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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소녀> 리뷰 : 21세기를 살아가는 소녀를 위하여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0. 9. 10.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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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소녀>

21세기를 살아가는 소녀를 위하여

 

영화 속에는 ‘21세기 소녀에 대한 15가지의 생각을 담겨 있다. 15명의 여성 감독이 소녀의 사랑, , , 그 밖의 일상적인 고민 등에 관해 만든 짧은 이야기를 하나의 작품집으로 선보인다. 이러한 15가지 이야기는 여성 배우들의 연기를 통하여 전달한다. 15편의 작품은 제작한 이들에 따라 뚜렷한 개성을 드러낸다. 그러나 15개의 작품은 모두 여성이 바라본 여성이라는 공통된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덕분에 각기 다른 작품이 지닌 독립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영화의 통일된 흐름을 만들어 낸다.

 

수록된 작품 가운데 언제, 어디에서라도포 론섬 블로섬스(흩날리는 꽃들에게)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다. 각각 단편집의 처음과 끝에 자리한 두 작품은 우연히도 모두 비현실적인 상황을 무대로 주제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야마나가 요코 감독의 작품 언제, 어디에서라도80~90년대 홍콩 영화의 분위기를 풍긴다. 중국식 회전 식탁에 둘러앉은 여인들은 자신들의 연애관을 늘어놓는다. 이들의 대화 방식은 식탁 가운데 앉아있는 소녀 텐코의 질문에 답변하는 것처럼 연출되어 있다.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은 자신과 관계를 맺은 남성 사이에 있었던 일들의 은밀한 부분까지 전부 노출한다. 대화가 이어지는 한켠에 자리한 작은 텔레비전에서 텐코로 보이는 소녀의 영상이 흐른다. 영상은 끊김 현상을 보이다가 지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흑백 화면으로 변한다. 그리고 화면은 공원에서 잠이 든 텐코를 비춘다. 텐코가 꿈에서 본 회전 식탁에서 오간 대화는 아이에게 교육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회전 식탁에 둘러앉은 여인들이 춤을 추는 모습에서처럼 그들의 대화는 거리낌 없는 자유로움을 누리는 여성의 면모를 보여준다.

 

야마토 유키 감독의 포 론섬 블로섬스 (흩날리는 꽃들에게)’는 세 소녀의 행위예술만으로 충분한 재미를 준다. 빨강, 노랑, 파랑의 원색 원피스를 입은 세 소녀는 화관을 쓰고 꽃밭을 무대 삼아 춤을 추는 움직이고 노래하듯 대화한다. 이들의 대화는 지구에 태어날 것에 대한 각오와 자신들을 낳아줄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헌사를 담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지구에서 한 여성으로 또한 한 생명의 엄마로 살아갈 자신을 위한 노래이기도 하다. 소녀들의 공연은 흩날리는 꽃잎처럼 하염없이 아름답지만 동시에 저물어간다는 것에 서러움을 느끼게 한다.

 

이 외에도 영화는 13편의 작품을 통해 ‘21세기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영화는 주제를 바라보는 15개의 시선을 통해 세간의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한다. 15명의 여성 감독은 영화를 통해 여성이라는 존재가 지닌 가치와 존엄을 말하고 있다. 과감하고 도전적인 이야기를 화두에 던져 사회가 규정한 틀에 갇힌 여성의 이미지를 해방하고자 한다. 이제 막 수면 위로 나온 이러한 이야기는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을 위해 먼저 살아가는 이들이 보여주는 지침서와 같은 역할을 해낼지도 모른다.

 

-관객 리뷰단 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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