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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즐겁다> 리뷰 : 이별을 통해 한 뼘 자라나는 아이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1. 6. 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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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즐겁다>

이별을 통해 한 뼘 자라나는 아이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는 죽음의 기운으로 가득하다. 영화는 다이(이경훈)가 마주해야 하는 엄마 정은(이상희)의 죽음을 담담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그러나 죽음이라는 관념이 보통 지니고 있는 불쾌한 끈적임과 스산한 불안함이 이 작품에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죽음이란 살아있는 이들이 누구나 겪는 이별의 과정으로 여겨진다. 그렇기에 <아이들은 즐겁다>에서 다루는 죽음에는 따스한 기운이 감돈다. 그리고 극이 진행되는 동안 다이를 둘러싸고 있는 일상이 새싹이 움트는 듯 푸릇함으로 물들어 감을 느낄 수 있다. 죽음이라는 이별을 겪은 뒤에 새로움이라는 생기가 퍼져가는 과정을 영화는 한 아이의 성장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다이라는 이름이 지니고 있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다. 다이란 ‘~답게를 나타내는 순우리말이다. 다이의 성이 정 씨라 성과 이름을 붙여 부르면 정다이 즉, 정답게라는 뜻을 나타낸다. 이름이 지닌 뜻처럼 다이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는 정()이 넘친다. 그중 민호(박예찬)와 유진(홍정민)과 나누는 순수한 우정이 가장 인상적이다. 전학 간 학교에서 다이는 금세 민호와 유진과 가까워지고 삼총사가 된다. 세 아이가 하굣길에 아지트라 불리는 컨테이너 박스에서 그림을 그리고 역할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민호와 유진과 함께 하는 장면에서 다이는 너무나도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동시에 다이라는 이름에서 죽음(Die)이 야기하는 이별이 느껴진다. 커다란 가방을 메고 밝게 웃으며 엄마를 향해 달려가는 다이의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다. 다이가 곧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마주해야 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정은의 죽음이 다가오는 동안 다이는 또 다른 이별을 경험한다. 아지트로 삼았던 컨테이너 박스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뒤이어 유진이 할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친척 집으로 이사를 가면서 다이는 소중한 친구와 헤어진다. 상실의 아픔을 겪는 다이를 위로해 줄 부모는 입원과 돈벌이 때문에 다이와 함께하지 못한다. 홀로 집 안에서 이불 위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는 다이의 뒷모습은 너무도 쓸쓸해 보인다.

 

엄마와의 헤어짐을 받아들이기 힘든 다이의 마음을 쏟아지는 빗물이 대변하는 듯 보인다. 하염없이 쏟아지는 빗물은 마치 다이가 흘리는 눈물처럼 느껴진다. 그치지 않을 것 같던 비는 어느새 멈추고 날이 갠다. 다이의 옆에서 비를 맞은 화초는 노란 꽃을 피운다. 슬픔을 양분으로 자라난 새 생명을 희망찬 기운을 내뿜고 있다. 다이는 꽃을 피운 화초를 엄마에게 보여주고자 인천에서 청주를 향해 여행을 나선다. 민호와 시아(옥예린) 그리고 재경(박시완)이 다이의 여행에 동참한다. 길을 잘못드는 바람에 네 아이의 여행길에는 위기와 고난밖에 보이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뭐가 즐거운지 연신 웃음을 멈추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다이는 엄마 정은이 있는 요양병원에 다다른다. 엄마를 만나는 다이의 손에는 노란 꽃이 들려있지 않다. 다이는 죽어가는 꽃을 엄마에게 보여주는 대신 그것을 도로 옆 꽃밭에 심어준다. 이러한 다이의 행동은 엄마와의 이별을 받아들이는 결심으로 느껴진다. 더 이상 엄마를 만날 수 없지만 엄마와 함께 한 시간은 추억이 되어 다이라는 한 어린 존재에게 스며들어 있다. 엄마의 장례를 마친 다이는 이전보다 밝게 웃고 있다.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과 함께 교문을 향해 달려 나가는 모습이 참으로 활기차다. 이별을 마주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다이는 한 뼘 성장하고 있다.

 

-관객 리뷰단 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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