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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테로> 리뷰 : 가장 유명하지만 소박한 예술가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0. 10. 5.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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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테로>

가장 유명하지만 소박한 예술가

 

콜롬비아 출신의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의 생과 작품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1932년 콜롬비아 메데인에서 태어났을 때의 이야기부터 2016년 최근의 전시까지 담았다. 보테로와 그의 가족들이 옛날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으로 시작해 그의 인생의 전환점이나 시기별로 유명한 작품들을 짚어주면서 그림에 관한 비화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림을 배운 적은 없지만 일간지에 삽화를 그리면서 그림을 팔기 시작했던 보테로는 콜롬비아 살롱에서 수상하며 받은 상금을 통해 스페인으로 떠난다. 그리고 그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들, 고야, 벨라스케즈, 루벤스 등의 작품을 만나게 되고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만들어나가게 된다.

 

마치 풍선처럼 둥둥 뜰 것만 같아 보이는 그의 그림이 현실의 무게를 가질 수 있는 데에는 그가 본 것을 직시하는데 게으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린 시절 종교가 지배하고 정치와 경제가 파탄이 난 콜롬비아의 상황, 테러와 학살을 일삼던 메데인 카르텔(1970~1980년대 메데인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세계 최대의 마약 밀매 조직)의 지배가 도저히 멈추지 않았을 것 같았을 때에도 그는 그것들을 그림으로 그려냈다. 고전 명화들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해석하여 유명해진 그의 전력을 생각해보면, 일면 키치할 수도 있는 그의 작풍이 오히려 반어적으로 풍자적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1990년대 화가로 널리 인정을 받고 있을 때 돌연 조각을 선택한 것도 신선한 행보였다. 그림에서 느껴지는 양감을 현실 세계의 물질로 만들어버리면서 미술관의 예술이 아닌 공공예술의 측면을 만들어나갔다. 그의 조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바로 고향 메데인에 있는 공원 조각들이다. 보테로는 고향 메데인의 평화를 빌며 비둘기 조각을 기증했다. 하지만 90년대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던 테러로 인해 비둘기 조각은 파괴되었고, 보테로는 파괴된 조각상 옆에 새로운 비둘기 조각을 둔다. 현재 메데인의 시민들이 보테로의 조각공원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사회와 예술가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보테로는 지금도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대도시에 대규모 조각 설치를 하기도 하고,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는 전시회에 참석하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그림을 열심히 그리고 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스튜디오에서 그림을 그릴 때가 제일 좋다고 얘기하는 모습에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보다는 소박한 예술가의 면모를 만나게 된다.

 

-송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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