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인트로덕션> 리뷰 : 절실하게 안을 것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1. 6. 16. 10:05

본문

인트로덕션 INTRODUCTION

절실하게 안을 것

 

영화는 전작 <도망친 여자>처럼 3부로 구성되어 있다. 3부로 나누는 기준은 아마 시간과 장소인 것 같고, 특히 시간의 영향력이 명확하다. 영호가 아빠(김영호)를 찾아가는 때는 아주 오래된 과거, 주원을 찾아갈 때는 전보다는 덜 오래된 과거, 엄마(조윤희)를 찾아간 때는 최근인 것처럼 보인다. 이는 대사를 통해 추측한 것이며, 세 시간대 사이에는 적어도 각각 몇 년간의 공백이 있는 것 같다. 1에서 주원과 한국에서 함께 했던 영호는 2에서 독일에 이미 유학을 떠난 주원을 만난다. 2에서 무작정 애인을 보려고 독일로 갔던 영호의 시간은 3에서 이혼하고 독일에서 돌아온 주원을 만난다. 또한, 1에서 우연히 같은 병원에 머물렀던 영호와 배우(기주봉)은 영호가 배우가 되려고 노력했던 상당한 시간을 보낸 후 3에서 다시 만난다. 여기에는 연속적이지 않은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시간 간격을 두고 자리한다.

 

보통 영화들은 영화 속 인물과 관객이 함께 보거나 겪은 과거를 통해 이어지기 마련이지만, <인트로덕션>은 관객은 본 적 없으나 인물들은 겪은 과거로 영화를 이어간다. 1의 영호 아빠와 배우의 과거, 영호와 간호사의 과거, 2의 주원 엄마와 화가의 과거, 주원 엄마와 영호의 과거, 3의 영호 엄마와 배우의 과거, 한국으로 돌아온 주원과 영호의 과거에 대해 말하는 것 등으로 옅은 연속성을 갖는다. 각 세 시간대는 관객이 함께 본 과거를 정조준하지 않는다. 세 시간대의 주요 이슈는 서로 비껴간다. 아주 작은 단서로 전체적인 상황의 흐름을 암시한다. 1에서는 병원에서 벌어지는 영호-아빠, 아빠-배우, 영호-간호사 사이의 일이다. 주원은 말 그대로 스쳐 지나간다. 2에서는 독일에 온 주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원-주원 엄마, 주원 엄마-화가를 비추다 돌연 주원-영호를 주목한다. 3에서는 1에서 별 연관도 없어 보였던 영호와 배우가 여자를 안는 것에 대해 엄청난 논쟁을 벌이게 된다. 영호는 2에서 독일로 유학 갔던 영희의 (꿈이 아닐지도 모르는)꿈을 꾸기도 한다. 작은 단서로 이어지는 3부의 비껴가는 연속성은 다른 것을 눈에 띄게 한다.

 

영화는 하루가 채 되지 않는 시간을 세 번 담는다. 시간이나 서사적인 연속성은 떨어지고 남는 것은 순간이 된다. 3의 논쟁을 관객에게 더 잘 전달하려고 했다면, 1의 영호와 배우의 만남을 더 중점적으로 다루었을 것이다. 2에서 영호와 주원의 만남을 더 극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면 1에서 영호와 주원의 만남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는다. 순간을 잘 각인해야 한다. 영화는 두 사람이 서로 안는 것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그것도 아주 절실하게. 3에서 영호와 배우의 논쟁이 됐던 여자를 안는 것에 대한 말장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누군가를 진짜로 안든 가짜로 안든 무슨 상관이냐는 배우와 진짜로 사랑하지 않으면 안을 수 없다는 영호의 입장은 아주 팽팽하게 맞선다. 진짜를 상정하고 만들어진 (가짜인) 영화에서 진짜와 가짜를 논한다는 게 난센스 같지만, 어쨌든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아니 이 영화 전체에서 이것 하나가 중요하다. 우리가 서로 안았고, 그 순간이 중요하다는 것.

 

-송은지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