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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실이는 복도 많지> 리뷰 : 우주에서 온 장국영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0. 3. 1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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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실이는 복도 많지>

우주에서 온 장국영

 

찬실 앞에 등장한 장국영은 누구일까? 영화배우? 귀신? 닮은 사람? 영화 속에서는 정확한 해답을 주지 않는다. 장국영(김영민)은 찬실의 옆에서 고민을 듣고 답을 찾아나가는 것을 돕는다. 갑자기 등장하여 찬실(강말금)의 눈에만 보이는 기묘한 존재, 장국영이 궁금해졌다.

 

처음에는 찬실의 자아에서 파생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찬실은 홍콩영화를 좋아하고 경험한 세대다. 90년대 홍콩영화를 이끈 대중성과 예술성을 두루 갖춘 장국영이라는 인물로 표현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찬실과 장국영의 마지막 장면을 지켜보며 저 멀리 어딘가에서 온 어떤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국영은 찬실에게 마지막 인사말을 건넨다. “멀리 우주에서도 기억할게요그는 머나먼 우주에서 찬실을 지켜본 수호신이 아닐까.

 

신화에 등장하는 수호신은 주인공에게 조언과 예언을 건네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는다. 힘든 이들을 위하여 도움을 주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다.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지만 방법을 몰라 허둥대는 주인공 앞에는 이끌어 줄 이가 필요하다. 장국영은 찬실이 좌절하고, 무시당하고, 혼란스러울 때 등장한다. 기묘한 존재의 등장으로 영화는 활력을 얻고 동시에 찬실의 여정을 희망을 품고 지켜볼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장국영은 찬실이 알고 있지만 모른 척해온 사실과 새로운 깨달음을 바라볼 수 있도록 방향을 이끌고 용기를 준다. “찬실 씨, 찬실 씨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뭔지 알아야 행복해져요. 찾을 수 있어요. 찬실 씨 멋진 사람이에요찬실은 영화로 인해 살아가는 것이 아닌 삶, 그 자체를 궁금해하며 그 속에 영화도 같이 살아갈 것을 얘기한다. 찬실이 깨달음을 얻는 순간, 수호신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찬실은 삶을 재정비한다. 조금 홀가분해 보이기도 한다. 아직도 현실은 전구가 나간 옥탑방이지만 랜턴을 들고 기꺼이 길을 나선다. 전구를 사러 나가는 길, 찬실은 달을 보며 기원하듯이 속삭인다. “우리가 믿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화면이 전환되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 하얀 설원을 달리는 영상이 극장에서 상영된다. 유일한 관객은 장국영이다. 그는 박수 치며 퇴장한다. 다음 영화를 보러 가듯 어디론가 떠난다.

 

-관객 리뷰단 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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