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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노바> 리뷰 : 마지막 순간 가장 밝게 빛나는 사랑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1. 6. 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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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노바>

마지막 순간 가장 밝게 빛나는 사랑

 

삶이 마지막을 향해 갈 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더구나 그 삶의 마지막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를 헝클어뜨리고 내 존엄성마저 위협한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리고 그 곁을 지키는 사람은 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영화는 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연인이 겪게 되는 고민과 갈등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동시에, 마지막 순간에 더 아름답게 빛을 발하는 그들의 사랑을 보여준다.

 

공간적으로 캠핑카와 샘(콜린 퍼스)의 고향집, 그리고 호젓한 저택이 영화의 전개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먼저, 캠핑카라는 공간적 협소함은 필연적으로 두 사람의 성향과 상호관계, 그리고 여정에서 그들이 겪는 심리 변화를 밀도 있게 담아낸다. 더불어 그들이 캠핑카로 여행하는 잉글랜드 북부의 아름다운 자연은 마치 그들이 함께 걸어왔던 삶의 궤적을 되짚어 보여주는 듯하다. 산과 들, 호수를 유유히 돌아 이어지는 여로처럼 그들은 서로에게 행복한 추억과 안식처가 되어 왔으리라. 시시껄렁한 농담 속에도 서로를 향한 시선은 더없이 다정하고 짧은 순간 마저도 영원히 잡고 싶은 마음이 느껴진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70년대 팝 감성을 소환하다가 어느 순간 가사가 마음에 와서 콕콕 박힌다. “아픈 시간은 이제 안녕, 슬픈 기억은 영원히 사라져, 그저 잠깐 비가 내린 거야

 

사랑하는 사람의 추억이 담긴 고향집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조촐하게 벌이는 파티는 영화가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매우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과 친구들은 밝고 다정하며 따뜻하다. 치명적인 질병에 걸린 터스커에 대해 걱정을 하거나 위로하는 대신, 그를 사랑하며 아끼는 마음을 말과 행동으로 느끼게 해준다. 터스커(스탠리 투치)의 편지를 샘이 대신해서 읽어주는 장면은 고요하고 포근하며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차서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자신이 앓고 있는 병에 대한 유쾌하면서도 담담한 공개와 자리를 함께해준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깊은 고마움, 샘과의 사랑에 대한 감사와 홀로 남겨질 그를 부탁하는 마음은 잔잔하게 다가오다가 어느 순간 코끝을 찡하게 만든다. 스크린 가득한 그들의 사랑이 그 온도와 깊이까지도 온전하게 관객들의 마음에 전해진다. 그리곤 빗속에 작별하는 모습은 그들의 운명을 예견하는 듯해서 아프다.

 

피할 수 없는 순간이 결국 두 사람에게 다가온다. 마치 그들이 처한 상황을 말해주듯 외지고 고즈넉한 저택에 도착한 그들은 갈등을 겪는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마감하기로 결심하고 남몰래 준비를 해온 터스커의 계획이 드러나자 꾹꾹 눌러왔던 각자의 감정이 터지고야 만다. 더 이상 글을 읽거나 쓸 수 없는 작가가 느끼게 되는 자괴감과 사랑하는 이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인해 자신의 의지로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을 하고 싶은 터스커. 그리고 터스커가 무너져가는 모습까지도 여전히 사랑하며 끝까지 그와 함께하겠다고 말하지만, 터스커가 느끼는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샘. 그들은 삶과 존재의 의미와 사랑이 감내할 수 있는 한계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에 관객들을 끌어들인다.

 

두 사람이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어쩌면 두 사람이 마지막을 함께 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법적이든 도덕적이든 보는 이에 따라 분명히 의견이 갈릴 것이다. 하지만, 터스커가 좋아하던 에드워드 엘가의 <사랑의 인사>를 연주하는 샘의 모습은 터스커의 부족한 모습까지도 따뜻하게 보듬고 사랑하며 선물하는 작별 인사로도, 아니면 영원히 함께하자는 약속의 인사로도 느껴진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슈퍼노바가 의미하는 것처럼 사랑이 마지막 순간에도 변치 않고 오히려 더욱 밝게 빛나길, 그리고 그것이 새로운 사랑의 싹들을 틔우게 될 것임을 영화는 믿고 있다.

 

-관객 리뷰단 이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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