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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 애즈 유 아 > 리뷰 : 내 모습 그대로 열망하리라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1. 5. 1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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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 애즈 유 아>

내 모습 그대로 열망하리라

 

영화 <컴 애즈 유 아>는 일탈을 꿈꾸며 여행에 나선 세 청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청춘들의 여행을 다룬 영화는 이미 많은 작품이 세상에 나와 있다. 그렇기에 소재에 대한 신선한 매력이 떨어진다. 여행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갖 우여곡절도 여타 작품에 등장하는 에피소드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겉만 보아선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영화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앞선 기술과는 다르게 이 영화는 특별하다. 그것은 세 청년이 각자 지닌 남다름을 마주하는 데에서 만들어진다. 세 청년이 남들과 한끗 다른 신체적 상황에 굴하지 않고 여행을 함으로써 영화의 전반적 분위기는 평범함을 벗어나 강한 개성으로 빚은 독특함을 강하게 내세운다.

 

여행에 오르는 세 청년들은 저마다 다른 신체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스코티(그랜트 로젠마이어)는 전신 마비 장애가 있다. 얼굴과 손가락 일부를 제외하고는 자신의 몸을 스스로 움직일 수 없다. (헤이든 제토)은 다리를 움직일 수 없다. 게다가 앓고 있는 질환으로 인해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 (래비 패텔)는 시각 장애를 가지고 있다. 휠체어와 지팡이에 의지해야만 이동할 수 있는 이들에게 보호자 없이 여행을 간다는 것은 너무도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영화 속의 세계에서 세 사람은 그들을 에워싸고 있는 보호의 장막 안에서 벗어나 일탈을 감행한다.

 

영화의 첫 장면은 석양이 진 해변에서 여인의 실루엣을 비추고 있다. 여인이 모래톱 위에 앉아 있는 스코티에게 다가가 입맞춤을 하려고 하는 순간, 화면은 침대에 누워있는 스코티를 비춘다. 곧이어 스코티의 엄마가 방으로 들어와 스코티가 덮고 있는 이불을 거둔다. 스코티의 성기는 민망하리만큼 꼿꼿이 세워져 있지만 그의 엄마는 그것에 무신경하다. 아들의 성기를 열심히 씻겨주기까지 한다. 자신의 기본적 욕구를 해결할 수 없을뿐더러 그것을 존중받지도 못하는 스코티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오롯이 혼자서만 누리는 자유와 남들과 같은 일상은 스코티와 그의 동료 댓과 모에게는 이룰 수 없는 꿈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영화는 현실이라는 벽 앞에 위축된 세 사람을 모습을 부각시키지 않는다. 시종일관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대화가 여행길에 오른 세 사람을 둘러싸고 있다. 자신의 감정과 욕망을 감추지 않고 당당하게 표현하는 이들의 모습은 조금은 낯설다. 하지만 렌터카 운전사 샘(가보리 시디베)의 존재로 인해 세 사람이 이상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샘은 세 사람의 여정에 동행하면서 한 번도 이들에게 측은지심에서 나오는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 샘은 여행 중에 스코티의 랩이 시끄럽다며 말다툼을 하고 그녀의 팔에 새긴 문신의 문양을 촉감으로 맞추는 모와 연애 감정을 쌓아간다. 샘의 행동은 관객이 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든다.

 

여행의 목적을 달성하고 난 저녁, 맷과 스코티는 대화를 나눈다.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된 여행에서 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인생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맷은 바다를 바라보며 죽음을 맞이한다. 맷의 장례식에서 스코티는 샘과 모의 도움을 받아 맷과 함께 하기로 했던 공연을 시작한다. 장례의 엄숙한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경쾌한 리듬을 타며 스코티는 랩으로 맷과의 여행을 추억한다. 스코티의 공연을 바라보는 추도객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코티는 공연을 끝까지 해낸다. 스코티의 마지막 모습에서 세상의 시선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할 것이라는 결의를 느낀다.

 

-관객 리뷰단 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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