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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암 갤러거> 리뷰 : 처음 만나는 리암 갤러거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0. 3. 17.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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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암 갤러거>

처음 만나는 리암 갤러거

 

전설적인 밴드 오아시스도, 주인공인 리암 갤러거도 모르는 관객이 이 영화를 어떻게 볼까? 리암 갤러거의 음악을 아는 팬이라면 이 영화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감동하게 될까? 이 영화는 그를 아는 관객에게든 모르는 관객에게든 예상외의 것을 선사한다. 영화 속 리암 갤러거가 과거의 오아시스가 아닌 현재의 자신을 호명하는 어린 팬을 보며 자신의 재기와 음악의 힘을 다시 확인하듯, 영화를 보고 나면 그를 모르는 관객은 물론, 안다고 생각했던 관객도 겉모습 뒤에 숨겨진, 본 적 없는 그의 이면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현재의 시점에서 리암 갤러거가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 모습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곧이어 과거 오아시스 해체를 둘러싼 자료화면들이 쏟아지고, 그는 거친 언어로 그때의 심정을 이야기한다. 당시 혼란스러운 상황을 화면에 보여주는 방식이 흥미를 끈다. 삼 분할된 프레임의 무대 영상 속에 리암 갤러거의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각각의 프레임으로 나눠진 화면 안에는 주변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는 그의 모습이 가득 차 있다. 당시 그의 상황은 무대 위의 쇼처럼 소비된다. 그는 자극적이고 도를 넘는 말을 하는 언론과 떠나간 가족 때문에 지치고 무기력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 빠른 템포로 진행되는 그 상황을 지켜보다 보면 그에게 공감하고 함께 지쳐가는 체험을 하는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든다. 어느 정도 그가 자초한 것이 아닌가.

 

전반부를 통해 본 리암 갤러거는 성급하고 과시적이고 무례해 보인다. 공격적인 언론을 더욱 자극하여 상황을 악화시키는 그의 말과 행동을 빠른 편집으로 보여준다. 그러다 쉼표를 찍는다. 부감으로 담아내는 도시의 풍광이나 그를 설명하는 주변인의 인터뷰를 정적이고 차분하게 보여준다. 주변 인물들의 지지를 담은 인터뷰가 오로지 그를 관객에게 이해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 것은 아닌지 불편한 마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넓은 화면과 인터뷰는 영화의 속도를 늦춤으로써 계속되는 실패에 무너졌던 그에게 주위의 동료와 가족들을 돌아보게 하는 기회를 준다. 더불어 관객에게 빠른 진행 속에서 알지 못했던 그의 진솔한 모습을 보게 하고, 그가 자신만의 음악을 쌓아가는 것을 지켜볼 여유를 갖게 한다.

 

영화는 끝에 가서 다시 처음 장면으로 돌아간다. 다시 등장한 삼 분할된 무대 영상은 전과 다르게 넓은 무대 위에 여유롭게 서 있는 리암 갤러거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영상 속 그는 더 이상 프레임에 갇힌 듯 답답해 보이지 않는다. 그는 앞으로도 무대에 설 것이고, 동시에 계속해서 어떤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하지만 큰 걱정을 하지 않고 마지막에 흘러나오는 그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건, 한 인간에게 보낸 주변의 지지가 어떤 변화를 만들어 냈는지를 리암갤러거의 모습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객 리뷰단 박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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