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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월 | 주현숙 감독 초청

CINE TALK 씨네 토크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1. 6. 16.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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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월>

/2021.04.14

 

정지혜 영화평론가 진행

주현숙 감독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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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혜 : 반갑습니다. 정지혜입니다. (관객 박수) 주현숙 감독님께도 인사 부탁드릴게요.

 

주현숙 : . 안녕하세요. 영화 <당신의 사월> 감독 주현숙입니다. 반갑습니다.

 

정지혜 : 오늘 귀한 시간 내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반갑습니다. 우선 사적으로는 굉장히 뿌듯합니다. 저는 종종 신영극장을 방문할 일이 있는데요. 그간 저조한 관객석을 마주하다 오랜만에 많은 관객들이 찾아와주셨다고 하셔서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또 이 영화가 세월호'와 관련한 이야기이지만 감독님께서도 이 영화를 통해서 우리가 즐겁게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넓게 나누어봤으면 좋겠다고 해주셔서 사적인 이야기로 시작을 해보았습니다.

 

감독님께서 인사는 해주셨는데 내일 모레가 세월호 7주기이기도 하고 강릉 지역에 계신 분들과 이렇게 만나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가 귀한만큼 소외가 어떠하신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주현숙 : 극장에서 극장 만들면서 좌석을판매 했었거든요. 그때 극장의 좌석을 하나 샀었어요. 아까 사진을 찍으면서 꼭 신영극장에서 내가 산 좌석에서 앉아서 영화를 봐야지 했었는데, 그걸 이제 땠다고 하셔서 되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는데요. 그렇지만 왠지 고향에 온 거 같은 기분이 드는 것 같아 좋습니다.

 

정지혜 : 감독님께서 만드신 이 영화가 처음 공개된 게 2019년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가 됐었고, 그로부터 시간이 한참 흘렀습니다. 그동안 코로나 상황도 있었지만, 시간을 두고 관객들을 만났을 때 만드는 사람으로서도 체감하는 게 다르셨을 거 같아요. 그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셨는지, 영화를 완성하고 나서 첫 공개 이후의 시간을 감독님께서는 어떻게 보내셨을지를 여쭤보고 싶습니다.

 

주현숙 : 2019년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이게 된 거였거든요. 그리고 6주기에 기부를 해야지 하고 마음을 먹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연기를 하게 된 거예요.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요. 그렇게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6주기 때 아무것도 못 하고 있으니까 정말 사람들에게 세월호 때의 참사가 잊히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많이 안 좋더라고요. 작년에 또 415일에 춘천에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세월호 참사 관련된 이야기가 하나도 이슈가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많이 힘들기도 하고 정말 세상이 세월호 참사에 관한 기억을 다 잊었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되고 마음이 많이 무거운 상태였어요. 그러다가 더는 미룰 수 없다, 올해 여전히 이렇게 마스크를 쓰고 영화를 봐야 함에도 불구하고, 영화도 상영하고 관객도 만나 뵙게 되었는데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작년에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코로나 자체는 전 세계적인 재난이잖아요. 그러니까 세월호 참사를 조금 더 심리적으로,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게 되었어요. 어떻게 보면 이 영화가 세월호 참사를 뜨겁지 않게 바라보기 위해서 만든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제 마음은 뜨거웠나 봐요. 그 당시에는 근데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바뀐 사회를 보면서 어떻게 보면 지금이야말로 제대로 이 참사를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한편으론 시기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정지혜 : 이 작품을 만들기 이전에 <이름에게>라는 단편 작업을 하셨어요. 그 작업을 연장하고 확장해서 이 장편을 만드신 건데, <이름에게>라는 작업을 하기까지도 꽤 오랜 시간 시간이 필요하셨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로도 감독님께서도 세월호 이후에 한 3년 정도는 그 참사에 관련된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힘들어하셨다고 들었는데, 그럼에도 카메라를 들고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작업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카메라를 들기까지 어떤 마음이었을지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럼에도 들어야한다하고 결정, 결단을 했던 그때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주현숙 : 다른 분들도 다 그렇겠지만 사실 20140416, 세월호가 침몰하고 한 1년의 시간 동안 온 미디어를 통해서 세월호가 침몰하는 장면을 지켜보셨잖아요. 저는 그 시간이 제 마음속에 어떤 덩어리처럼 있었어요. 제 마음 안에 슬픔의 덩어리처럼 들여다볼 수도 없는 정도의 것이어서 그 자체가 잔인한 시간이었던 거 같아요. 2016년 촛불집회 전까지의 특히 가을을 생각하면 사회가 되게 무덤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3주기까지도 세월호 참사 관련된 소식이라든가 뉴스들도 볼 수가 없었거든요. 제 주변에는 세월호 관련된 다큐를 만드신 분들, 영상을 만드신 분들도 계셔서 그런 분들을 도와드리고는 있었어요. 제가 직접 세월호 관련된 영상을 만들겠다고는 전혀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고요. 그런데 딱 3주기 정도 지나니까 노란 리본을 달고 노란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저 사람들은 왜 3년의 시간이 지났고, 모두가 유가족이나 희생자를 지인으로 둔 사람도 아닐 텐데, 왜 여전히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닐까?’ 그렇지만 제 마음에 슬픔을 들여다볼 만큼 용기가 있진 않아서. 제가 다큐를 작업하는 방식은 제가 궁금해지면 궁금함에 질문을 만들어요. 그리고 그 질문이 왜 이러한 궁금증이 생기는지부터 질문을 만들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거든요. 그 과정들을 속에 열심히 리서치도 하고, 사람들을 만나서 물어보기도 하면서 얻는, 제 나름의 답을 영화에 담는 제 방식이었던 거 같아요.

 

당시 사람들에게 물어봤어요. 당신은 2014416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되게 신기하게도 사람들이 너무 잘 기억하는 거예요. 혹시 어제 점심에 뭐 먹었는지 기억하시는 분 계세요? 당장 어제 뭐 먹었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몇 년 전, 어떤 날 아침, 어떤 소식을, 어떻게 들었는지 다 기억하시더라고요. 그날의 날씨며, 누구를 만났고 뭘 했는지까지. 그래서 되게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요. ‘나 혼자만 이 감정에 사로잡혀 있는 게 아니라 이 기억은 우리 모두의 기억이구나.’ 그렇다면 잘 기억해둘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건 왜 우리 모두의 기억일까라는 질문이 동시에 생겼던 거죠. 그러면서 이 이야기를 잘해줄 만한 사람들을 찾고, 참사 이후의 일들을 좌표처럼 막 그려 넣은 뒤, 거기에 우리가 어떤 구면들을 만났었나를 찾아보고, 그리고 어떤 장면들이 내 마음속에 있는지를 찾아보는, 그런 과정들을 거쳤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다큐를 만드는 과정이 제 마음을 들여다보는 과정이기도 했었죠. 사람들도 그 기억들을 같이 공유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제 마음에 위안을 받는 일이기도 했는데, 나만 세월호 참사에 마음 아파했던 게 아니었다는 것에서 받은 이 위안을 다른 사람들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한 번은 동네에서 세월호 관련 영화 상영을 한 적이 있었는데, 본인의 아이 3명을 데리고 오신 거예요. 같이 영화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에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하셨던 부분인데, “나는 사회에 관심도 없고, 아이 셋 키우느라 너무 바쁜데 이상하게 세월호 이야기만 나오면 눈물이 난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그 이름을 붙일 수 없는 감정이, 그러니까 슬픔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저 감정에 이름을 좀 붙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런 분들에게 공감에서 출발한 위로, 위안을 같이 공유하고 싶다. 영화를 통해 그렇게 혼자서 무거움을 가슴 안에 담고 있는 분들이 이 영화를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요즘 흡사 아이돌 일정처럼 열심히 영화 홍보를 하러 다니고 있습니다. (웃음)

 

정지혜 : 다큐멘터리를 보면 만든 사람과 닮아있다는 생각들이 많이 들어요. 이 영화의 경우는 감독님만의 들끓는 감정, 질문들을 하나하나 풀어내 가면서 공감 혹은 위로를 넓게 확장해가고 싶어 하는 영화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세월호 관련된 다큐멘터리, 극영화를 보신 분들에게 익숙하신 것은 저널리즘 다큐멘터리이거나 현장에 계신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듣는 거 같아요. 감독님께서 선택한 인물들은 당시 현장에 직접적으로 연루되거나 관계된 분들은 아니었고, 물리적인 심리적인 거리감이 분명히 있는 인물들을 섭외하고 진행을 하셨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가 기존의 세월호 다큐멘터리들과는 다른 지점이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감독님께서는 왜 이분들에게 좀 더 질문을 드리고 싶으셨는지를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주현숙 : 세월호 참사에 관련해서 이야기를 할 때 다들 아픈 마음을 갖고 계셨는데, 그 아픔이 고유했어요. 그런 지점이 신기하기도 했고 어떤 분께서 말씀하시길 인간의 고통은 그 사람의 지문만큼이나 고유하다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래서 세월호 참사에 관한 일련의 일들을 쭉 그림을 그려보면서 그 이야기를 잘해주실 분들을 찾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세월호 참사가 중심에 있고 그 주위를 원을 그리면서 하나씩 찾아 나갔었어요.

 

어민들은 물리적으로 가까이 계셨고, 심리적으로도 현장의 목격자이면서, 본인들도 참사의 피해자이시기도 하잖아요. 정부가 구조 활동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아서 본인들의 생활에 터전에 벌어진 사건으로 진도의 어민들은 몇 개월 동안 현장에서 같이 수색 작업등을 계속해서 해결하고 계셨기 때문에 그 삶의 모습이 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그 현장의 모습이 얼마나 큰 트라우마를 남길만한 일인지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그다음은 선생님이었어요.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많은 부분을 학생들이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학생들이 주 양육자, 부모나 가족들 이외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선생님이잖아요. 처음에 부산국제영화제에 가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제 발표가 끝나고 통역해주시던 분이 오시더라고요. 본인의 누나가 선생님인데, 누나가 예민해서 그런지 세월호 참사 이후에 꿈을 꾸면 방 안에 물이 차는 꿈을 꾼다고. 그래서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면 누나가 좋아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주시는 거예요. 그 이후에 다른 선생님들도 여럿을 만나게 되었는데, 다른 선생님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해주시더라고요. 여름에 아이들과 같이 바다에 가서 바다에 발을 담구는 순간 너무 놀라서 바로 나왔다는 거예요. 그런 충격이라는 게 몸에 새겨져 있는 부분이었죠.

 

또 당시 학생이었던 학생들의 입장에서 세월호 참사는 어떻게 기억되는지 궁금함이 들어 섭외를 하게 되었고, 유가족의 이야기를 담지는 않았지만 유가족이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리서치 과정에서 참사 자체도 너무 참혹했지만 그 이후에 한국 사회가 유가족을 다루는 방식이 더욱 참혹했다는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그들을 향한 혐오의 말들이 있었잖아요. 그 자체가 잔인하게 느껴졌다고 해요. 유가족의 모습을 담고는 싶었지만 직접적으로 영화 안에서 이야기를 하는 순간 슬픔 자체에도 위계가 생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족을 잃고 자식을 잃은 사람보다 내가 더 슬플까?’라는 생각이 일반적으로 들게 되잖아요. 그래서 멀리서 유가족을 지켜봤던 평범한 사람으로서 유가족을 대면했던 카페 사장님을 섭외했었고, 그 당시를 기록하고 계시던 활동가분도 그렇게 해서 섭외를 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한 분, 한 분 섭외 했었던 거 같아요. 제가 들었던 이야기, 증언을 잘 이야기를 해주는 분들로, 그러나 될 수 있으면 너무 슬프지 않게 이 이야기를 옆에서 보는 사람도 이게 내 이야기구나.’ 느끼면서 바라볼 수 있게 그런 분들로 섭외를 했던 것 같습니다.

 

정지혜 : ‘피해자 프레임혹은 유가족다움으로부터 그것을 깨야 한다. 어떻게 보면 누구나 세월호 참사를 목격했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크고 작은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는 감독님의 입장이 어떻게 보면 공격을 받을 수도 있고, 그럼에도 분명한 피해자는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반문을 제기할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저도 이 작업을 하시는 과정을 알게 돼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저 스스로도 그런 질문들을 던져보게 되더라고요. 감독님께서 프레임을 깨야 한다고 말씀하신 지점에서 감독님도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이 영화를 통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 어떤 것이었을지 한 번 더 면밀히 들어보고 싶습니다.

 

주현숙 : ‘목격자로서 우리의 기억을 이야기해야 하겠다.’하고 달려왔는데, 어느 순간 그런 물음을 받았어요. 목격자가 당사자가 되는 것을 영화 내에서 증명해내야 한다. 작업 내내 그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러니까 제 마음이 너무 급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열심히 공부를 했죠. 제가 책으로 세상을 공부하는 사람이라 열심히 책을 읽고, 여러 논문들을 찾아보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했는데 그걸 못 찾겠는 거예요. 계속 답답해하면서 공부를 하고,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에 대해 막 찾았어요. 그러다가 영화 맨 앞에 나오는 주디스 허먼 트라우마책의 각주에 그 말이 딱 있는 거예요. “목격자도 당사자가 될 수 있다.”, “목격자도 트라우마를 가지게 된다.” 그때 이거 완전 유레카! 이러면서 좋아했거든요. 내가 아파서 아프다고 말했는데 자격이 필요할까요? 그 순간 깨닫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럴 필요가 없구나. 내가 증명할 필요가 없다. 그냥 아프다고 어떻게 아픈지, 뭐가 아픈지를 이야기하자는 마음을 갖게 된 거 같아요. 그리고 그걸 맨 앞부분에 일부로 넣어둔 것도 딴죽 걸지 마세요! (웃음)

 

또 살다가 어느 순간 유가족이 되어 버린 건데, 그 사람을 유가족으로만 보게 되면 그 슬픔은 너무나 크고, 비교할 수 없는 슬픔이 되어버린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그 슬픔을 갑자기 신성시해버리게 되고, 그 순간 벽이 생기는 거죠. 그렇게 시간이 지나게 되면 이건 혐오와 맞닿아 있는 거예요. 유가족과 나를 분리시키면서 그 사람들을 밀어내어 가둬버리고, 혐오하게 되죠. 그 일련의 과정이 쭉 이어져 있더라고요. 그렇다면 유가족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고, 이분들은 7년 동안 그 자리에서 자기의 몫을 너무 잘하고 계셨기 때문에 영화 안에 존재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저는 조금 옛날 사람이라서 개인의 감정도 중요하고 동시에 공동체적인 부분도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이 두 가지를 같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조금은 위안과 희망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정지혜 : “오늘은 관객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으세요?”라고 여쭤봤을 때 감독님께서 재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하셨어요. 영화에서 세월호 선체도 보이고, 유가족의 모습도 그러하듯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라는 게 있잖아요. 세월호, 촛불 관련해서든. 그러한 순간을 재연을 한다고 했을 때, 이 영화가 최대한 재연의 방식을 멀리하거나 굉장히 강도를 조절해서 가고자 하는 게 느껴졌어요. 감독님께서 왜 재연이라는 부분을 유독 더 고심하셨을까요.


주현숙 : 이 영화를 안 보신 분들께 소개를 해야 하는데, “목격한 사람들의 이야기에요하면 너무 멀게 느껴지는 거예요. 여기 계신 분들은 영화를 다 보셨으니까 그 말이 다가오는데 누군가에게는 너무 막연하잖아요. 그래서 생각해봤더니 우리 영화에는 세월호 침몰 장면이 나오지 않아요. 세월호 관련된 다큐에 영화들에서 세월호 침몰 장면이 나오지 않는 건 <당신의 사월>이 처음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아마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그 침몰 장면을 너무 많이 보셨을 거예요. 저는 아직도 바다에 떠 있던 배의 모습을 보면 여전히 어떤 블랙홀처럼 느껴지는 때가 있거든요. 미디어가 전달해줬던 그 이미지가 우리 모두에게 남은 트라우마가 있다고 생각해요. 만약 그 장면을 그렇게 오랫동안 보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트라우마도 조금 다른 방식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영화에는 적어도 침몰 장면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어요. 그럼 침몰 소식은 어떻게 전해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될 수 있으면 그 당시를 보는 게 아니라 그 당시의 자기 마음을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자체는 되게 심심하잖아요. 그렇지만 보시는 내내 그 당시의 마음들 때문에 영화 자체는 뜨겁지 않은데, 내 마음은 되게 뜨거워지거든요.

 

될 수 있는 한 감정들을 깎고, 조율해서 어떻게 보면 심심하게, 어떤 한 장면이 보시는 분의 기억에 닿아가기를 그리고 그 기억이 그 당시의 감정도 불러오기를 바랐던 것이 있어요. 세월호를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세월호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는 너무나 중요했었던 이슈였던 것 같고요. ‘그 소식이 전달되는 장면에는 저 멀리 세월호 저 멀리서부터 배가 인양되어오고 있는 장면이거든요. 큰 화면으로 보지 않으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그곳이 항구라는 건 느낌이 오지만 저 끝에 세월호가 다가온다는 것은 상상이 되지 않을 만큼. 그런데 달려가는 유가족들의 울음소리나 발걸음 소리, 헬리콥터 소리 이런 것들을 조심스럽게 고심한 뒤 구성해서 넣었는데, 우리가 영화 안에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재연할 것인가는 윤리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어떤 것에 많은 충격을 받았을 때 입 밖으로 내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이 영화가 입 밖으로 낼 수 있게 도와주는 영화이기도 하거든요. 아파하는 게 아니라 그걸 조금은 드러낼 수 있게 하는 도와주는 영화였으면 좋겠어서, 되게 조심스럽고도 하지만 적합한 이미지를 찾기 위해서 노력했던 거 같아요. 이후에 세월호가 인양되어 참사의 현장으로써 보일 때의 장면들이 모두 다 나오지 않거든요. 세월호의 3년 동안 묶은 때를 물로 세척을 할 때에도 그게 노동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일상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노동이잖아요. 그 노동이 우리의 하루 하루를 만들고, 역사를 만들고, 진상규명의 다다르는 길을 또 만들고 하는 마음이 전달됐으면 좋겠다. 실제 영화에서 세월호 전체가 보이는 것은 눈 오는 날이거든요. 눈은 차갑기도 하면서 동시에 따뜻하게 보이기도 하잖아요. 눈이 올 때 세월호가 혼자서 뭍으로 올라온 고래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따듯하지만 차가운 현실 같은 것들이 같이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다행히 눈 오는 장면을 찍을 수 있었고, 촬영본을 보자마자 세월호 전체가 나오는 장면은 이 컷으로 가야겠다 결정했던 것 같아요. 우리 안에 있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마음들을 그 장면으로 드러내고 싶었는데요. 이 영화를 보시기 전, 심지어 지금도 여전히 세월호 다큐라고 하면 난 못 본다”, “그걸 어떻게 봐, 난 못 봐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더러 계시거든요. 그렇게 보는 것을 지연하다가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보신 분들이 괜히 미뤘구나, 보니까 괜찮았고 영화 주인공들의 일상들이 우리의 비슷하고 닮아있다는 생각이 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주변에 혹시 세월호 다큐못 보겠다고 하시는 분들께 봐도 돼!” 이렇게 이야기해주셨으면 좋겠고(웃음), 토닥임을 같이 한 번 경험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정지혜 : 어떤 날은 힘들다가 이날은 또 주춤거리다, 다음 날은 힘 솟구쳐 오르는, 본인 안에도 내적 갈등들이 있잖아요. 그러한 본인 내면의 모습을 카메라 앞에서 솔직하게 이야기해 줄 수 있다는 것으로 저분과 내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점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영화에서 인터뷰를 해주신 분들의 주저함, 말 한마디를 어떻게 골라야 할까 굉장히 고심하면서 말을 이어나가시는 모습, 잠깐이지만 눈가에 눈물이 고이지만 추스르시는 모습들이 영화의 감정을 순간들을 지켜봐 주고 기다리면서 감정의 출렁임을 자연스럽게 이어나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특히 이옥영 님과의 인터뷰가 감독님께서도 쉽지 않으셨을 거 같고, 지성 양의 이야기도 굉장히 사려 깊게 해주셨던 것 같아서 감독님께서 그분을 담는 데에 있어서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컷들을 선택하셨을지 조금 더 들어볼 수 있을까요?

 

주현숙 : 제가 다큐멘터리를 하는데 있어서 조금 유리한 게 하나 있는데요. 제가 조금 권위가 없어요. 그래서 주인공 분들은 저에게 많이 편안하게 해주시는 것 같아요. 제가 다큐멘터리 작업들 중에서 인터뷰하는 작업 자체가 너무 좋아요. 사실 너무 힘든 일이긴 하거든요. 인터뷰 전날에는 잠도 잘 못 자고, 밥도 잘 못 먹고 굉장히 시달려요. 그런데 자료 조사와 사람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을 것인가 시뮬레이션을 하고, 기대하고 또 뭔가를 발견하기 위해서 그 시간을 되게 집중하고, 그 과정 자체가 저는 되게 좋은데요. 막상 촬영을 하게 되고 인터뷰를 하게 되는 순간에는 저 혼자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옆에 카메라도 있고, 조명도 쳐야 하고 마이크도 설치해야 해서 되게 정신이 없거든요. 그래서 제가 어떤 말을 할 때 울컥하거나 그러면 인터뷰를 할 수 없잖아요. 순간적으론 되게 예민한데 몸에 익은 대로 자전거 타는 것처럼 촬영을 하거든요. 그런데 또 몸과 마음은 다 열려있고, 이 사람의 어떤 메시지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아주 사적인 이야기부터 해나가는 과정 안에서 이끌어 내고자 했죠.

 

정지혜 : 관객에게 또 마이크를 넘겨보겠습니다. 영화 어떻게 보셨는지도 좋고요. 사실 이 영화 <당신의 사월>은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엔딩 크레딧처럼 관객들과 함께 이야기하기 위함이 이 영화의 역할이자 몫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관객 1 : 세월호 참사 이전에 저도 비슷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었던 한 사람으로서, 장면에는 없지만 헬기를 타고 해경이 갑판에 내려왔을 때, 겁먹은 해경의 모습을 보고 난 뒤 4월이 되면 그 해경이 생각나요. 이 영화를 보면서 제가 숨이 많이 가빠올 것 같았는데, 그게 너울성 파도처럼 넘어가지는 거예요. 그런 울렁임이 넘어가고 안정되게 볼 수 있었던 영화라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주현숙 : 지금 말씀해주신 것과 같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세요. 덕분에 덜 힘들게 봤다. 그 말 자체도 굉장히 슬픈 말이긴 한데, 덕분에 잘 볼 수 있었다는 말씀을 들으면 참 감사해요. 저희도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 어떤 상황은 더욱 극적으로 연출하고 싶기도 하거든요. 엄청 뜨겁게 만들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 때도 있었지만 조절하기 위해 모든 동료들과 애썼던 것 같아요. 편집 감독님이 감정들을 막 쌓아 올려두시면 그걸 또 깎아내고, 사운드도 얹은 것들을 걷어내고. 그런 과정의 작업을 할 때는 많이 힘이 들었어요. 감정을 온전히 다 느껴본 뒤, 그것을 계속해서 깎아내는 것이 영화 만드는 내 가장 어려웠던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관객 2 : 영화 정말 잘 봤습니다. 저도 교사를 직업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당시 아침에 학생들과 함께 출근하면서 기사를 접했는데요. 수업 중간에 전원 구조되었다는 말을 듣고 생각 없이 하루를 지내고, 저녁때가 돼서야 집에 돌아와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 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더라고요. 학생들과 다음 주에 계획되어 있었던 체험학습들은 물론 전면 취소가 되었고요. 그 영화에서 다뤄졌던 부분과 같이 누가 더 큰 피해를 입고, 누가 더 작은 피해를 입었다고 하는 것이 스스로에게도 계속되는 고민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느 순간에는 나는 이 정도만 슬퍼도 된다는 합리화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4월이 다가올 때 슬픔이 느껴지면, ‘나는 또 잊고 살았지하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영화 내에서는 유가족들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선체도 나오지 않았고. 그런데 촛불을 들던 때 생존자 학생이 말하는 장면은 유독 길게 나왔다고 생각이 드는데 어쩌면 가장 가깝게 상황을 겪은 사람이기도 하잖아요. 그 장면의 의도가 궁금합니다.

 

주현숙 : 사실 그 장면은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때는 넣지 않았어요. 고민이 굉장히 많았죠. 말씀하신 것처럼 당사자이기 때문에. 슬픔에 위계를 나누어서 누군가는 말을 하지 못하도록 작동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 모두가 이 참사의 당사자이고 피해자이기도 한데, 우리가 당시 살아남은 사람들을 생존자라고 이야기하잖아요. 그래서 그 학생이 우리들을 대표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너무나 직접적인 피해자이기도 해서 고심했지만 넣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어요. 스스로가 직관형의 사람인지라 처음에는 그 이유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학생이 트라우마로서 상황을 받아들이고 피해자의 입장을 알고 이야기하는 것으로 힘듦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듯 이 영화가 어떻게 보면 저에게도 그러한 노력의 시작이지 않을까.

 

정지혜 : 감독님께서 말씀해주신 것 듣고 영화를 다시 떠올려보니 꼭 있어야 했던 장면이었던 것 같아요. 오늘 또 긴 시간을 이렇게 이야기 나누어 보았는데요. 결국 감독님께서는 일상의 재건이라는 것이 필요하고, 그것을 위해 계속 무엇인가 따로, 또 같이 해나가실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 마지막을 자리해주신 관객에게 하시고 싶은 인사 말씀과 좀 전에 관객께서 앞으로 세월호와 관련해서 어떤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는지에 대한 질문에 하신 감독님의 답변이 제게는 조금 의미심장이 들렸거든요. 그 이야기도 조금 더 덧붙여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주현숙 : 저는 어떤 장르로든 세월호와 관련한 이야기는 꾸준히 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우슈비츠와 관련한 영화가 아직도 나오는 것처럼. 다만 유가족을 피해자 프레임으로 두고 박제하는 영화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것이 어찌 되었든 혐오를 구축하는 가장 처음 단계이기 때문에 그것이 작동할 여지를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세월호 참사를 잘 성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이 있기에 그 방법만은 아니길 바랍니다.

 

이 영화를 처음 상영하고 난 뒤에 유가족들이 어떻게 보실까에 대해 상당히 걱정했었어요. 유가족이 등장하지만 어떤 말씀을 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유가족이 아닌 분들이 슬프다고 이야기하고.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상당히 궁금하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를 보시고 난 뒤에 유가족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사건 당시에는 너무나 경황이 없었는데 그 때부터 지금까지 너무 많은 사람들이 곁에 와서 도움을 주고, 옆을 지켜주셨는데 고맙다는 말씀을 제대로 하지 못한 부분이 계속 생각이 나셨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 영화를 통해 그때의 고마웠던 사람들이 모두 생각이 났다고 하시더라고요. 꼭 대신 관객들에게 이 말을 전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여러분들이 잊지 않고 감염병에 대한 위험이 있는 시기에 극장에서 영화를 보시고, 아플 거 뻔히 알면서 오셔서 영화를 봐주셔서 너무 고맙다는 말을 전해달라는 당부를 하셨어요. 또 한 분은 7년이라는 시간 동안 부모된 입장에서 정말 많은 것들을 하셨는데, 스스로는 부모니까 행동했지만 그걸 바라보는 일반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너무 궁금하셨대요. 그런데 전 국민을 대표하진 못하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시민들을 통해서 받은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당신의 사월>이 많은 분들의 홍보를 통해서 더욱 많은 관객들을 만나 뵐 수 있기를 바라고요. 제게 어떤 걸 더 하고 싶냐하는 질문을 하실 때, 저는 그저 포기하지 않고 건강하게 일상을 잘 일궈가셨으면 좋겠다고 답을 드리는데 다들 정말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건강하세요, 다들.

 

-녹취/정리 윤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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