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파리의 별빛 아래> 리뷰 : 서로를 잘 살필 수 있도록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1. 5. 25. 13:57

본문

<파리의 별빛 아래>

서로를 잘 살필 수 있도록

 

<파리의 별빛 아래>는 프랑스 파리의 거리에서 살고 있는 홈리스 크리스틴(카트린 프로)과 엄마를 잃고 혼자 파리를 떠돈 아프리카계 소년 술리(마하마두 야파)의 며칠간을 따라가는 이야기다. 영화를 연출한 클로스 드렉셀은 이미 2013년에 제작한 <세상의 끝에서Au bord du monde>라는 다큐멘터리로 파리의 홈리스 이야기를 심도 있게 다룬 바가 있다. <파리의 별빛 아래>는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된 극 영화이기도 하다. 극 영화의 특성상 처음부터 기획하고 의도한 바를 보여준다고 할 때, 홈리스와 난민에 대한 인지나 인식 개선에 관한 것도 있겠지만 연출적인 면에서 더 두드러지는 것은 대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아닌가 싶다.

 

크리스틴은 오프닝 신에서 보여준, 아기의 사진이 불에 타버린 것으로 짐작되는 사연으로 인해 거리에서의 삶을 시작한 것 같다. 그는 길고양이의 밥을 챙겨주고 새와 인사를 주고받지만, 사람들과의 관계는 완전히 단절된 것 같다. 그런데 말도 전혀 통하지 않는 아이 술리가 나타나서 아주 오랜만에 인간과의 상호작용이란 것을 하게 된다. 이들의 의사소통은 언어로는 통하지 않기 때문에 인물들은 감각을 예민하게 곤두세워서 서로의 원하는 바나 기분을 잘 잡아내야 한다. 그런데 의외로 서로를 잘 살피는 이것은 오히려 언어로 통하는 의사전달보다 훨씬 깊이 서로를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 그들의 상호작용에는 틀림이 없으며 어쩐지 충분한 살핌 이후에 이어지는 행동에는 다정한 기운이 어린다.

 

영화 역시 언어가 아닌 이미지들을 통해 인물들을 세심히 살피도록 만든다. 크리스틴과 술 리가 술리의 엄마를 찾는 여정을 이어가는 도중에 지금의 상황과는 완전히 다른 이미지들을 중간중간 삽입한다. 엄마를 찾는 술 리가 꿈인지 생시인지 주위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빨간 전통의상을 입은 여성을 따라가는 장면이나 푸티지 영상처럼 갑자기 떠오르는 해변의 모습, 만화경을 통해 보는 이미지들이 그러하다. 크리스틴이 직접 말로 설명하지는 않지만, 지금 크리스틴의 어려움에 대해 말로 전달했을 때보다 깊이 공감하게 한다. 술리의 엄마에 대한 그리움 역시 행동으로 전해졌을 때 더욱 강렬하게 와닿는다.


감독은 거리에서 생활하는 누구나 이런 이해심이나 공감하려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단언하지는 않는다. 잃을 것이 없는 이들의 세상에서 어떤 사람들은 아주 쉽게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공공의 선을 쉽게 넘을 수도 있다. 술리를 따라 들어갔던 지하에서 사람 하나 죽어 나가는 것쯤은 별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감독이 보여준 두 인물의 태도에서라면 분명히, 우리에게 아무것도 남지 않더라도 무언가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가끔은 아무것도 남지 않은 사람이 우리가 어떻게 계속해서 인간일 수가 있는지를 되새기게 만든다.

 

-송은지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