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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 개교기념일> 리뷰 : 분투하는 청춘에게 가난한 위로를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4. 11. 1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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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 개교기념일>

분투하는 청춘에게 가난한 위로를 

 

 영화감독이 꿈인 지연(김도연)은 영화를 향한 뜨거운 열정은 물론, 감독으로서의 철학까지 지니고 있지만, 대학을 향한 길은 멀고도 험하다. 어느 날 지연은 학교 방송실에서 밤늦게까지 포트폴리오를 편집하다가 무언가를 발견한다. 캐비닛 안의 오래된 비디오테이프는 한국식 공포 영화의 클리셰처럼 지연의 호기심을 사로잡는다. 성적은 낮아도 착한 친구인 지연은 비디오 영상을 확인하고, 학교의 오랜 괴담에 휘말리게 되는데…….

 

 ‘조금 멍청하지만 착한 친구들의 코미디가 오늘날에도 통할까? 글쎄다. 확신할 수 없겠으나, 지연, 은별(손주연), 현정(강신희), 민주(정하담)가 만들어내는 사랑스러운 에너지는 부정하지 못하겠다. 영화는 그 자체로 교본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여고 괴담소재의 공포 영화 클리셰를 충실히 이행하지만, 방심의 순간마다 찾아오는 코미디는 이 범상치 않은 영화가 절대 우리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을 확인시킨다. 과하거나, 심지어 허술하게까지 느껴지는 코미디 요소들은 영화의 완성도를 위협하는 듯이 보이지만, 감독은 마지막 장면을 통해 이 영화에서 시네마적 완성도는 중요하지 않음을 피력한다. 다시 말해,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은 냉철한 영화 비평가나, 청소년들의 헛짓에 탄식할 어른들을 위한 영화가 아니다. 수능 시험 일자와 엇비슷하게 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 시기부터 내용까지 모든 면에서 관람의 주 대상을 학생들로 지정하고 있다. 물론, 그것이 이 영화가 어른을 배제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지만, 다만 우리가 영화 속 아메바 소녀들의 눈물겨운 분투에 답답함을 느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혹은 수능을 이미 경험한 사람이라면 이 마음에 공감할 것이다. 성적표에 양, 가가 가득한 그들이(이것도 실상 웃프다. 귀신 영화에서 양기 대신 양가가 가득한 주연들이라니!) 개교기념일 밤 귀신과 하는 숨바꼭질에 몰두하는 대신, 기출 예상 문제를 하나 더 봤더라면, 하는 마음 말이다. 영화의 상영시간 동안 우리는 필연적으로 보호자의 입장에 처한다. ‘딴짓에 눈을 돌릴 때마다 나를 안타깝게 쳐다보던 무수한 눈빛들을 이제 내가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실로 아이러니한데, 영화 속 아메바 소녀들이 우리의 과거처럼, 그러거나 말거나 꿋꿋이 딴짓을 행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아메바 소녀들은 선배들의 방식을 따라서, 귀신과의 숨바꼭질에 참여한다. 수능 만점이라는 성공 보상은 그들의 유일한 희망이기에.

 

 영화의 소재가 더 진중하게 다뤄졌다면, 이 영화는 단순히 청춘의 고충을 담은 독립 영화나, 한국 공포 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여고괴담 시리즈를 속칭 샤라웃 하는오마주에 그쳤을 것이다. 아메바 소녀들이 본 비디오테이프가 1998년의 세강여고를 담은 것은 1998년에 개봉한 <여고괴담>을 상기시키며, 귀신과 민주가 사용하는 바운싱(점프 컷) 장면 등 역시 이 영화가 무엇을 기반으로 하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독은 엉망진창으로 보이는 코미디 속에 여고괴담과 차별되는 현대의 주제 의식을 숨겨두었다. 꿈을 향해 노력하지만, 뒤따르지 못하는 성적에 대한 학생들의 고통, 학교 폭력 예방 캠페인의 일환이었던 멈춰!”가 현실에서 얼마큼 효용성을 가졌는지 따위를 관람자는 이미 알고 있으며, 감독의 의도 속에서 불편함과 웃음 코드의 양가적 구조에 놓인다. 따라서 영화는 허술해 보이는 표면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기틀을 지녔다.

 

 어른들의 규칙으로 호시절을 얽매이는 청춘들을 위한 영화까지 우리의 시선으로 평가될 필요가 있을까? 90분 남짓의 시간 동안, 대한민국의 학생들이 한바탕 웃고 공감하며, 잠시라도 그들을 쫓는 모든 압박감을 잊을 수 있다면, 이 영화는 거창한 의미 없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지녔을 것이다.

 

- 관객리뷰단 조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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