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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는 길> 리뷰: 더불어 사는 세상으로 가는 길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1. 5. 1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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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는 길>

더불어 사는 세상으로 가는 길

 

몇 년 전, 파렴치한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오로지 아이들의 학교를 만들기 위해 무릎을 꿇었던 엄마들의 모습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리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그 깊은 내막이나 결말은 모르고 흘려버렸던 서진학교의 개교에 얽힌 이야기가 담긴 영화이다. 나아가 영화는 그 사건의 표피적인 결과에 머물지 않고 평등한 교육과 장애인 복지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와 그 이면에 드리워진 차별과 배제, 무분별한 개발과 같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부조리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하기를 제안한다.

 

영화는 교육의 형평성에 대한 문제부터 들여다본다. 등교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을 장애아들의 절반 정도가 왕복 1~4시간을 등하교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면, 이 사회에서 그들의 배울 권리가 얼마나 존중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기초자치단체별로 특수학교가 최소한 1개교만 있어도 해결될 문제이지만 현실과의 거리는 너무나 멀다. 장애인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정당하게 누려야 할 교육의 권리와 자립의 기회를 언제까지 유보할 것인가, 그리고 그 당연한 권리를 투쟁해야만 겨우 얻을 수 있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뿌리 깊은 차별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영화는 묻는다.

 

물론, 특수학교 자체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하는 정책이기에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사실에 장애인 부모들도 공감한다. 하지만 일반학교에서는 어떠한 배려도 받지 못하여 방치되고 괴롭힘의 대상이 되는 장애인의 현실 때문에 결국 부모들도 특수반이나 특수학교를 원하게 된다. 이것은 자연스레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지낼 수 있는 기회를 원천 봉쇄하고 서로를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로 고착화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어릴 때부터 배제나 격리가 아닌 서로 어울리며 각자의 방식과 속도로 조화를 이루며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학습하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 수 있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길이 아닐까.

 

여기에서 영화는 소수자의 삶을 더욱 힘겹게 만드는 차별과 배제에 대해 좀 더 깊이 들어간다. 서진학교의 부지가 된 공진초등학교는 서울의 아파트 밀집 지역에 위치해 있음에도 폐교되었는데 그 내막을 알아보면 우리 사회에 깊이 박힌 치부와 마주하게 된다. 공진초등학교는 1990년대 초 무분별한 개발과 함께 가양동에 조성된 영구임대아파트 단지에 그들의 자녀가 주로 다니던 학교였다. 공장 노동자, 장애인, 탈북자 등 소위 취약계층을 모두 몰아넣어 탄생한 이 지역의 태생적 문제로 인해 주위로부터 지속적인 차별과 멸시를 받다가 결국 폐교가 됐는데, 그 자리에 장애인을 위해 건립하기로 한 서진학교는 들어서기도 전부터 차별과 냉대에 직면한다.

 

장기적인 안목 없이 시행된 무분별한 재개발과 사회 취약계층을 마치 수용소에 격리하듯 한곳에 몰아넣은 폭력적인 정부 정책은 결국 그 지역에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겼고, 그 상처가 다시 새로운 차별과 갈등을 조장하는 악순환을 만들고야 말았다. 그런 면에서 서진학교의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입장도 자신의 재산권만 챙기려는 이기적인 모습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그들이 감내하고 희생해왔던 불평등과 차별에 대한 개선의 요구라는 측면에서 사회적 해결책도 분명히 필요한 부분임을 영화는 객관적인 시각에서 짚어본다.

영화를 통해 조금은 느리지만 각자의 속도로 배우고 성장해가는 장애인들의 모습과 그들에게서 장점을 찾아내고 감사하는 삶을 사는 어머니들의 모습을 보며 잔잔한 감동을 받는다. 그리고 그 따뜻한 어머니들이 세상의 모든 장애인들을 위해 연대하고, 그들의 교육과 복지를 위해 투사로 나서는 강인한 모습에서는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그 어머니들의 바람대로 장애인에게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는 제반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소수자의 삶을 힘겹게 만드는 우리 사회의 모든 차별과 배제와 맞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차근차근 해나가야 한다. 그것으로부터 우리 사회가 더불어 사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이 될 것이다.

 

-관객 리뷰단 이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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