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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 콜> 리뷰 : 눈과 귀가 모르는 사이에 죽음이 다가오리라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0. 3. 1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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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 콜>

눈과 귀가 모르는 사이에 죽음이 다가오리라

 

영화는 핵전쟁을 막기 위한 사투를 그린다. 대통령 명령으로 적진에 핵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무적함’(SSBN)과 이를 호위하는 핵 추진 공격 잠수함 티탄함’(SSN)은 미사일 발포를 저지하기 위해 서로가 적이 되어 싸워야 한다. 이 안타까운 상황은 어이없게도 영화의 주인공인 샹트레드(프랑수아 시빌)가 청력이 너무 뛰어났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샹트레드가 어떤 소리를 너무 잘 들어서, 그 소리의 정체를 너무 알고 싶어서 벌인 행동이 비극의 씨앗을 움트게 한 것이다. 두 잠수함 사이에서 어떠한 통신도 오고 갈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서 샹트레드는 무적함(SSBN)의 위치를 찾아내기 위해 헤드셋을 쓴다. 죽음의 공포에 휩싸여 자신을 압박하는 주변 사람들의 고성은 어느새 사라지고 샹트레드는 바다가 내보내는 소리에 집중한다.

 

어둡고 깊은 바닷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사실 일반인이 듣기에는 그저 유수의 마찰음이다. 그러나 샹트레드가 소리를 듣고 이미지를 그려낼 때 그 소리는 고유한 물상을 드러낸다. 샹트레드가 소리를 분석할 때 카메라는 그의 얼굴을 클로즈업하여 관객에게 보여준다. 눈을 질끈 감은 채 소리를 알아내려 애를 쓰는 샹트레드의 표정이 온 화면을 덮어버린다. 그의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미간을 찌푸린 채 화면 속의 소리에 집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연출은 영화 속 주인공이 절체절명의 순간마다 느끼는 초조함, 다급함, 간절함과 같은 감정을 더욱 진하게 전달한다.

 

영화의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바로 마지막 장면이다. 테라스 앞에 서 있는 샹트레드의 뒤편에서 샹트레드의 연인이 그의 귀를 가리려 두 팔을 벌린 채 다가오는 것을 담고 있다. 영화는 이 장면과 거의 동일한 장면을 영화의 중반부에 먼저 보여주는데 두 장면이 끝나는 지점만은 확연히 다른 모습을 취하고 있다. 그 차이를 알아차리는 순간, 설명하기 어려운 서글픔이 밀려온다. 인간으로 태어나 무엇을 위해 열심을 다해 살아가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관객 리뷰단 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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