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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매 | 이승원 감독, 문소리 배우 초청

CINE TALK 씨네 토크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1. 4. 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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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매>

/2021.02.20.

 

이화정 영화저널리스트 진행

이승원 감독, 문소리 배우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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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정 : 먼저 인사를 들어보겠습니다. 강릉에 오신 문소리 배우님과 이승원 감독님께 인사말 듣도록 하겠습니다.

 

문소리 : 안녕하세요, 문소리입니다. 반갑습니다. 다행히 약간 봄날 같은 기운이 느껴져서 더 기쁜 마음으로 왔구요. 여러 가지로 여러분의 마음을 깊숙이 후벼파는 영화여서 토크는 말랑말랑하게 여러분들을 달래드리는 토크로, 심각한 얘기는 집에 가서 하기로 하고. (웃음) 얘기 즐겁게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이화정 : 후벼판다고 했을 때 한숨 소리가 여기까지 잘 들렸습니다. (웃음) 오늘의 토크는 후벼파지 않고 덮어주는 토크로 하겠습니다.

 

이승원 : 반갑습니다. 이승원입니다. 오늘 이렇게 꽉 찬 느낌 때문에 <세자매> 개봉하고 모처럼 즐거운 GV가 될 거 같아서 기대가 큽니다. 좋은 얘기 많이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화정 : 박수 소리도 너무 크고 좋네요. 저는 (문소리 배우를) 극장에서 못 만나는 동안 예능에 새로 등극하셨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능을 섭렵하고 계신 것 같더라고요. 그만큼 <세자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 영화에 대한 애정이 어디서부터 온 걸까, 그만큼 또 각별하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어서 <세자매>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지 무겁지 않게 배우님의 말로 설명해주신다면 어떨까요.

 

문소리 : 기타노 다케시 감독이 그랬잖아요. 가족은 누가 보는 사람이 없으면 갖다 버리고 싶은... 약간 <세자매>가 저에게 가족과 같은... (웃음)

 

이화정 : 버리지도 못하고.

 

문소리 : 징글징글합니다. 징글징글한데, 그만큼 애정이 깊다는 얘기겠죠. 의도치 않게 코로나가 대유행인 시점에서 개봉하게 됐고, 홍보 마케팅 상황도 그렇고 예능 말고는 이 영화가 나왔다는 걸 알려드릴 방법이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사람 잡아먹고 무서운 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고... (웃음) 나들이를 좀 했었고요. 덕분에 영화가 되게 경쾌한 영화인 줄 알고 오셨다가 깜짝 놀라 돌아가신 분들이 몇 분 계셨다는 후문도 들었는데, 어쨌든 영화가 나왔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는 방법으로 선택을 한 거고요. 그걸 감당할 만큼, 코로나 시국이든 뭐든, 이 영화는 많은 어려움을 뚫고 여러분께 다가갔으면 하는 영화였어요. -프로듀서로 참여를 하기도 했고. 제가 코-프로듀서로 참여했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제가 돈을 투자한 줄 아시더라고요.

 

이화정 : 그래서 열심히 했다?

 

문소리 : 돈을 많이 벌면 좋지만. (웃음) 제작의 거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 했기 때문에 애 키우는 데 잠시 동참하는 기분이 아니라 애가 나온 순간부터 시집보내는 순간까지 다 함께했다고 보시면 되죠. 그런 내 자식 같은 느낌으로 <세자매>가 저에게 남아있고. 가족과도 같은 자매, 김선영, 장윤주 배우를 얻은 작품이기도 하고 해서. 그래서 열심히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하고 뛰고 있습니다.

 

이화정 :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형성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늘 얘기하시잖아요. 장준환 감독님은 왜 문소리라는 배우를 캐스팅하지 않을까 하는 얘기를 하는데, 이승원 감독님 영화에는 또 제작으로... (웃음) 장준환 감독님 영화에는 제작자로 참여 안 하실 거잖아요? (웃음)

 

문소리 : (웃음) 그분이랑 저랑 굉장히 집안에서는 사이가 좋은데, 영화적 세계는 각자의 길을... 어디가 망할지 흥할지 모르기 때문에 (웃음)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고. 한국 영화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좋은 사례라고 봐요. 감독님은 본인이 만든 영화마다 배우자인 김선영 배우를 적극적으로 기용하시는 모습 너무 부럽고요. 모범적이라고 생각되고요. 이 땅의 모든 감독들이 그랬으면 좋겠고요.

 

이화정 : 참 다른 부부 영화인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승원 감독님께 마이크를 드릴게요. 이 영화의 시작점을 봤을 때, 어떻게 보면 문소리 배우가 이 영화의 단추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영화가 세 자매를 만들어질 수 있게 하는 데 문소리 배우와의 협업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어떻게 이 작품 만들게 되셨는지, 처음 영화 만들었던 때를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승원 : 많은 자리에서 얘기하긴 했지만, 여성에 대한 대서사시 같은 걸 만들어보겠다는 거창한 뜻으로 시작한 건 아니었고요. 제가 첫 영화를 들고 부산국제영화제에 갔을 때, 저를 유일하게 반겨주셨던 분이 문소리 배우님이셨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늘 대표적인 영화에서 보아왔던 배우께서 저한테 영화 좋다, 연기 좋다, 이렇게 얘기를 해주시니까. 제가 그렇게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은 아닌데, 이분을 잡아야겠다, 어떻게든 (했어요). 이 인연의 끈을 놓치면 안 되겠다 해서 무턱대고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 때, 제가 시나리오를 하나 써서 보여드릴 수 있겠습니까, 했어요. 그때는 영화에 대한 아무런 생각이 없었어요. 내가 문소리 배우에게 줄 수 있는 시나리오만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말씀을 드렸고. 제가 두 번째 영화를 찍고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뵀을 때, 그때 좀 구상하던 게 있었고. 두 번째 영화를 본 날은 조금 더 가까운 사이였는데, 그때 (문소리 배우가) , 참 감독님 영화가 흥미롭다, 같이 얘기할 수 있는 게 있으면 좋겠다고 했을 때, 제가 꼭 드리겠습니다, 하고 바로 한 달 뒤에 드렸어요. 이렇게 빨리 주실지는 몰랐다고 얘기하셨는데... 아무튼 그게 그 시나리오 쓸 때 가장 즐거웠어요. 마치 어떤 작곡가가 되게 부르기 힘든 노래를 마음껏 쓰는, 이 사람은 이 노래를 알아서 잘 부를 거니까, 그런 악보를 그리듯이 되게 즐겁게 작업을 했던 거 같습니다.

 

이화정 : 근데 이 영화 보고 나서도 속이 답답하다고 많이들 하시는데, 배우님이 당시 한 달 만에 쓴 시나리오를 보셨을 때의 느낌도 궁금해요. 그때는 감독님의 전작에 대한 믿음이 있긴 했겠지만, 이번에 세 번째 장편을 써왔을 때 배우로서 내가 여기에 뛰어들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지점이 어떤 거였는지. 시나리오에서 가장 사로잡았던 것은?

 

문소리 : 초고에서도 세 명의 캐릭터들이 굉장히 인상적이었고요. 그리고 이 세 여자의 얘기를 통해서 가는 방향이 지금 굉장히 필요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옛날에 그런 아버지들 있었지, 옛날에 그런 집들도 있었지, 하고 넘어가지 말고. 그게 정말 어떤 것이었는지, 그게 지금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다들 말 안 하고 있지만, 우리가 얼마나 그런 것에 영향을 많이 받았는지를 한번 생각해보고 같이 다독여주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첫 번째로 들었었고요. 그렇게 답답할 수도 있죠, 마음이. (웃음) 배우로서는 통쾌한 장면들이 많았어요. 배우로서 하는 동안 통쾌하다는 건 아니에요. 이 캐릭터를 하는 동안은 김선영 씨, 장윤주 씨도 그랬고 저도 그랬고, 정말 가슴앓이를 많이 했어요. 서로 많이 힘들어하면서, 서로 제일 잘 아니까 서로 다독여주면서 했는데, 그래도 그런 얘기 많이 했던 거 같아요. 살면서 이런 캐릭터 만나기 힘들잖아. 저는 살면서 장윤주 씨 같은 캐릭터도 제가 해보고 싶고, 김선영 씨 같은 캐릭터도 제가 또 해보고 싶고. 그럴 정도로 이런 캐릭터를 만나기 힘들잖아, 이런 얘기를 많이 했던 거 같아요. 초고부터 이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 감독님과 같이 고민하게 됐었고. 꼭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했었죠.

 

이화정 : 전작 <소통과 거짓말>에서 김선영 배우가 캐스팅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썼을 거 같은데. 문소리 배우를 이미 염두하고 쓰실 때는 어떤 차이가 있으셨어요? 쓰실 때부터 이 캐릭터의 특성 자체가 배우에게 맞는 맞춤형 캐릭터가 나온다던가.

 

문소리 : 저를 되게 가식적으로 보셨나 봐요, 감독님. (일동 웃음) 처음부터 둘째라고 딱 못 박아서 얘기하시더라고요.

 

이승원 : 저는 시나리오를 쓰고 작품을 만들 때 어떤 것들이 충돌돼서 나오는 것들이 가장 재밌다고 생각하고, 그게 가장 살아있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여태까지 문소리 배우님은 늘 어떤 정의롭고 주인공으로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자 하는 캐릭터에 앞장서있던 이미지가 있으시잖아요. 그런 느낌과 그것이 좀 위선적이고 어떻게 보면 가식적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이-그게 어떻게 보면 우리가 사는 모습이고- 충돌을 했을 때 인물이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에서 어떻게 표현이 될 것인가 굉장히 궁금했고, 되게 재밌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둘째 미연 역할을 문소리 선배님이 하면 되게 재밌겠다, 생각하면서 썼습니다.

 

이화정 : 문소리 배우 연기를, 전작을 보신 분들이 많잖아요. 근데 데뷔작 <박하사탕>의 어떤 연기와 표정을 보면서 문소리 배우가 그런 얘기를 한 게 기억이 나요. 연기라는 것들에 익숙해지기 전에 나의 진짜 얼굴이 나온 순간이 있었다. 그게 영화 안에 포착이 됐다는 얘기를 했고. 그게 어떻게 보면 20대 문소리의 얼굴일 수 있잖아요. 그 이후에는 너무 능숙한 연기를 하는 배우로서 문소리라는 배우를 보다가, 이번 연기에서 문소리의 얼굴을 떠나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들이 이 영화에 같이 떼어낼 수 없게 섞여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저게 어디가 경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캐릭터에 대해서 (문소리 배우에게) 물었을 때, 나는 오히려 좀 연기하기 힘들었다, 내 모습, 모두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이 조금씩은 있잖아요, 이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가족한테 닦달하는 순간을 들킨 거 같다고 얘기하셨어요. 미연이라는 캐릭터와 문소리라는 사람의 접점은 어떻게 섞여 있고 어떤 지점으로 이 여자를 해석했을지.

 

문소리 : 많이 다르기도 해요. 종교도 다르고. 살아온 환경도 많이 다르고. 저는 아버지가 되게 가부장적이고 엄격하시기는 했지만, 저를 정말로, 뭐라고 해야 할까요, 특별히 아끼셨어요. 그래서 아들에 대한 차별이 더 많은. 딸은 다 용서가 됐고. 그런 분위기였고. 다른 면이 많아요. (극 중 미연이) 딸을 혼내는 장면을 보고, 스태프들이 연두(문소리 배우의 딸)한테 저러나 봐. (웃음) 그렇게 소리 질러본 적은 없고, 방에 데리고 들어간 적은 많죠. 엄마랑 갈까? 이렇게. 근데 그렇게 문을 쾅 닫고 소리 지른 적은 없고. (일동 웃음) 처음부터 저는 이 캐릭터를 알 거 같았어요. 원래 좀 나랑 많이 다른 캐릭터는 알아가는 재미가 있거든요. 새로운 세계에 뛰어드는 재미도 있고. 그런데 이 캐릭터는 왠지 모르겠는데 그 속을 면면히 다 알 것 같아서 처음부터 덥석 끌어안기가 힘든, 그런 마음이 있었어요. 근데 김선영 씨도 좀 그랬나 봐요. 우리 촬영 전에 만나면, 시나리오 봤니, 안 봤어, 뭐 어떻게, 촬영 한 달 남았는데, 어휴, 이렇게 서로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 가지고. 결국 이제 김선영 씨 말대로. 김선영 씨 표현은 그거에요. 우리가 시나리오를 받으면, 그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했던 캐릭터가 파스처럼 내 몸에 딱 붙어있다고. 그 파스 냄새가 계속 나고, 그 부분이 계속 느껴지죠. 그러다 결국 그게 하나가 되는데. 그러기까지 그 캐릭터를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이런 즐거운 탐험이었다기보다, 아휴, 내가 이 길을 뻔히 아는데, 얼마나 거친 길인지, 내가 저 길을 기어이 짊어지고 가야 하니, 이런 마음으로 진입을 했던 거 같고.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스태프들이랑 또 같은 배우 동료들과 깊은 커뮤니케이션과 나눈 말과 마음, 여러 가지를 나눈 과정들이 힘든 만큼 동료애가 진해지잖아요. 힘든 산을 넘은 사람들끼리 더 끈끈해지듯이. 그런 게 생겨서 너무 값진 거 같아요.

 

이화정 : 배우분들이 이 캐릭터에 대해서 전에 없이 고민을 하고 약간 밀쳐내고 싶어하는 그런 시간을 가지고 있다는 걸 감독님도 아셨던 거죠?

 

이승원 : . 촬영 시간이 다가올수록 선배님은 계속 저한테 시나리오 너무 싫어요. (일동 웃음) 이렇게 써서 저한테 뭐 하시는 거에요, 저는 속으로 그랬죠. 영화 잘 나오겠구나. (일동 웃음) 배우가 어떤 캐릭터를 두고 고민을 한다는 것, 그리고 그 고민이 너무 힘들 정도로 본인을 다 내려놔야 된다는 지점이 거기서부터 시작된 거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데 정말로 이 배우께서 너무 빠져 드셔서 그렇게 말씀을 해주시니까 얼마나 잘 나오려고 선배님이 이렇게까지 하시나... 저는 혼자 생각은 그렇게 했습니다.

 

문소리 : 감독님 이렇게 해야 할까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러면 아니야, 그냥 배우님 맘대로 하세요. (일동 웃음) 감독님 왜 저러시지. 나중에는 제가 막 혼자 분을 못 이겨서 시나리오 이상한 거 같아! 이러면서. (일동 웃음) 왜 이렇게 써 가지고 엄한 사람을, 이런 투정을 부릴 정도로 우리 셋 다 그랬어요. 장윤주 배우도 중간에 찍다가 너무 열이 오르락내리락할 정도로. 우리가 신들렸니? 이럴 정도로 아프기도 했고.

 

이화정 : 멀리서 보면 되게 평범한 여자인 것 같기도 한데,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이 세 명의 여성들이 따로 살고 있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은 뭔가 저 사람들한테 사연이 있을 것 같고, 미스터리한 기운이 올라오도록 저 끝에는 뭔가가 있을 거야, 이 사람들한테 씻을 수 없는 뭔가가 있을 거야, 같은 것을 구성해서 실제로 배우들이 연기를 할 때 그 부분을 표현하기가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이 세 명의 여성에게, 약간 병증이 있다고들 얘기하는데, 이상한 지점을 조금은 심어놓으려고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 세 여성을 어떤 방식으로 그리고 싶으셨던 거였어요?

 

이승원 : 저는 다 누구나 병적인 부분이 있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저는 이게 어떻게 보면 그냥 우리 모습 같은데, 마치 특별한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가 관계를 맺는 데 있어서는 나의 어떤 숨기고 싶은 부분까지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그렇지, 저 자신을 스스로 생각해봐도, 굉장히 드러낼 수 없는, 이 영화 나오는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혼자 있을 때는 할 수 있는 모습이 저 안에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 모습을 우리가 들여다보는 거고, 그래서 그들의 충동적이고 알 수 없는 행동들이 과연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거고 왜 우리가 인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가에 대해서 생각을 한 거 같은데. 마치 이건 다른 사람들 얘기 같고 왜 사람이 저렇게 사는 거지, 너무 극단적으로 사는 거 아닌가 하는 이런 시선들도 꽤 많았거든요. 저는 사실 개인적으로 그 지점이 놀라웠어요.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는 걸 못 받아들이는 분도 분명 있겠지만, 저는 이게 그냥 진짜 사는 모습이라고 생각을 하고 찍었어요. 다들 그 점에 동의를 하고 했는데.

 

문소리 : 감독님 영화를 보면 굉장히, 어떤 영화의 다른 캐릭터들보다 조금 상처받은, 그래서 조금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데. 처음엔 저도 감독님의 전작들을 보고, 연극도 보고, 그런 인물들이 많이 나와요. 그런데 조금 놀라긴 했는데, 뒤돌아서면 자꾸 생각이 나서 왜 생각이 나지 해서 보면, 감독님은 편견 없는 이해가 있더라고요.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 그 사람들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감독님한테는 다양한 사람들의 일부분일 뿐이고. 심지어 따뜻한 시선까지 있는 거 같았어요. <세자매> 시작했을 때도, 감독님의 색깔이 거칠 수 있지만 따뜻한 부분이 있다는 분명한 확신이 있었고, 이 영화를 찍고 나서도 저에게도 그런 지점이 있더라고요. 우리가 사실 사람들이 너무나 다양하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실제로 만나게 되면 어떤 편견들이 되게 많잖아요. 지나가다가 첫째 희숙의 딸 보미 같이 옷 입은 학생을 보면, 어머나 쟤 왜 저러니, 이런 생각 들 수 있거든요. 피를 흘리면서 펑크락 하는 걸 보면서 노래를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고. 너무 교회에서 사는 집사님들 보면 어휴, 가정이 싫은가 왜 교회에서 저러실까 싶고. 실제로는 이해가 잘 안 되는데 그냥 사회적으로 그런 사람들 이해 못 한다고 하면 안 되니까, , 네네 그러시겠죠, 하죠. 근데 저는 이 영화를 찍고 그런 시선이 생긴 거 같아요. 저 사람도 어느 집의 우리 영화에 나오는 보미 같은 그런 딸일 수 있겠지. 저 사람도 우리 영화의 누구 같은 아버지일 수 있겠지, 누구일 수 있겠지, 남편일 수 있겠지. 이런 생각을 하면 사실 우리가 한 면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지 말아야지. 성경에는 정죄하지 말라고. (웃음) 제가 교회를 좀 다녀가지고. (웃음) 미리 판단하고 정해놓고. 그게 편견인 거 같아요. 그러지 말라는 말이 참 살면서 하기 어려운데, 제가 사람을 보는 어떤 시선에 이 영화가 그런 식으로 영향을 끼친 면이 있는 거 같아요.

 

이화정 : 수위적으로는 전작들에 비해서 관객들한테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앞에 문소리 배우도 전작 얘기를 하셨는데, <소통과 거짓말> <해피 버스 데이>나 연극 작품들을 보면 딱 두 마디로 이승원 감독님의 작품을 설명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충격과 선정. 일단 이 사람들이 어떤 사연을 겪었는지 모르겠지만, 자기를 학대하는 인물들이 계속 나오고. 그리고 이건 너무 선정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물들의 도덕적인 개념 같은 게 가족 안에서 무너져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데 그런 요소들은 사실은 조금 관객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든 작품이 <세자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감독님이 이 <세자매>에서는 이번에는 좀 쉽게 다가가서, 배우님이 말한 안에 있는 슬픔 같은 것들이나 그 사람들에 대해서 나도 비슷한 지점이 있지, 나도 이 사람을 이해할 수 있지, 소통할 수 있지 하는 것들을 만들어보려고 이번 작품에서 결론을 내리려고 하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승원 : 전작들에서는 사실 좀 그래도 우리가 일상적으로 잘 보지 못한, 하지만 우리가 특별하게 바라볼 수 있는 어떤 이유들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직접 스크린을 통해 만나면서, 결국 근데 특별한 사람을 보면서 나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시선으로 만들어진 거라면, <세자매>는 우리가 다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어떤 지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모든 인물들한테 다 그렇진 않겠지만, 한 인물을 통해서는 내가 공감할 수 있고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생각해볼 수 있는. 그런 동질감에 의해서 이 영화가 흘러가길 바랐고, 그러면서 우리가 사는 모습을 돌아보고, 영화 끝나고 나갈 때부터 그럼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작은 질문을 하나씩 안고 나가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했죠, 이번 작품을 통해서는.

 

이화정 : 같은 시대에 살고 있고 같은 가족이고 어떻게 보면 같은 어릴 적 기억을 공유하고 있지만, 다 다른 시대에서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어놓고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각각의 캐릭터가 연구 대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특히 미연을 보면서 이 여자의 가식을 도대체 무엇일까. 그런데 본인이 가식적으로 살고 있다는 걸 미처 깨닫지 못하는 거 같아요. 그리고 그런 채로 계속 살아왔던 사람인 거 같은데, 우리가 미연을 볼 때는 그런 것들을 드러내는 에피소드들이 있죠. 그 에피소드들을 볼 때마다 문소리 배우의 연기는 어떻게 이렇게 나올까 라는 생각이 드는 지점들이 몇 군데 있었던 거 같아요. 제가 뽑아 본 베스트 장면은 두 번의 베드 신이었거든요. 하나는 자기 방에서 베개에 얼굴을 묻고 소리를 지르는 장면. 저는 이 첫 번째 베드 신이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한 번도 자기의 어떤 것들을 표출하고 살지는 못하고, 늘 그냥 무마하고 수습하고 가면을 쓰고 살았던 사람이 실제로 남이 보지 않는 곳에 가서는 그런 식으로 괴성을 질러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는, 그 첫 번째 베드 신이 인상적이었어요. 잠깐 첫 번째 베드 신에 대해 들어보는 게 어떨까요.

 

문소리 : 그게 시나리오에는 어떻게 쓰셨죠?

 

이승원 : 시나리오에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소리를 낸다'.

 

이화정 : 저는 괴성이라고 생각했어요.

 

문소리 : (지문이) 베개에 얼굴을 묻고, 였나요?

 

이승원 : 그건 현장에서.

 

문소리 : 그게 대사로는 아버지, 아버지, , .” 이렇게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그런 목소리가 제가 언제 나왔냐면, 제가 옛날에 핸드볼 국가대표 출신이잖아요? (일동 웃음) 핸드볼 대회에서 여자 핸드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는데, 올림픽 핸드볼 준결승 경기를 볼 때, 동점 골을 넣었다거나, 역전 골을 넣었다거나 하면 얌전히 보고 있다가 갑자기 티비 앞으로 달려나가서 아악~ 이런 괴성이 나올 때가 있어요. 이상한 소리가. 그럼 옆에서 같이 보던 남편이 너무 깜짝 놀라서, 아니 그렇다고 저런 소리를 내, 한 적이 있는데. 저도 저한테서 그 정도 이상의 괴성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만 하고 촬영을 한 거죠. .. ... 그냥 찍었어요. (웃음)

 

이화정 : 저는 이 베드 신이 그래서 슬펐던 거 같아요. 희숙 같은 경우는 자기가 제일 들키고 싶지 않은 부분, 자기 상처를 드러내는 방식을 제일 들키면 안 되는 딸한테 들키잖아요. 마찬가지의 장면이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감독님 참 독하다. 이래서 충격적이고 선정적인 사람이구나, 연출을 할 때.

 

이승원 : 근데 제가 그 장면을 찍고 나서 보신 분이, 저도 어떻게 보면 그런 생각이었던 건데, 그분이 명확히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나도 어렸을 때 우리 엄마가 방에서 그런 비슷한 소리를 냈던 걸 들은 적이 있다. 그러면서 그런 엄마가 그런 소리를 냈을 때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그런데 아이들은 다 듣거든요. 엄마의 상태, 감정이 무엇인지를 알거든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러면서 본인이 여태까지 살아왔던 인생과 어머니가 살아왔던 인생이 한번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게 그 장면에서 느껴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거 같아요. 우리는 살면서 보이고 싶지 않은 부분들이 있지만 결국 가족이라는 굴레 안에서는 다 느끼고 있잖아요, 세밀하게. 우리 엄마 성격은 어떻고 우리 아이 성격은 어떻고. 그런데 그것을 정확히 말하고 있지는 않으니까 대충 넘어가겠지, 넘어가겠지 하면서 서로에게 수많은 감정을 쌓아가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 지점들을 들여다보고. 그 장면이 생각보다 더 잘 나왔던 거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가장 잘 나온 장면 중에 하나로 꼭 꼽거든요.

 

이화정 : 이거에 대한 궁금증이 그렇게 어떤 방식으로 터뜨리기 전에 계속 미옥을 달래주고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쩔쩔매는 모습, 이런 것들이 계속 미스터리로 남아있었던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그런 것의 또 하나의 베드 신 하나가 남편의 내연녀를 응징하는 장면이잖아요. 또 하나의 베드 신. 이게 전무후무한 막장 드라마로 가도 되겠다 생각이 들 정도의 베드 신이라고 생각을 했고, 그 부분에 있어서도 미연의 성격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거든요. 이걸 터뜨리든가, 모두에게 알리든가 하는 게 아니라 너무나 조용하지만 너무나 가학적으로 그런 일들을 무마를 시키잖아요. 덮고 가려고 하는 이 여자의 습성 같은 것들이 정확하게 보여지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장면에서의 연기만큼은 <부부의 세계> 김희애 배우의 연기를 능가한다(웃음)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그만큼 끔찍하고 이 여자가 상처를 절대 치유하지 못하고 계속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 장면이었거든요. 이게 그냥 남편의 그런 거를 들어서 이 에피소드 자체가 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병을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소리 : (효정 역을 맡은 임혜영 배우의) 얼굴에만 인형을 놓고, 배우는 웅크리고 있고, 제가 인형 얼굴을 밟으면 다리는 배우가 실제 반응을 한 거예요. 그때 하면서도 이게 얼마나 끔찍하게 보일지 판단이 안 돼서 저는, 이럴 수 있을까. 후시녹음을 할 때도 얼굴을 밟는 소리를 좀 작게, 좀 더 작게... 크게 가면 너무, 큰 십자가 그림자가 보이는 곳에서 그런 일들이 기괴하게 느껴질까... 심지어 교회 지하 방에서 찍었는데, 교회 바로 옆으로 지하철이 지나가요. 제가 밟으러 걸어갈 때 지하철 사운드가 우우우우 이렇게 (웃음) 나온 거예요. 우리가 이불 뒤집어쓰고 찍으면서도 지하철 소리가 (나니까)... 너무 무서운 거 아니에요? 하면서 찍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화정 : 이게 진짜 마찬가지의 장면인 거 같아요. 저는 베개의 얼굴을 묻고 자기가 어떤 과거의 기억에서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거, 현재에도 해소되지 않는 거를 어떻게 보면 혼자 해결하려는 것과 마찬가지로 내가 이제 어떤 것들을 해결해야 할 순간에 오히려 예전에 봤던 자기가 가장 끔찍했던 폭력을 다른 사람한테 전달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문제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승원 : 그 바로 직전의 장면이 바로 효정이를 붙들고 눈물로 기도해주는 장면이거든요. 원래 잘려 나간 장면인데, 그 전에 먼저 효정이한테 찾아가서 미연이 그래요. 너 기도 제목 있니? 나한테 얘기해주면 내가 기도해줄게. 효정이 자기 아빠 아픈 얘기를 해요. 그래서 그것뿐이니, 더 없니, 물어봐요. 효정이 네 지금은 아빠 생각뿐이에요. 그런 장면이 있었거든요.

 

문소리 : 눈물을 흘리면서 그 아버지를 위해서 거의 두 바닥에 걸치는 기도문을 김선영 씨가 써줘서 그거를 큰 목소리로 기도를 했어요.

 

이승원 : 아버지를 위해 기도해준 거예요. 정말 눈물로 이 아버지 낫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는 장면이었어요. 그러고 난 다음에 이어지는 장면이 효정이 자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거잖아요. 저는 이 미연이 가지고 있는 공존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효정을 위해서 온 힘을 다해서 기도를 해줬던 그 순간의 진심도 진실이라고 생각하고, 누워 있는 저 여자애를 봤을 때 자기도 모르게 느껴지는 충동이 생겼다고 생각하고 그건 본인도 미처 깨닫지 못한 저 밑바닥에 있는 어떤 참을 수 없는, 아니면 옛날에 느꼈던 겼었던 것부터 시작했던 폭력의 모습일 수도 있고. 정확한 이유를 제가 무조건 이거야 하면서 쓰지는 않아요. 그 순간 느껴지는 미연의 충동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널 위해 기도해주는 건 해주는 거고, 네가 저지른 건 저지른 거잖아 명확하게 효정한테 가서 미연만의 방식으로 해결을 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문소리 : 저는 그 일 처리가 너무 깔끔해서 마음에 들거든요. (일동 웃음)

 

이화정 : 남편한테도 벤치에서...

 

문소리 : 뭘 하든 되게 깔끔한 뒤처리, 굉장히 마음에 든다 생각했고. 사실 어렸을 때 아버지의 폭력이 있어서 그게 나왔나, 아니 그러면 한국 영화에 사람 많이 죽이는 남자 캐릭터들은 어렸을 때 다 어떻게 살았던 거예요. 멀쩡하게 살아도 더 심한 폭력을 저지르는 거에 대해서 이해 못 하지 않잖아요. 저는 그냥 얼굴 한번 그냥 발로 밟았을 뿐이에요. (일동 웃음) 그게 뭐 그렇게 가학적인 일이라고 (웃음) 여기 피멍 좀 들고 끝났어요. 수술한 것도 아니고. 우리 첫째 자기 허벅지 조금 긁은 거예요. 그 폭력이 그렇게 강한 폭력인가? 그리고 그것이 아버지의 폭력의 유전? 그거의 영향이 있겠죠. 어떤 고통을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그런 유전일 수도 있고 기억일 수도 있는 영향이 있겠지만, 사실 이게 삼 형제였다면, 몇 사람 죽어 나갔을 거고, 거기에 비하면 우리는 굉장히 일 처리 깔끔하게 최소한의 폭력으로 이 이야기를 진행한 게 아닌가. 아주 개인적이지만 너무 급진적인 생각을 풀어놓았네요. 죄송합니다.

 

이화정 : 저는 감독님 말씀처럼 어렸을 때 이런 기억이 있어서 이 사람이 이렇게 됐다는 식으로 결론을 지을 수 없을뿐더러, 그렇게 세상을 해석할 수 없다는 생각은 들어요. 그런데 분명히 이 세 자매한테 어떤 무의식의, 그 순간의 기억이 있고, 그것이 자기를 각자 다른 방식으로 괴롭히고 있다는 생각은 들거든요. 그런 것들을 논리적으로 얘기할 때는 곪아있다는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자기도 모르게 곪아있던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은 뭐 이렇게 정확한 원인이 있어서 터지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어떤 순간 터지는데, 이 전체의 이야기를 처음 시작할 때, 아이들이 달려가는 플래시 백, 그리고 중간에 플래시백이 나오는데, 그 플래시 백은 누가 누구의 감정으로 보고 있느냐 했을 때 미연을 보고 있거든요. 그 미연이라는 사람이 동네에서 집사님으로 다른 사람들이 어우~ 이렇게 해주고, 근교에 좋은 아파트도 샀고, 교수 남편도 있고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거 같고, 자기 삶을 잘 조정해나가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 즈음에 결국에 자기도 주체할 수 없이 자기 입으로 아버지한테 사과하라고 소리 지른 순간이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고, 인생의 무대를 하나 펼쳐줬다고 생각하거든요. 해소할 지점들.

 

문소리 : 해소될 것, 곪아있는 것이라고 하면 저는 그렇게 생각을 했어요. 이들에게 가장 크게 남아있는 것은, 계속해서 자라나서 압도하고 있는 것은 어떤 불안감이 아닐까. 맞았던 사람이든 맞는 걸 지켜보던 사람이든, 그리고 맞았던 그 사건 하나만이 아니라 한두 번의 그 순간만이 아니라 그 순간의 공기, 그랬던 그 여러 세월을 압도하는 감정은 어떤 불안감이었을 거고. 불안한 정서라는 것은 성장기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 같고, 이 불안감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고, 커서도 그것이 나를 짓누르고 내 삶을 지배하는 순간들이 오고 이랬을 때, 이들의 삶을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꽤 많이 했거든요. 저도 아이를 키우고 저도 어린 시절이 있지만, 제가 시나리오를 보면, 이 세 자매를 안타깝게 생각했던 것은 이 불안감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 하는 지점이었던 거 같아요.

 

이화정 : 이 영화에서 제일 많이 고민하셨던 지점도 그래서, 그럼 과연 그 무대가 펼쳐졌을 때 아버지한테 사과를 요구하고 나서 어떤 방식으로 결론을 지을 것인가, 어떻게 끝내야 할까 하는 고민이 제일 크셨을 거 같고. 그거는 영화에서 나오긴 하죠. 그러나 여러분들 각자의 대답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감독님께서 먼저.

 

이승원 : 전 질문에 첨언을 하자면 저는 어떤 작품을 만들 때 어떤 주제나 메시지를 명확하게 정해놓고 쓰지 않거든요. 왜냐면 그 인물이 살아가는 방식으로 쓰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근데 이제 목표는 두고 써요. 처음 시작은 이렇게 시작하는데, 과연 이 영화가 출발선에서 땅 하고 시작하고 마지막 목표가 무엇이냐 했을 때, 미연이 아버지한테 사과하라고 하는 게 목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목표를 제시했을 때는 가장 그 말을 하지 않을 거 같은 미연이 마지막에 가서 그 말을 한다는 거예요. 그걸 관객들이 보게 되는 지점이죠. 인생으로 치면 미연이 가장 어머니 아버지한테 잘하는 딸일 거고 가정의 효녀고 매일 전화 드리던 딸이었을 거예요. 가장 믿는 딸일 거고. 근데 결국은 딸이 가지고 있었던 여러 가지 감정의 변화를 겪으면서 마지막에 그 말을 하는 인물이 되는 거고, 우리 관객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많은 감정을 느끼게 되는 거죠.

 

이화정 : 여러분들한테도 많은 생각이 들고 궁금증이 생기는 작품이었을 거고. 제가 생각하기에 근래에 나온 영화 중에 가장 영화를 보고 나서 우리끼리도 얘기를 가장 많이 하게 되는 작품이 <세자매>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자리가 그래서 필요한 영화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제 마이크를 넘겨서 질문을 받으면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관객 1 : 극 중에서 세 자매가 성격이 잘 드러나는 직업들을 가지고 있잖아요. 세 자매의 직업을 설정하는 데 비하인드가 있었는지, 어떻게 설정하셨는지 듣고 싶어요.

 

이승원 : 직업은 인물들을 설정하면서 아이러니한 부분들을 생각을 하는 건데, 첫째 희숙 같은 경우는 가장 건조하고 낮고 되게 어두운 삶을 살고 있는데, 꽃이라는 한 생명을 키우는 직업을 갖게 된 거잖아요. 꽃 가운데 희숙이 들어있을 때 느껴지는 감정이 더 관객들한테 표현되는 게 많을 거라고 생각을 했고. 둘째 미연 같은 경우는 교회라는 공간이, 믿음 같은 걸 떠나서, 사람이 사람을 상대할 때 가장 드러나지 않고 만나게 되는 집단이기도 하거든요. 그안에서 나의 모습을 최대한 숨기면서 완벽해지려고 하는 어떤 모습을 보이기에 그런 직업들이 관객들한테 다가가기 쉬웠을 거 같고. 미옥 같은 경우는 극작가인데 저도 비슷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늘 고민하는 것이 과연 내가 이 일을 좋아서 하는 거냐, 능력이 있어서 하는 거냐에 대한 고민이 있거든요. 근데 내가 좋으니까 무조건 하는 거야 했을 때 되게 슬퍼지는 지점들이 있어요. 당연히 이 일 좋아서 하는 게 맞거든요. 내가 이 일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능력만 있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근데 미옥에게 본인에게 자존감 낮음이 사람들 앞에서 더욱 자유로운 영혼? 나는 살고 싶은 대로 살 거야 더 부르짖을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거 같고, 그런 모습이 저에게도 있는 것 같고요. 직업에 관해서는 그런 생각들을 했던 거 같아요.

 

이화정 : 대한민국에서 가장 어두침침한 꽃집을 본 거 같았던.. (일동 웃음)

 

이승원 : 실제 꽃집이에요. 그 꽃집을 보시면 대충 꽃집처럼 해놨나보다 생각하실 수 있는데, 실제 그런 꽃집이 있었어요.

 

문소리 : 거의 바꾼 게 없었어요. 그 꽃집을 헌팅 했다고 해서 가봤을 때 깜짝 놀랐어요. 와 이런 꽃집을 발견했을까.

 

관객 2 : 개인적으로 공감이 가는 영화였습니다. 저는 모든 것을 관찰했던, 방관해왔던 어머니의 묘사가 굉장히 적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세자매와 엄마의 유대감이 현실적으로 좀 더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아버지의 폭력에서부터 아이들을 지켜줘야하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그 폭력에서 벗어남으로써 아빠 쪽으로 좀 붙는, 그런 형태를 취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설명을 좀 부탁드립니다.

 

이승원 : 어머니에 대한 부분은 사실 더 얘기를 하면 더 많이 표현이 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명확한 생각도 있었고. 너무 그렇게 되면 여러 가지 갈래로 벗어나는 거 같아서... 제가 생각한 어머니의 이미지는 어쩔 수 없이... 삶이라는 게 참 아이러니한데 폭력의 주체는 아버지였을 건데 저는 오히려 자식들이 가장 원망하고 산 사람은 엄마일 거라고 생각을 해요.

 

이화정 : 왜 막아주지 못했을까, 편들어주지 못했을까.

 

이승원 : 그런 것도 있고, 왜 우리 엄마는 맨날 맞고 무너져 있지? 그래서 왜 우리를 불안하게 하지 같은.

 

문소리 : 가장 첫 번째 폭력이 엄마부터 시작했을 거고 그 종속된 삶은 아직까지도 지속되는 걸지도 몰라요. 우리는 거기서 떨어져나왔으니까 사과하라고 얘기하는데, 엄마는 어쩌면 거기에 철저히 길들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최근에는 이수정 교수가 어떤 사건에 대해서 쓴 인터뷰를 보니까 엄마를 가해자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이 폭력은 여기서부터 시작된 거니까 피해자의 일부로 봐야 한다는 논란이 있었는데, 사실 저희도 영화 찍으면서.. 그렇지만 자식들은 엄마를 피해자로 보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죠. 같이 산 입장에서 엄마를 원망할 수도 있고.

 

이승원 : 어떻게 보면 어머니에 대한 표현이 평면적으로 지나간 느낌이 없잖아 있어서... 그래도 뭔가 대사에 너희 아버지 더 이상 그런 사람 아니다를 할 수 있는 사람인 거잖아요. 거기에 어머니의 아이덴티티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게 단순히 딸들한테 저런 말을 할 수 있지, 의 문제가 아니라 이 어머니는 모든 것을 좋게 넘어가고 싶고, 어떻게 보면 그것 때문에 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지금의 어떤 모습도 있다고 생각을 하고. 아버지와의 개인적인 관계도 충분히. 너희들이 모르는 아버지의 모습을 봤다고 하는 가장 가까이 보고 있는 의미가 있을 수 있고. 저 나름대로는 복합적인 의미가 어머니한테 많이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게 저도 미처 다루지 못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이화정 : 이게 전반적으로 슈퍼마켓 장면에서부터 이어지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런 정도의 폭력은 이 가정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당연시되던 시대 분위기가 있었던 거 같아요. 거기서 이어져 오면서 이 영화가 세 자매이이지만 세 여성이기도 하고 엄마까지 하면 네 여성일 수도 있는데, 각자 다른 방식으로 자기 합리화를 해오면서 그 시대를 견뎠다고 생각하거든요. 희숙이 자기 학대를 하면서 미안하다, 죄송하다 한 것처럼 엄마는 이 아버지의 권위에 대해서 자신을 설득시키지 않으면 가정이 와해되는 상황이어서 그런 것들이 짧게 드러나긴 했지만, 딸과 엄마의 관계가 말씀해주신 대로 더 연구해야 할 피해자 양상 중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

 

관객 3 : 저는 제목도 그렇고 가족 구성도 봤을 때 세 자매가 떠오르는 장면이 많았는데, 첫째 희숙의 잘못했어요, 미안했어요, 사과를 많이 하는 행동들이나 둘째 미연이 가식적으로만 대하는 면, 셋째 미옥이 술에 취해서 언니한테 조른다거나 엄마에 대한 행동을 묻는다거나 이런 것들이 마지막 막내가 아버지 얼굴에 오줌을 쌀 수밖에 없었던 행동들이 세 자매처럼, 미옥이 죽게 해달라고 빌었지만, 결국엔 살아야겠다는 마음가짐에서 시작이 된 거 같아요. 혹시 미연의 입장에서의 보여줬으면 하는 점이나, 감독님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문소리 :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자매들이 나오는 여러 가지 소설은 본 거 같아요. 저희가 맨 마지막에 바닷가에 셋이 앉아있잖아요. 뒷모습부터 시작해서 대화를 나누는데, 아버지를 제일 많이 닮았네, 어쩠네, 이마 찢어져가지고 보기 싫어서 어떡하냐 이런 얘기를.. 그러다가 부탁이 있다. 그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시나리오는 조금 달라요. 근데 다 찍고 후시 녹음할 때 녹음실에서 입이 안 보이니까 다시 그 부분들을 대사를 논의해서 녹음을 해서 완성한 장면이거든요. 그 대사를 다시 쓸 때는 마지막에 살아, 그래도 살아야겠다, 그런 정서가 떠오르긴 했어요. 그래도 어떡해, 그 아버지 살아야죠. 그렇다고 어디 갖다 버릴 수도 없고.

 

이화정 : 갖다 버리면 또 장르가 바뀌니까...

 

문소리 : 네네.. (웃음) 우리 삶이 그렇잖아요. 뭐 그런 분도 아버지고, 명절 때나 생신 때는 또 갓 뵙고, 더 나이 드셔서는 어떻게 변하실지 모르고. 우리도 우리 삶도 지금보다 조금, 큰 변화는 아니겠지만, 정말 전화라도 있으면서 살아야지 않을까. 그러면서 그 마지막 대사를 고민하는 과정이, 마지막에 후시녹음 하면서 감독님이랑 세 배우가 굉장히 열띤, 이렇다 저렇다, 정말 격론을 벌여서 마지막에 완성한 대사들이에요. 그때 제 머릿속에는 세 자매 마지막 대사의 정서가 조금 떠오르긴 했던 거 같아요.

 

이화정 : 감독님의 계획이 있으셨군요. 뒷모습으로 찍어서 언제든 대사를... (일동 웃음) 더 좋은 대사로 바꿀 수 있게...

 

이승원 : 특별히 메시지라고 생각하는 건 없었는데, 그런 생각은 해봤어요. 우리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누군가에게 사과할 수 있는 용기가 있고, 내가 사과 받아야 할 사람들에게 사과 좀 해달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것 같습니다.

 

이화정 : 이 영화는 이 세 자매의 심리상태, 아니면 각자의 가족과 연결할 수 있는 부분만 얘기해도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 모르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진짜 더 중요한 지점. 이 영화가 나온 데 있어서 더 중요한 지점은. 이 세 배우들이 이렇게 이 영화에 올인 해서 모든 것들을 쏟아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는 것도 다음 영화에 되게 좋은 역할을 해줬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는 이 세 배우가 주연을 맡아서 개봉을 하면 대박 터질 줄 알았거든요. (일동 웃음) 이런 연기를 한 스크린에서 앙상블의 연기를 본다는 거는 정말 앙상블 연기상을 받아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때 김선영 배우가, 잘 모른다고 하셨어요. 정말 모른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이 자리에 오셨으면 그 열기를 확인하실 수 있었을 텐데. 그런 부분에서 고마움이 분명히 있고, 배우의 역할에 대한 것. 단순히 연기를 한다는 것보다 그 외적인 것에도 책임을 느끼는 때가 된 게 아닌가 싶어서. 이 영화를 시작할 때 애정이 남다르지 않을까 싶었어요.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 의미가 있겠지요?

 

문소리 : 그건 시간이 지나면 더 불어날 거 같고요. 극장에서는 이제 막바지 단계인데, 전국에 몇 관 안 걸려 있고, 많은 분들이 VOD를 통해 만나보실 수 있고요. (일동 웃음) 그런데 저희 나름대로는, <세자매>를 자국의 영화 관객들이 몇만밖에 안 봤는데, 세상에 훌륭한 영화들 참 많잖아요? 천만 들고, 전 세계에서 큰돈을 벌어들인 훌륭한 영화도 많지만 저는 이 영화가 앞으로도 여러분들 사이에서 유의미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거름이 되는 영화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요. 앞으로도 이렇게 재밌는 작업들, 유의미한 것이 될 수 있는 작업이라면 프로듀서로든, 배우로든 열심히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요. 신영극장에 오시는 관객들이라면 이미 그런 애정이 넘쳐나는 분들이시겠지만, 더욱 애정 부탁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승원 : 먼저, 제가 신영극장 들어오면서 놀랐던 게 제가 중고등학교 시절 때 서울에 이런 극장 되게 많았거든요. 신촌이나 종로에 나가보면 너무 똑같이 생겨가지고 그런 추억이 되면서, 감독이 되고 싶던 생각도 들면서 즐거웠고, 저는 계속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니까 늘 어떤 이야기를 만들 때마다 여러 감정들이 느껴질 수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세자매를 봐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세자매>를 보시고 저희와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 저는 의미 있다고 생각하고, 더 좋은 자리에서 뵙고 싶습니다.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화정 : 매진이 자주 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너무 뿌듯하네요. 끝까지 같이 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못다한 얘기 너무 많잖아요. 큰 그림을 세워서 애초에 세자매 이야기라는 책을 기획해서 만들었거든요. 거기에 더 많이 이야기들이 담겨 있으니, 책도 보시면서 자기와 대화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퍼져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토크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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