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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벌 두 신문 이야기> 리뷰 : 권력을 향한 해바라기 같은 향일성의 100년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1. 1. 1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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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벌 두 신문 이야기>

권력을 향한 해바라기 같은 향일성의 100

 

보수 성향의 언론사 중 2020년에 나란히 창사 100주년을 맞았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민낯과 그들이 사회에 끼치는 해악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영화이다. 장장 168분이라는 길고 긴 상영시간 동안 관객은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다. 오히려 보통의 관객은 상영시간 내내 쉴 틈 없이 끓어오르는 분노와 씨름하느라 시간 가는 걸 잊을 만큼 작정하고 만든 영화다. 1등 신문을 주장하는 조선일보, 민족정론지를 표방하는 동아일보가 100년 동안 벌여온 온갖 악행을 고발하고, 이들의 현재 진행 중인 반사회적인 행위들도 낱낱이 밝혀낸다. 특히, 영화에서는 두 언론의 사주나 주필의 발언과 실재하는 증거들을 대비시키고, 언론에 대해 우려했던 여러 인사들의 진단과 예언이 얼마나 정확하게 들어맞고 있는지 확인한다. 이를 통해 견제받지 않고 폭주하는 언론 권력에 적절한 제동장치가 필요하다는 사실과 권력이나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언론이 다양하게 존재해야 한다는 결론에 관객들이 동의하게 만든다.

 

앞잡이’, ‘밤의 대통령’, ‘악의 축이라는 영화 속 세 개의 소제목을 통해 보이는 두 신문의 역사는 추악함 그 자체이다. 그들은 창간 초기 일제의 식민지 지배에 철저히 부역한 앞잡이였다. 일제의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우리의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내모는 데 앞장선 것은 물론이고, 일제에 더 잘 보이기 위해주요 기념일에 가장 극진한 정성을 담아 일왕 부부의 사진을 신문 1면에 대문짝만하게 실었다. 그것은 곧 경쟁이 되어 버렸다. 두 신문사의 경쟁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일본의 언론사조차도 따라갈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 더러운 경쟁은 급기야 조선일보가 1면 제호 위에 붉은 일장기까지 얹는 패륜을 저지르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1988년 국회 언론 청문회에서 조선일보 사주 방우영은 눈물까지 글썽이며 결백을 주장한다. 하지만, 신념에 가득 차 자못 진지한 얼굴로 1940년 강제 폐간이 항일운동의 증거인 것처럼 항의하던 그의 말은, 실제로는 그 당시 일제로부터 비행기 10대 값 정도의 금전적인 보상을 받고 자진 폐간했던 것으로 밝혀진다.

 

해방 후 복간한 두 신문은 다시 독재자들의 앞잡이가 되어(사실 영화에서 두 신문사의 기사들을 보면 이런 점잖은 표현 말고 훨씬 격한 욕설이 필요한 수준이다) 맹목적인 찬양과 신격화로 지면을 채우고, 그에 반해 민주시민들은 폭도로 매도했다. 오랜 앞잡이 활동 덕에 두 신문은 밤의 황제로 표현될 만큼 스스로 하나의 권력이 되었고, 민주화 이후에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더욱 공고히 하며 부와 권력을 지키고 강화하기 위해 발악을 해왔다. 진보적 성향의 정권이 낡은 관습과 기득권을 타파하려는 개혁정책에는 무조건 발목을 잡고, 이를 위해 거짓과 조작도 서슴지 않았다. 이렇듯 두 신문이 과거 100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세월 속에서 정치 권력에 보여왔던 해바라기 같은 향일성, 현재는 경제 권력까지 확장하여 대기업의 호위병을 연상시키는 낯 뜨겁고 노골적인 기사들을 역시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2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에서 행해졌던 나치 부역 언론사와 언론인에 대한 철저하고 무관용한 처벌이 광복 후 대한민국에서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앞서 조선일보의 방우영이 그랬듯이 두 신문사 스스로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한 적도 없었다.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자신들이 마치 우리나라 대표 언론인 양 가증스럽게 행동할 뿐이다. 예의 독재자를 찬양하는 기사를 작성했던 기자들 역시 사과나 반성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견제도 단죄도 받지 않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내부 구성원의 자성의 노력이나 사주의 반성도 전혀 없이 대한민국 무소불위의 권력 이자 최대 이권 집단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그들은 우리가 보고 싶고 알고 싶은 기사를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고 이익을 만드는 기사를 쓰며 우리 사회를 통제하고 있다. 100년이라는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스스로 반성하지 않은 언론, 더럽게 쌓아 올린 그 부와 권력을 이제는 그들의 자식들에게 세습까지 하며 영원한 권력이 되려 하고 있다.

 

영화 전반에 걸쳐 증언을 하는 백발 성성한 해직 기자들의 인터뷰는 힘과 울림이 있다. 법정에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사실을 사실대로 보도한 죄로 수감되었다, ‘모두 기록해서 이 역사에 증언할 것이다는 기자 정연주의 법정 최후 진술은 사실을 사실대로 보도하지 않아도 아무런 통제나 처벌을 받지 않는 현재의 기자들과 대조되며 숙연한 마음까지 든다. 대학생들로부터 기자와 개는 출입 금지라는 문구를 보고 부끄러워할 줄 알았던 1975년 두 신문사 해직 기자들이, ‘기레기기더기소리를 들으면서도 전혀 부끄러운 줄 모르는 후배 기자들을 대신해서 조선, 동아의 반성을 촉구하는 오체투지의 삼보일배를 하며 동아일보사 앞을 지나는 엔딩은 씁쓸함과 동시에 깊은 분노를 남긴다.

 

-관객 리뷰단 이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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