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프로페서 앤 매드맨> 리뷰 : 참회와 용서의 영화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1. 6. 16. 16:04

본문

<프로페서 앤 매드맨>

참회와 용서의 영화

 

<프로페서 앤 매드맨>은 대영제국 시절 첫 번째 옥스퍼드 영어 사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 거의 표면적인 내용이고 여기에는 계급을 뛰어넘은 우정, 진정한 참회와 용서가 담겨 있다.

 

교수 제임스 머리(멜 깁슨)와 미치광이(숀 펜)는 우연히 인연이 닿는다. 사전을 만들기 위한 제임스 머리의 무작위 대상 호소문에서 열렬히 응답한 사람이 바로 정신병원에 갇힌 윌리엄 마이너다. 제임스 머리 역시 보수적인 영국 학계에서 차별받고 무시당했던 사람이지만, 어쨌든 그는 중상위층 사람이다. 윌리엄 마이너는 미국인이고, 군의관이었으나 정신병을 앓고 있고 살인을 했다. 여기에는 엄청난 계급 차가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저 단어의 어원과 예문으로, 사전을 완성해 나가는 일로 친구가 된다. 사전 편찬 일을 하게 된 계기는 서로 다르지만 어쨌든 우정을 쌓아나가게 되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보면 이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제임스 머리는 윌리엄 마이너와의 관계 때문에 학회와도 아내와도 곤욕을 치른다. 그래도 제임스 머리는 윌리엄 마이너와의 우정을 놓치지 않는다. 윌리엄 마이너에게는 진정으로 참회하려는 태도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영화는 윌리엄 마이너의 태도로 인해 성립한다. 그는 그가 살해한 사람의 배우자인 일라이자 메렛(나탈리 도머)에게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한다. 자신의 군인 연금을 가장을 잃은 일라이자 메렛에게 전부 전한다. 잘못은 빌어도 용서해줄 것을 기다리지 않은 채 진정으로 참회한다. 일라이자 메렛 역시 배우자의 죽음으로 영국에서 화제가 되어 많은 동정을 받았지만, 실제로 그의 삶은 악화일로였다. 너무 분하고 수치스럽지만 아이들의 삶도 있기에 마지못해 윌리엄 마이너의 연금을 받기로 한다. 그리고 이 상황을 자기 자신에게 납득 시키려고 윌리엄 마이너를 만나기 시작한다. 윌리엄 마이너가 배우자를 살해한 것은 사실이고, 또 그가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정신병이 있다는 점이 사람을 죽인 것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지만, 일라이자 메렛은 어쨌든 한 사람을 이해하기 시작하고 결국엔 용서한다.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싶지만, 엄청난 용서에는 어쩔 수 없는 감동이 있다.

 

영화가 전면적으로 내세우지는 않지만,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누구나 속죄받고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기독교 정신이 짙게 깔려있다. 제임스 머리가 윌리엄 마이너과 교류하고 있다는 걸 아내가 알았을 때 기독교 정신에 대해 짧게 직접 언급을 하기도 한다. 흔히들 절대 용서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살인자여도 영화와 영화 속 인물들은 그를 용서하기로 한다. 물론 실화가 그러해서 당연히 실화를 따랐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기획 단계를 살펴보면 주연인 멜 깁슨이 이 영화의 원작이 되는 교수와 미치광이의 영화화 판권을 구입하고 연출자를 직접 섭외했다고 한다. 그의 지난 연출작 <핵소고지><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떠올려보면 기독교적인 가치에 매력을 느끼고 이 영화가 제작되지 않았을까 싶다. 1800년대 제국주의를 배경으로 하는 당시의 가치로서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송은지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