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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괴괴 성형수> 리뷰 : 욕망은 개인의 것이 아니다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0. 9. 2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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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괴괴 성형수>

욕망은 개인의 것이 아니다

 

지지직거리는 화면에 성형수를 홍보하는 영상이 떠오른다. 익히 현실에서도 보아왔던 뷰티 광고와 유사한 형태의 영상이다. 성형수의 효과가 나올 차례에 화면이 멈추고 카메라가 뒤로 빠지며 텅 빈 집안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랑을... 그저 사랑받고 싶었어.” 어두워진 화면에 겹쳐진 목소리는 순수하게 개인의 욕망에 대해 말한다. 보는 이가 없어도 끊임없이 나오는 TV 속 광고들은 그 욕망을 부추긴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인기로 증명된 원작의 독특한 소재에 영화적 요소를 더해 몰입도 있는 전개를 보여준다.

 

영화에는 웹툰이 설명하지 않는 인물들의 주변 설정이나 전개의 빈틈을 영화적인 상상력을 더해 보여주며 설득력을 더한다. 어릴 적 발레를 했던 예지는 자신의 외모 때문에 좌절을 겪은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이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하며 가까이에서 보지만 자신이 가질 수 없는 빛과 권력의 세계를 욕망하게 된다. 이 채워지지 않는 욕망은 예지가 다니는 밤거리, 방안처럼 빛이 사라져 있다. 성형수로 자신의 욕망을 이룬 예지의 세상은 밝아지지만, 곳곳에 보이는 거울과 식탁 등은 여전히 예지의 몸을 투영하며 타자화시킨다.

 

평면적인 웹툰과 달리 영화는 시각적인 효과와 음향, 편집으로 괴이함을 넣어 공포스릴러라는 장르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웹툰에서는 구현되기 힘든 인물들의 움직임, 선명한 색의 사용은 시각적인 공포를 더한다. 아무리 달려도 멀어지는 통로처럼 컴퓨터그래픽으로 움직이는 화면은 특히나 꿈속의 장면을 보여줄 때 그 표현의 한계를 잊는다. 화면 속에 보이는 시술 장면처럼 우아한 클래식 음악이 겹쳐지며 그 괴이함을 극대화시킨다. 하지만 진심으로 공포를 느끼게 하는 건 인물이 처한 상황이다.

 

영화는 크게 예지가 처음 성형수를 사용하며 변한 모습, 살인을 저지르고 다른 이름으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설혜의 모습, 지훈과 만나는 설혜의 모습 세 단락으로 나눌 수 있다. 예지는 이 세 단락에서 모두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새로운 삶을 살아갈수록 이전의 트라우마가 겹쳐지고 점점 일상을 잠식해가는 걸 알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모두가 주인공에게 네 스스로 초래한 일이니 그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한다고 말한다. 예지의 욕망을 개인의 것으로 치환하고 그 의도대로 보는 이를 설득한다.

 

예지에게 공포를 주는 것들이 일상과 공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어두운 길은 자신을 가리는 동시에 위험하다. 현실을 직시하듯 보여주는 거울은 거짓을 보여주기도 한다. 꿈이라는 요소가 트라우마로 마치 각인시키듯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예지의 외모를 비하하고 차별하는 남자들의 반응들을 보여준다. 더불어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물, 악성 댓글, 납치, 폭력, 살해는 보는 이에게 현실적인 공포감을 더한다.

 

여성들이 자신의 미를 이용하여 위로 올라가려는 욕망을 이루는 걸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가 보여주듯 평범하고 못생긴 남성들이 고작 헬스를 다닐 때 여성들은 몸을 깎는다. 현실에서 여성들을 대상화해 성형 굴레 속으로 넣은 남성들에겐 응징이 없다. 웹툰도 영화도 현실을 잘 반영하여 남성 캐릭터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여성만이 아름다운 트로피가 되어 죽는다. 여성이 아름다움을 도구로 쓰려면 예지의 꿈처럼 사랑받진 못해도 위협은 없어야 하는 게 아닌가.

 

-관객 리뷰단 박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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