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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월> 리뷰 : 그리고 당신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1. 4. 9.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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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월>

그리고 당신

 

<당신의 사월>2014416일에 벌어진 세월호의 비극을 우리가 충분히 기억하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하는 영화이다. 영화는 그날로부터 5년이 흐른 시간을 기점으로 지나간 시간을 복기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하고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여러 가지 일들을 비춤으로 세월호의 이야기가 바로 우리의 이야기라는 것을 상기하도록 자극을 준다. 자극을 주는 방법은 담담하고 어떤 의미에서 소박하다. 평범한 사람들을 카메라 앞에 세우는 것이다. ‘기록관리학을 전공하는 학생, 중학교 영어 교사, 서촌 카페 사장, 인권 활동가, 진도 어민이 차례로 카메라 앞에 앉아 2014416일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카메라 앞에 선 사람들은 모두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인천에서 중학교 영어 교사로 일하고 있는 조수진은 세월호 5주기를 기념하여 학교에 세월호 유가족을 초청해 토크콘서트를 진행한다. 서촌에서 카페 통인동 커피공방을 운영하는 박철우는 카페박람회에 마련된 부스 앞에 노란 리본 포스터를 붙여 놓는다. 세월호 사건 당시 고3 수험생이었던 이유경은 자신의 전공을 살려 세월호의 기록물을 관리하고자 한다. 이들이 자연의 섭리라는 망각을 거스르며 세월호의 기억을 재생시키려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세월호 사건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세월호 사건을 이야기하면서 유가족을 내세우지 않는다. 그렇다고 세월호의 사건을 두고 유가족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 곳곳에 삽입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과정, 촛불집회, 합동추모회 등을 기록한 영상 자료는 이 이야기의 중심에 세월호 사건의 유가족들이 있음을 드러낸다. 그리고 영화는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며 함부로 앞에 마이크를 들이밀지 않는다. 대신 유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입을 통해 세월호를 겪으며 변화한 삶을 이야기한다. 이렇듯 세월호 사건의 유가족을 대하는 영화의 태도는 조심스럽다. 이런 태도는 영화를 보는 관객이 세월호 사건에 대해 보다 막중한 책임을 느끼게 한다.

 

영화 안에는 주디스 허먼의 저서 트라우마에서 인용한 문구가 여러 번 등장한다. 흑색 화면 가운데 새겨진 허먼의 문장들은 세월호 사건을 회복해 나가는 과정을 대변한다. 영화에서 마지막으로 등장한 허먼의 문장은 회복의 최종 단계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이다. 이 문장은 영화가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유가족들은 그리고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회복되었는가?’ 영화는 이 질문의 해결책으로 우리를 지목한다. 엔딩 크레딧의 맨 마지막에는 그리고 당신이 새겨져 있다. 이는 관객에게 세월호의 아픔이 회복될 때까지 세월호를 기억하고 애도해야 한다는 책임으로 다가온다.

 

-관객 리뷰단 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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