 배우에 관해서 이야기하자면, 제가 캐스팅되고 제 남자친구였던 강정우 배우가 캐스팅되고 그다음에 곽민규 배우가 민호 역할을 하는 걸 제가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이건 비주얼이 쉽지가 않다. 강정우 배우랑 이렇게 대본을 들고 만나면 잘생긴 느낌을 찾기가 힘들더라고요. (웃음) 강정우 배우도 저한테 그랬고. 그런데 정휘 배우를 처음 만났는데 너무 잘생겼더라고요. 대한민국에 이런 인물이 있구나 할 정도로 잘생겨서.

 

이화정 : 약간 옆에 있기 민망하겠다, 정휘 배우님은.

 

이홍내 : 그래서 정휘 배우는 보시면 느껴지잖아요? 그 미소년의 아름다움이, 저는 그래서.

 

정휘 : 그런데 저는 사실은 봉식이라는 역할이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외모적으로 이렇게 잘생기거나 이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뭔가 지금은 이렇게 말씀을 좋게 해주시지만, 봉식이가 외모적으로 화려하게 하고 다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지 정말 이쁜 사람이라고는 생각을 안 했고, 오히려 저는 봤을 때 하늘이를 이쁜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정말 제 애인 역할 하는 민호를 되게 잘생긴 사람이라고 상상을 하면서 읽었었어요.

 

이화정 : 그런데 곽민규 배우가 나타난 거죠?

 

정휘 : 그래서 너무 좋았죠. (웃음)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웃음) 아니 그런데 이게 사실 영화에 그 반전 매력이라고나 할까? 이 되게 재밌어서 할 때도 너무 좋았었어요.

 

이화정 : 당연히 청춘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지금 사회구조 안에서 느끼는 박탈감도 있을 테고, 성 소수자라는 것 때문에 느껴지는 여러 가지 제약들도 있을 테고. 마음의 상처가 있는데도 자기를 드러내면서 귀여움을 유지하고 있는 인물들을 두 분이 하셨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인물이 보여주는 것과 같이 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건 옥탑방이라고 생각을 해요. 옛날 같은 경우 당연히 옥탑방이라는 말을 했을 텐데 역시 힙한 김조광수 감독님은 루프탑이라는 요즘 유행하는 최신 트렌드로, 이 공간을 살고 싶게 만드는. 되게 아기자기하잖아요? 정휘 배우가 연기한 봉식이의 느낌에 맞게 그 공간을 꾸몄는데, 실은 아무리 루프탑이라고 치장을 해서 말을 하더라도 주거가 불안정한 청춘의 어떤 물리적이면서 자기가 가질 수 있는 공간의 느낌을 보여주는 장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특히나 하늘이 같은 경우는 갈 데가 없잖아요? 연애와 연애의 종식기가 서서히 진행되는 가운데 갈 데는 없는 상황이고, 그 공간은 둘이 같이 점유해서 살아야 하고. 이런 부분들에서 지금 청춘의 어떤 현주소를 얘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왜 반지하가 아니라, 기생충의 반지하가 아니라 김조광수 감독의 루프탑이 됐는지 얘기를 좀 들어볼게요.

 

김조광수 : 청년의 가장 큰 고민. 특히 요즘은 주거를 안정시키고 싶은데, 사실 내가 과연 내 생의 내 노력으로 첫 주거를 안정화할 수 있을까. 이게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일 거고, 그래서 둘이 같이 살게 되는 거로 시작하는 이 영화에서 어디서 살게 할까했을 때, 이 옥탑이라고 하는 대한민국의 거의 유일한 주거공간. 사실은 창고로 지어놓고 거기를 방이라고 우기고 사람을 살게 하는 이런 건데.

 

이화정 : 겨울에 춥고 여름에 더운.

 

김조광수 : . 그 옥탑을 루프탑이라고 이름 지으면서 거기서 행복을 추구하고 있는 봉식과 이제 취업이 안 돼서 힘든데 애인한테까지 차여서 여기에 얹혀살게 되는 하늘이의 이 삶이 저는 청춘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고, 그런 면에서 루프탑이라고 이야기하는 봉식이라는 캐릭터가 주는 약간의 판타지? 이것이 20대 관객들이나 20대 지나온 관객들에게 위로나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 생각을 했어요. 염문경 작가가 작업을 해주면서 사실 영화 안에서 민호가 옥탑 아니잖아, 루프탑이잖아했을 때, 이걸 알아봐 주는 게 민호였구나. 그래서 키스하려고 했더니 끼 부리지 말라고 거부했던 봉식이가 옥탑 아니잖아, 루프탑이잖아했을 때 이거다 했어요. 그래서 이게 사실 별거 아닌 대사인데, 저는 그거를 혹시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으면 봉식이가 왜 거기를 루프탑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렇게 밝고 명랑하게 사려고 노력하는지에 대해서 공감대가 있으면 더 좋겠다 싶었어요. 그게 얼마나 더 영화 속에서 잘 보여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것이 주는 무언가 공감대가 좀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옥탑방이라는 공간을 생각했던 거 같아요.

 

이화정 : 겉모습을 쇼잉하는 것과 동시에 자기 주거공간을, 그것도 이제 온라인으로 드러낼 때는 다 오픈하는 건 아니잖아요? 어떤 공간만 정말 자기를 치장해도 되는 자기 공간을 치장해서 사람들에게 좀 과시하는 그런 것들이기 때문에 실제로 배우님이 그 공간 안에서 촬영할 때도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을 거 같아요. 봉식이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상태와 그간 결핍에서 오는 어떤 과시하려는 욕망 같은 것들을 좀 어떻게 해석을 하셨는지.

 

정휘 : 제가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봉식이를 너무 하고 싶었고 봉식이한테 많이 공감했던 게 봉식이의 아픔이 너무 느껴져서 마음이 많이 갔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제가 연기를 할 때도 제가 시나리오에서 읽었었던 그 읽었을 때 느꼈던 마음을 이제 관객들이 느끼게 하는 게 배우의 몫이잖아요? 저한테는 봉식이가 도전이었던 거 같아요. 겉으로는 화려하게 하는데 그 안에 있는 아픔을 보여주는 거를 어떻게 할까 고민을 되게 많이 했었던 거 같고, 그래서 오히려 겉치장하는 거를 제가 더 많이 신경을 썼던 거 같아요. 그래서 처음 촬영할 때 제가 그 킥보드 타고 등장하는 신이 있잖아요? 거기서 그럴 때도 제가 원래는 최대한 뭔가 많이 치장하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없었던 선글라스도 제 것을 가져오고 귀걸이 같은 것도 제가 직접 사서 이것저것 달아보고 그런 식으로 했었거든요. 루프탑, 옥탑이 어떻게 보면 안정적인 주거공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옥탑의 매력이 있잖아요? 옥탑의 낭만이 또 있기 때문에.

 

이화정 : 하늘이 있잖아요, (웃음) 옥탑에는.

 

정휘 : 네 그렇죠. 옥탑에서 바라보면 하늘도 보이고. 옥탑의 매력에 더 집중을 하면서 어떻게든 하면서 살아가려고 하는 봉식이가 되게 짠해서. 봉식이의 슬픔과 밝은 모습에 갭을 많이 주면 줄수록 좀 더 이런 게 잘 전달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치장하는 거에 되게 좀 고민을 많이 했었던 거 같아요.

 

이화정 : 더 보여주면 보여줄수록 가지고 있는 그런 고통은 좀 가려지는 효과들? 헤어 밴드든 헤어 스타일이든 다 모든 것들이 자칫하면 안 어울릴 거 같은데 너무 잘 어울렸다는 거.

 

정휘 : 저도 그런 스타일을 처음 해봐서 처음에 제가 적응이 안 되는 거예요. 머리도 막 폭탄 머리로 하고 옷도 굉장히 제가 안 입는 화려한 스타일의 옷을 막 이렇게 입어서. 저는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이랑 옆에서 잘 어울린다고 해주셔서 믿고 갔습니다.

 

이화정 : 그에 반해서는 이홍내 배우님은 스타일 적으로 무기가 별로 없었던, 집도 절도 없는 하늘이의 상태를 단출한 상태를 굉장히 연구를 많이 하셨을 거 같아요.

 

이홍내 : 아뇨, 그렇지는 않아요. 저 또한 신경 많이 썼습니다. (관객 웃음) 제 헤어 스타일도 사실 다운펌을 한 거예요. 사실은 박새로이 느낌으로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실패했죠?

 

이화정 : 이태원 스타일로 하시려다가.

 

이홍내 : 신경을 안 쓰진 않았고 최선을 다했지만, 그 빛을 보진 못했던 거 같습니다. 하지만 하늘이가 봉식이라는 친구와 대조되는 면이 오히려 영화의 재미가 되지 않을까. 봉식이는 외적으로는 좀 화려하지만, 마음의 상처가 있는 하늘이는 좀 뭐 이렇게.

 

이화정 : 겉으로는 계속 울고 있지만, 사실은 조금 더.

 

이홍내 : 계속 틱틱대요. 영화에서 보면 늘 틱틱대고, 늘 투정 부리고 늘 불만이지만 마음 한구석으로는 이렇게 좋아하고 믿고 있고 친구도, 연인도 마찬가지.

 

이화정 : 둘이 왜 친구인가 싶을 만큼 싸우긴 하더라고요, 초반에. 저러면 만나질 말지!

 

정휘 : 저는 이홍내 배우랑 촬영하면서 되게 좋았던 게 영화를 시작할 때랑 끝날 때, 뭔가 저 혼자만의 느낌이었던걸 수도 있지만, 봉식이와 하늘이의 사랑에 대한 성장 이야기인데 촬영 마지막 될 때쯤에는 저희가 서로 많이 성장했다는 느낌을 혼자 받았거든요. 그래서 마지막 촬영이 저는 되게 즐겁게 했었던 기억이 나요.

 

이화정 : 마지막 촬영 장면이 어떤 장면이었어요?

 

정휘 : 마지막 장면은 클럽에 가는 골목 어두운 밤, 어부바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거기가 마지막 촬영 날이었는데, 뭔가 그때 진짜 친구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거 같아요.

 

김조광수 : 사실 그 신의 시나리오에는 봉식이가 하늘이를 업는다이런 건 없었어요. 없었는데 둘이서 갑자기 그렇게 업고 이렇게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게 너무 좋아서 아 둘이 그냥 봉식이랑 하늘이가 되었구나’. 만약에 그걸 앞부분에 찍었다면 그렇게 안 찍었을 수도 있을 거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이화정 : 어떻게 보면 그 캐릭터들의 마음이 온전하게 이해된 이후에 둘의 케미가 나온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루프탑의 그 주인이죠. 순자씨 같은 경우는 굉장히 판타스틱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거는 어쩌면 없을 수도 있겠다, 감독님이 좀 위안이나 좀 힘을 보태주고 싶었구나, 이런 커플들에게그런 생각도 들었거든요.

 

김조광수 : 그런데 사실 실제로 있었던. 제가 옥탑방 살았을 때. 거기가 이태원이어서 아마도 그랬던 거 같아요. 그 주인아주머니는 많은 게이를 어쩔 수 없이 볼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어서 그랬는지, 제가 게이라고 얘기 안 했는데 게이라고 너무 처음부터 철석같이 알고 저한테도 정말 이정은 배우처럼 대해주셨어요. 그랬던 기억이 있어서 순자라는 캐릭터를 만들었고, 그 순자라는 캐릭터는 사실 이태원에 살 때 집주인과 대학로에 옥탑 집주인이 좀 섞여 있는 거예요. 이태원에 사는 집주인 순자는 게이라는 걸 당연히 알고 다가와 주는 캐릭터였고, 대학로 살 때는 김치전 같은 거 해다 주면서 내 아들하고 똑같이 생겼다고 그랬는데. 나중에 군대에서 휴가 나온 얼굴을 봤더니 완전 다른 얼굴인데 자기 아들하고 똑같이 생겼다고 그러면서.

 

이화정 : 어땠어요?

 

김조광수 : 제 생각에 저랑 닮았다고 그래서 예쁘장하고 귀여운 과인가 봐했는데 아들이 약간 조폭 스타일이었어요. 그래서 어딜 닮았냐 했더니 눈이 닮았다고 끝까지 우기셨어요. 아무튼 그 두 명의 집주인을 제가 모델로 해서 좀 만들어달라. 더 현실적이면서 약간 만화적인 걸 만들어 낸 건 배우의 몫이죠. 아무튼 설정 자체는 세입자인 저를 잘 케어해 주셨던 두 명의 여주인, 그분들께 진짜 감사드립니다.

 

이화정 : 세상에는 정말 이렇게 온정이 있군요. 저는 그 순자씨 역할이 이런 사람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판타지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진짜 감독님이 겪었던. 이제 영화가 어떻게 해서 만들어지게 됐는지, 또 그리고 배우님들 어떤 마음으로 참여했는지 제가 미리 좀 질문을 드려봤어요. 지금 질문이 있으신 분들은 손을 들어주시면 질문 좀 받으면서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질문드리는 사이에 혹시 생각나는 거 있으시면 기탄없이 또 손들어주시고요.

저는 이런 작품들이 나올 때 그냥 같은 고민을 하는 감독들은 어떤 작품들을 만들었고 새롭게 영화를 만들면서 어떤 도전과제를 가지고 있을까에 대해서 항상 판단하게 되는 거 같아요. 그러니까 멜로 영화 중에서도 퀴어라는 말이 붙었을 때, 퀴어 멜로를 만든다고 했을 때 이전 작품들이 있었어요. 그 안에서의 감독님들이 가지고 있는 도전 지점도 있었는데, 이번에 감독님이 <메이드 인 루프탑>을 만드시면서 이 부분은 내가 2020, 2021년 퀴어 멜로를 통해서 소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이런 도전점은 있으셨을 거 같거든요?

 

김조광수 : 저는 이제 퀴어영화를 만들 때는 항상 영화적인 판타지 안에서 어떤 현실을 어떻게 담을 것인지를 항상 고민하는 데 그전까지는 제가 가진 경험으로 영화를 만들었어요. 그 안에서 현실적인 것을 담아내려고 그랬는데 그러는 와중에 제 주변에 20대 게이 친구들 중 자기 얘기를 좀 영화로 만들어 달라고 저한테 많은 얘기를 하던 친구가 있었어요. 그러니까 감독님 영화를 보면 너무 옛날 게이들 얘기 같아요이런 얘기를 진짜 많이 들었던 거예요. 나는 현실 담는다고 담았는데 이제 젊은 게이 친구들한테는 약간은 낡은 얘기였구나, 내 경험을 갖고 가니까. 그런데 제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20대 혹은 30대잖아요? 그런데 지금의 2030대가 아니라 과거의 20, 30대를 지금의 20, 30대인 양 생각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면서 그러면 현재의 사랑하고 있는 2020년대의 게이들은 어떤 생각일까? 제가 봤을 때는 가장 큰 차이는 저는 20, 30대에도 제가 게이인 거 때문에 저의 정체성 때문에 고민하고 힘들어했었거든요? 그런데 요즘 게이들은 그거는 10대에 다 거의 끝나고 20대에는 자기 정체성 때문에 고민하진 않는다는 거. 이미 그 고민은 끝난 상황이기 때문에 20대에서 멜로를 한다면 자기 사랑, 자기 일이 어떨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하지 내가 게이라는 게 너무 괴로워요는 아닌, 그래서 더 이상 커밍아웃 때문에 괴롭고 막 이런 얘기는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게 그 친구들의 약간 공통적인 얘기였어요.

 

이화정 : 그사이에 그만큼 변화가 있었던 거죠.

 

김조광수 : 네 그런 거죠. 저는 그게 판타지라고 생각했는데, ‘퀴어 영화에는 커밍아웃에 관한 얘기가 꼭 있어야 해같은 건 이미 끝난 거구나. 아예 그걸 그린다면 10대에 그리는, 10대에 사춘기 때 그리면 그게 현실이지 20, 30대에는 그게 현실이 아니다. 그래서 그 얘기를 내가 잘해보고 싶었고요. 그런데 이제 그 50대 감독이 20대 게이를 영화로 만드는 것이 정말 합당한 일일까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어요. 너무 꼰대 영화가 되면 나도 20대를 알아!’ 이런 느낌의 영화를 만들어 놓고 보는 관객들은 또 가르치고 있어요. 감독님 그거 옛날얘기예요이런 얘기 들을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제가 제일 조심하려고 했던 거는 내가 너무 아는 척은 하지 말고 그냥 내가 잘 몰라도 그냥 있는 그대로를 잘 담으려고 노력해보자. 그래서 제일 고민했던 것이 가르치려고 드는 청춘 영화는 하지 말자는 거였어요. 괜히 그런 청춘 영화 만들면 오히려 청춘들은 안보고 50대가 보면서 그래 내가 옛날에 저랬지이런 게 가장 큰 문제가 되니까 그런 점을 제일 크게 생각을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저를 아예 모르는 몇몇 관객들, 저랑 저의 영화를 전혀 본 적도 없는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젊은 감독이 만든 줄 알았다는 얘기를 몇 명이 해줬는데, 저는 그게 제일 기뻤어요. 제가 그래 나이 든 감독이 만든 청춘 영화는 아니어서 다행이다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화정 : 감독님의 50대를 지우는, 지금의 청춘의 코드와 맞닿는 영화를 만들었단 평가를 받는 게 저도 좋네요. 박수도 한번 드릴까요? (박수) 그 지점을 갖는 게 연출가들한테는 아마 가장 큰 과제일 거라는 생각은 들어요. 그런데 혹시 질문이 있으시면 질문을 먼저 받고 또 얘기를 이어나갈까요?

 

관객1 : 감상까지 얘기해야 하는 자리는 아니지만, 저도 뭔가 이런 동성애를 다루는 얘기를 보면 극 안에서 언제 걸리지 언제 들킬까?’ 이런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봤던 작품들이 많았는데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만드신 작품을 봤을 때는 그런 불안감 전혀 없고 마음이 되게 간질간질한 연애 얘기를 느낄 수 있어서 새롭고 너무 즐겁게 봤다는 걸 꼭 전달을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냥 궁금했던 건 영화 안에는 사소한 장치가 궁금했거든요. 청경채를 봉식이가 키우잖아요? 청경채라는 게 도대체 왜 있을까. 그 이름이 예뻐서인가? 청경채라는 장치가 궁금했고, 맨 마지막 장면에 정민이한테서 전화가 오면서 하늘이가 이렇게 딱 전화를 받잖아요? 그때 그 뒤로 울려 퍼지는 낭만 고양이라는 음악을 왜 사용하셨을까? 두 가지가 궁금했거든요. 그래서 감독님께서 좀 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조광수 : 그 청경채는 사실 제가 생각했던 건 아니고 염문경 작가가 생각한 거였어요. 꽃이 필까 안 필까가 봉식이에겐 되게 중요한 매개로 나왔을 텐데 그럼 무슨 꽃이 좋을까 했을 때 하고많은 꽃 중에. 그거는 염문경 작가님이 청경채도 예쁜 꽃이 필 수 있다는 것에 좀 뭔가 착안을 했던 거 같아요. 그리고 청경채라는 게 사실 이렇게 채소로만 쓰이는 거잖아요? 먹기만 했지 청경채꽃에 아무도 관심이 없는데, 그런 게 봉식이라는 인물에게 굉장히 좀 다가갔으면 좋겠고 그걸 민호가 알아봤으면 좋겠고, 그래서 청경채. 그리고 또 그 말씀도 하셨어요. 청경채라는 어감 이응이 많은, 배추 이런 것보다는 청경채가 어감이 좋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재밌게 쓸 수 있겠다고 해서 이걸 써봤는데 어떠냐고 물어봤고 그거 되게 좋다 해서 청경채는 그런 의미가 됐어요.

 

이화정 : 사실 미나리처럼 받침이 없어서 부르기 좋은 이런 게 있듯이 청경채도 그런 이제 발음까지 다 신경을 쓰셔서.

 

김조광수 : 네 그런 거죠. 만약에 미나리가 청경채였다면. 우리는 반대로 청경채니까 더 산듯해 보이고.

 

이화정 : 초록색이 연상되고 막 그런 느낌으로 쓰셨고. 또 낭만 고양이 음악에 대해서도?

 

김조광수 : 노래 낭만 고양이는 사실은 고민이 진짜 많았어요. 왜냐하면, 50대 감독이니까 낭만 고양이를 좋아하는 거잖아요. (이화정 : 옛날 노래라서?) . 왜냐하면 엔딩 크레딧에 밝고 명랑한 노래를 띄우고 싶었어요. 누구나 익숙한 노래였으면 좋겠고. 요즘 아이돌 노래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을 수도 있는데 저는 옥탑방이라고 하는 이 공간과 그 레트로 (감성). 저는 요즘 관객들 20대 관객이 낭만 고양이를 전혀 못 듣다가 이 영화를 통해 좀 들어도 나도 좋아하지 않을까?’ 막 이렇게 생각을 해서 제가 낭만 고양이를 엔딩 크레딧에 올리겠다고 하고 주변에 모니터했거든요? 그런데 20대는 진짜 모르더라고요, 아예 이 노래를. 그래서 이런 노래라고 들려줬을 때 어 노래 재밌는데요?’ 이런 게 좀 있었고, 우리 영화 안에 고양이 아리가 중요하게 나오잖아요? 그래서 그런저런 면에서 영화를 보고 나면 낭만 고양이 이 노래를 20대도 좋아할 순 있겠다 생각해서 넣긴 넣었는데. 노래를 좀 더 요즘 노래로 하지 왜 낭만 고양이로 했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해요 그래서 아직도 내 선택이 잘했는지는 좀 더 개봉하고 관객들 반응을 봐야 알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이화정 : 굳이 50대 노래, 20대 가수 따로 있겠어요? 그리고 요즘 2000년대 음악이 굉장히 어필을 하고 있어서 충분히.

 

김조광수 : 그런데 사실 저는 원래 원곡을 쓰려고 생각했던 게 아니었어요. 예를 들면 10cm나 아니면 볼빨간사춘기나 이런 분들한테 낭만 고양이를 새롭게 해석해서 부르게 해보려고 했는데 그러면 돈이 너무 많이 들더라고요. (관객 웃음) 저작권료도 너무 많이 들고 그분들한테도 돈도 드려야 하는데, 제작비 안에 소화가 안 돼서 그냥 원곡을 쓰면 싸게 들어갈 수 있다.

 

이화정 : 감독님 말을 뺏을까요? (관객 웃음) TMI를 많이 하시는데 제작 비하인드까지. (웃음) 여러 가지 이유로 선택하신 낭만 고양이가 좋은 선곡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질문을 더 하실 분들이 있으시면 관객 질문을 더 받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관객2 : 궁금한 것이 여러 가지가 있긴 한데 봉식이랑 하늘이가 같이 이 세상을 향해서 노래를 부르잖아요. 그때 배우님들께서 악기 연주를 조금씩 하시는데, 연습을 하셨는지 아니면 원래 하셨던 건지, 아니면 그 장면을 찍을 때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정휘 : 에피소드가 많죠. 제가 원래 기타를 조금은 칠 줄 알거든요? 기본적인 코드로 칠 줄 아는데 지금 이 영화에서 나왔던 연주법은 딩디리리딩(웃음) 이렇게 되잖아요? 그런데 이 스트로크가 생각보다 되게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음악 감독님께 따로 배워서 연습을 좀 했었어요. 집에 기타가 있어서 집에서도 연습하고, 어떻게 하는지 영상도 보내주셔서 그걸 보고 또 연습하고. 보면 여러 가지 악기 많이 쓰잖아요? 페트병에 모래를 넣는다는지, 낯선 악기들도 많이 들어갔고. 거기가 많이 걱정돼서 연습했던 기억이 나고. 현장에서는 저희가 노래를 녹음을 하고 하다 보니까 싱크 맞추는 게 되게 어려웠었어요. 그게 또 곡의 박자가 정확하게 딱딱 있는 게 아니라 좀 변화가 돼서 정박으로만 해서는 안 돼서 현장에서 애를 좀 먹었던.

 

이화정 : 팬텀싱어보다 이게 더? (웃음) 둘 중에?

 

정휘 : . 둘 다 비슷하게 힘들었던 거 같아요.

 

이화정 : 비슷한 정도의 부담을 주었던.

 

정휘 : 연주도 하면서 노래도 해야 하니까. 또 이건 하늘이와 듀엣이잖아요? 같이 이렇게 맞추다 보니.

 

이화정 : 우리가 보기엔 오히려 엉성하게 하는 게 목표 지점이었는데 엉성하게 하기가 오히려 숙달되신 분한테는 쉽지 않은 거라. 이홍내 배우님은요?

 

이홍내 : 저는 열심히 하는 척했지만, 열심히 연습은 안 했어요. 하늘이는 굳이 능수능란하면 안 되기 때문에 현장에서 했는데. 저희가 녹음실에 가서 녹음했거든요? 노래가 기가 막히더라고요. 저는 그 리듬에 박자를 맞출 수가 없어요. 노래를 부르다가 뭐 뚝딱뚝딱하더니 뭐 해주세요하니까 착착 되더라고요. 정말 놀랐어요. 저는 그 박자를 찾느라 이미 정휘 배우가 녹음 다 할 시간에 그거 찾고 하겠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김조광수 : 제가 첨언하자면, 사실 연습할 때는 정휘 배우는 사실 너무 잘하면 안 된다는 게, 봉식이한테 뮤지컬 배우 정휘가 나오면 이상하잖아요. 그래서 잘하긴 하되, 너무 잘하면 안 된다는 게 정휘 배우의 미션이었고, 이홍내 배우 같은 경우는 그냥 자연스럽게 하지만 그렇다고 또 너무 박자를 못 맞추면 안 되니까 그게 미션이었어요. 연습할 때는 그리 어렵지는 않았던 거 같아요. 그리고 노래 자체가 재미가 있는 거여서 좀 재밌게 하면 되는 거였는데, 사실 촬영할 때가 저희가 옥탑방을 빌려서 촬영을 하는데 거기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지가 않았거든요.

 

이화정 : 실제로 거주하시는 공간이에요?

 

김조광수 : . 어떤 영화의 연출부 하시는 스태프분한테 자기 집을 빌려 가자고 했던 건데, 보통 영화화하는 분들이 자기 집 안 빌려주잖아요.

 

이화정 : 그죠 알죠. 영화 하는 사람들은 영화팀이 왔다 가면 집이 다 부서진다는 걸 다 알기 때문에.

 

김조광수 : 어쨌든 이분한테 빌렸고 집주인한테 허락받아서 촬영은 되게 잘했는데, 저한테 주어진 시간은 많지가 않았어요. 저는 제 영화에는 노래가 한 번 정도는 꼭 있어야 한다는 철칙 같은 게 있어서 이번에도 넣었는데, 촬영할 때 립싱크를 해야 하는데 그 싱크가 안 맞아서 나중에 -지금도 정확히 싱크가 맞는 건 아니잖아요?- 너무 어설퍼 보이면 안 되니까 그걸 맞추는 게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시간이 자꾸 흘러가는 거예요. 제 입장에서는 내가 왜 또 이런 걸 해서, 그냥 노래를 안 불렀으면 다른 신 더 찍을 수 있었는데. 이 신이 옥탑방 장면 중에 제일 오래 걸린 신인데. 아무튼 제가 연출한 영화라면 이번에는 어떤 노래를 부른 그 장면 또 나름 즐거웠어라는 걸 줄 수 있는 장면이 돼야 해서 열심히는 했는데, 생각보다 제가 원래 했던 목표치보다는 조금 신 구성이나 여러 면에서 저는 아쉽지만.

 

이화정 : 아니요, 아니요. 이홍내 배우님은 즐거우신 거잖아요?

 

이홍내 : 저는 만족스러웠어요.

 

김조광수 : 그럼 다행이에요.

 

이화정 : 어설프되 어설프지 않게 보이는 여러 가지 미묘한 겹겹이 크루아상 같은 것들이 숨어있는 그 장면, 노래 장면에 현장 얘기를 또 들어봤고요. 질문 하나 더 받아볼까요?

 

관객3 : 얘기가 나와서 갑자기 궁금해졌는데요. 정휘 배우님께서 BJ 역할을 되게 어색하지 않게 너무 잘 소화를 해주셨는데 엄청 많이 하셨을 거 같아요. 어떤 연습을 하셨는지, 어렵진 않으셨는지. 그리고 본인 모습을 보셨잖아요? 만족스러우셨는지 궁금합니다. (관객 웃음)

 

이화정 : 점수는요?

 

정휘 : 일단 저에게 가장 큰 고난의 신이었고 시나리오를 보면서도 여기 진짜 어떻게 해야 할까 되게 많이 고민했었던 거 같아요. 연습도 진짜 많이 했고. 제가 또 유튜브 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평소에. 그래서 유튜브 BJ분들, 콘텐츠마다 느낌이 다르지만, 토크를 위주로 하는 텐션이 높은 BJ분들을 몇 분 보면서 연구를 좀 많이 했던 거 같아요.

 

이화정 : 실제 BJ로 나가도 되실 만큼 하신 거 같아요.

 

정휘 : 그런데 제가 보기에도 촬영할 때도 너무 아쉬운 거예요. 사실 그 장면을 단번에 끝냈거든요? 저는 좀 몇 번 더 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 보니 한 번밖에 못 했어요. 촬영할 때는 채팅창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보이는 걸 스스로 조절하면서 연기를 하는데 이게 한 번에 끝나다 보니까 너무 아쉬운 거예요. 집에서 혼자서 셀프 카메라로 연습도 했었는데 여전히 쉽지 않은 장면이었고, 결과물이 물론 재밌었지만, 저한테는 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하는 그런 아쉬움이 더.

 

이화정 : 배우는 자기 연기에 대해서 좀 혹독하고 깐깐하게 점수를 주는데, 저희가 봤을 때는 진짜 전문 BJ 같은 그런 발랄함이 보여서 굉장히 인상적인 도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휘 : 거기에 연습을 진짜 많이 했는데 한 번에 끝나니까 너무 아쉬워서 더하고 싶었는데 못 그래서 좀 그렇습니다.

 

이화정 : 알겠습니다. 질문은 그러면 여기까지 받도록 하고요. <메이드 인 루프탑>은 곧 극장에서 개봉하고 관객분들을 만날 텐데,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굉장히 반짝반짝한 지점도 많지만, 두 명의 연애담이 엇갈리면서 친구끼리 서로 상처를 주기도 하고, 소수자로서 겪어야 하는 아픔도 있고, 청년세대에 씁쓸함도 있고, 많은 것들이 녹아있는 영화라서 할 얘기들이 많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렇게 강릉 신영극장에서 <메이드 인 루프탑> 옥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얘기를 해봤는데, 마지막으로 감독님과 배우분들께도 이 작품에 어떤 사랑스러움이 있는지 끝인사를 하면서 마무리를 오늘은 해야 할 거 같아요.

 

이홍내 : 영화가 개봉한다고 들었는데 너무 좋아요. 저희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고 어려운 시기에 영화 개봉할 수 있어서 너무 좋고. 이렇게 보러 와주셔서 또 너무 감사하고. 되게 마냥 좋아요. 그래서 이렇게 따듯한 영화 혹시 괜찮으시면 주변 친구분이나 이렇게 해서 같이 또 개봉해서 보러 와주시면, 제가 더 좋아질 거 같아요.

 

이화정 : 어깨가 무거우신 게, 사실은 <경이로운 소문> 악귀가 진짜 많이 불러주셔야 해요, 관객들을. 그죠? 그 영향력을 기대해보겠습니다.

 

이홍내 : . 정말 <메이드 인 루프탑>을 많이 이렇게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따뜻한 에너지가 잘 전달됐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또 보세요!

 

이화정 : N차 관람을 촉구하면서, 박수를 한번 드릴게요. (관객 박수)

 

정휘 : 독립영화를 영화관에서 개봉한다는 거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고 독립영화에 되게 좋은 일이거든요. 그래서 너무 기분이 좋고, 특히나 또 이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 개봉하게 되는 게 더 기분이 좋기도 한데. 제가 영화를 보고 나서 느낀 거는 마냥 이게 퀴어 영화라는 느낌보다 정말 감독님이 의도하셨던 청춘 영화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 만한 멜로 로맨틱 코미디 느낌도 많이 들어서 많은 분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리고 시대가 변하면서 요즘 게이분들이 느끼는 것들이 보여지는 것도 되게 색다른 거 같아요. 그래서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고 꼭 많이 주변에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화정 : 정휘 배우님이 많이 알려주세요. 연극 뮤지컬 분야에 많이 전파해서 또 다른 관객분들도 독립영화의 매력을 알아가는 그런 약간 거점 같은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충분히 영향력이 있으시고 이번 작품으로 영화계에 오신 걸음을 환영합니다. 그러면서 박수를 한번 드릴게요. (관객 박수)

 

김조광수 : 저는 이 영화가 다른 배우님들도 그렇지만 두 배우님이 가진 다른 매력을 이 <메이드 인 루프탑>을 통해서 발견하게 됐다는 얘기를 들으면 저는 제일 행복할 거 같았고요. 그 바람이 그래도 조금은 담겨있지 않나 싶어서 두 분의 배우님한테 너무 미안하지는 않은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예를 들어 <경이로운 소문> 지청신 역의 이홍내가 정말 다른 매력을 가진 하늘 역으로 이렇게 연기를 했다, 그리고 뮤지컬에서 정말 많은 연기를 했지만 정휘의 여러 가지 매력을 발산하는 봉식이를 연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데 동의가 되시면 많은 분들한테 널리 알려주시면 좋겠어요. 다른 배우님들도 함께 이 영화를 통해서 그 배우님들이 가진 매력들이 조금 더 보여서 이후에 저희 영화도 잘되면 좋겠고, 그 이후에 또 잘돼서 또 사람들이 역시 김조광수가 남자배우들 보는 눈은 있어, 픽을 했다 하면 꼭 그들은 스타가 되더라 하는 그 공식이 좀 잘 이렇게 맞는 공식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화정 : 감독님의 찍기 능력이 발휘되기를. 그런데 이미 이 작품을 보면서 정말 그게 있다라는 걸 이번에 다시 느꼈어요.

 

이홍내 : 속편 계획 없나요? <메이드 인 루프탑 2>?

 

김조광수 : 2 하면 하실 거예요, 두 배우분은?

 

이홍내 :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희끼리 얘기한 거는 이제 하늘이 취직하고 봉식이가 더 유명한 BJ가 돼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이거든요? 1의 성공에 달려있습니다.

 

이화정 : 1이 잘돼야 하니까 여러분들이 많은 소문을 내주시길 바라면서 감독님의 그 귀여움이 영화의 많은 모든 캐릭터, 곽민규 배우, 이정은 배우, 염문경 작가님에까지 다 뻗쳐있는 영화, 특히 이 행방이 묘연한 아리까지 모두가 다 귀여운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 귀여움을 여러분들도 많이 전파를 해주시길 바라면서 신영극장에서의 만남은 우리 함께 박수 치면서 끝내도록 해요. 네 감사합니다.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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