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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디네> 리뷰 :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사랑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1. 1. 1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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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디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사랑

 

영화의 첫 장면에서 카메라는 운디네(폴라 비어)를 비춘다. 온 화면을 가득 채운 운디네의 얼굴이 슬픔과 불안이 느껴진다. 그녀의 맞은편에는 요하네스(야콥 마트슈엔츠)가 앉아있다. 요하네스는 운디네와 헤어지려 한다. 요하네스가 통화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다른 여자가 생긴 탓이리라. 운디네는 네가 날 떠나면 난 널 죽여야 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툭 내뱉는다. 영화 <운디네>는 독일의 운디네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설화에 의하면 물의 정령인 운디네는 인간과 사랑에 빠져 결혼하면 영혼을 얻어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상대가 배신하면 그를 죽이고 다시 물로 돌아가야 한다.

 

운디네는 박물관에서 베를린시 도시 개발에 대해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다. 강의를 마친 운디네는 요하네스에게 찾아 카페로 돌아간다. 요하네스는 이미 그곳을 떠난 후이다. 카페 안으로 들어선 운디네는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는다. 음성이 들리는 곳을 향해 운디네는 시선을 옮긴다. 그곳에는 장식용 어항이 있다. 카메라는 어항 안의 잠수사 동상을 비춘다. 움직임을 멈춘 운디네 뒤로 크리스토프(프란츠 로코스키)가 다가와 말을 건넨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어항은 깨지고 그 안의 물이 운디네와 크리스토프를 덮친다. 쓰러진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는 데 집중한다. 운디네에게 새로운 사랑이 다가온 순간이다.

 

비극으로 마무리되어야 할 인간으로 사는 삶 끝에서 운디네는 새로운 연인 크리스토프 덕분에 다시 사랑을 하고 인간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가혹한 운명은 운디네를 가만두지 않는다. 영화는 운디네가 결국 물 아래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음을 극이 진행되는 내내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먼저, 크리스토프와 운디네가 함께 있을 때마다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난다. 두 남녀의 첫 만남에서 어항이 깨진 일부터 시작하여 운디네의 아파트에서 사랑을 나누려다 와인이 쏟아져 초록빛 벽이 붉은 얼룩으로 물든 것, 그리고 함께 잠수하던 중 운디네가 거대한 메기에게 끌려갈 뻔한 장면까지 두 사람이 나누는 사랑을 불안하게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영화는 잠수사 동상을 통해 사고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을 불러일으킨다. 잠수사 동상은 산업 잠수사인 크리스토프를 상징하고 있다. 기차역에서 헤어질 때 크리스토프는 운디네에게 카페 어항 속에 있던 잠수사 동상을 선물한다. 운디네는 잠수사 동상을 맘에 들어 한다. 그런데 직장에서 잠깐 잠이 든 운디네는 급하게 일어나다가 잠수사 동상을 떨어뜨리고 그 바람에 동상의 오른쪽 발이 부러진다. 부러진 발을 다시 이어 붙였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무를 수는 없다. 크리스토프는 수중 작업 도중에 오른발이 끼인 사고를 당하고 산소공급을 받지 못해 뇌사 상태에 빠진다.

 

의식이 없는 크리스토프를 뒤로 하고 운디네는 요하네스를 찾아간다. 수영장에서 야간 수영을 즐기고 있는 요하네스의 뒤로 다가가 수면 위로 자신을 드러내는 운디네는 사람을 홀려 잡아먹는 인어처럼 보인다. 요하네스를 눌러 물에 담가 죽이는 운디네의 얼굴에는 표정이 없다. 화면은 이어 호수 앞에 서 있는 운디네를 보여준다. 그리고 카메라는 호수 안으로 사라지는 운디네를 위에서 바라보는 화면으로 비춘다. 운디네가 수면 아래로 사라지자 크리스토프가 운디네의 이름을 외치며 깨어난다. 크리스토프는 운디네는 이곳저곳 찾아 헤매지만 인간이 사는 육지에는 더 이상 운디네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 크리스토프는 다시 산업 잠수사 일을 시작한다. 작업을 하던 중 운디네의 손길을 느낀다. 크리스토프는 새벽에 아무런 장비도 없이 물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운디네를 만나 손을 마주 잡는다. 다음 장면에서 크리스토프는 뭍으로 나온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던 지금의 연인 모니카(마리암 자리)를 일으켜 세워 집으로 돌아간다. 돌아가는 크리스토프를 바라보는 화면은 운디네의 시선을 표현하듯 반쯤 수면 아래에 잠겨 있다. 크리스토프는 물을 떠나고 운디네는 물속에 남는다. 이렇게 운디네와 크리스토프의 아름답고도 아픈 사랑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관객 리뷰단 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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