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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렌의 결혼식>│임찬익 감독, 이주승 배우 초청

CINE TALK 씨네 토크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4. 9. 2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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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렌의 결혼식> 씨네토크

2024.6.23

 

초청 : 임찬익 감독, 이주승 배우

진행 : 정지혜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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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혜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영화 평론하는 정지혜입니다. 신영극장은 저도 굉장히 애정하는 공간이고요. 오늘 굉장히 많은 관객분들이 오신 것 같아서 정말 기쁩니다. 편안하게 소감 나눠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질문도 많이 해주시고요. 두 분 먼저 인사 말씀 부탁드릴게요.

 

임찬익 : 안녕하세요. 정말 많이 와주셨네요. 저도 유서 깊은 신영극장에 오게 돼서 너무 반갑고요. 귀한 발걸음 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영화에 대해서 질문해 주시면, 어떤 질문이라도 정말 성심성의껏 답변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주승 : 안녕하세요. <다우렌의 결혼>에서 승주 역할을 맡은 이주승입니다. 반갑습니다. <다우렌의 결혼>으로 강릉도 오게 돼서 정말 기쁩니다.

 

정지혜 : 임찬익 감독님은 <체포왕> 이후에 오랜만에 장편극영화 작업을 하셨고요. 그리고 이주승 배우님은 사실 우리에게 익숙한 많은 영화에 출연을 하셨던지라 <다우렌의 결혼>으로 다시 뵙게 돼서 반가운 마음이 큽니다. 근데 두 분 다 신영극장은 처음 오셨다고 해요. 영화계에 굉장히 오랫동안 몸담고 계신 두 분이라서 굉장히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 신영극장에 오신 소감은 어떻습니까? 강릉으로 오는 여정이나 극장의 분위기나 이런 것들을 좀 어떻게 느끼고 계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임찬익 : 신영극장에서 영화를 보지 않았을 뿐이지 강릉은 굉장히 많이 왔었는데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모범적으로 운영되는 독립예술영화관이잖아요. 제가 제주도 출신이라 제주도에 한림작은영화관이 있는데, 작지만 굉장히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이 지역에 있다는 건 그 도시가 갖는 프라이드 같아요. 자부심을 가져도 될 만한 공간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이 자리에서 제 영화를 상영하게 돼서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주승 : 저도 신영극장은 처음인데 정말 너무 느낌 있어요. 전통 있어 보이고. 현관에 영상기도 있던데 그런 희소성, 특별함 너무 좋습니다.

 

정지혜 : 또 정동진독립영화제와도 인연이 깊으시잖아요.


이주승 : 제가 개막식 사회를 보다가 망한 적이 한 번 있고. (웃음) 제가 연출한 영화 <돛대>를 상영한 적이 있었어요. 야외에서 상영하니까 너무 낭만 있잖아요. 희소성, 특별함 너무 좋아합니다. (웃음)


정지혜 : 오늘은 <다우렌의 결혼>으로 오셨으니까, 이 영화를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하는데요. 씨네토크 들어오기 전에 언제 촬영하셨냐고 여쭤봤더니 벌써 2년 전 여름, 20226월쯤 카자흐스탄에 가서 촬영을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촬영 이후로 시간이 좀 지나긴 했지만, 그때를 회상해 보자면 두 분이 어떻게 의기투합을 하셨는지 궁금하고요. 이 작품이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글로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이 된 걸로 알고 있어요. 다른 국가에서 촬영을 하고, 현지에 있는 스태프와 배우분들과의 협업으로 진행이 된 프로젝트인데요. 따로 제안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감독님께서 기획을 하고 계셨던 것인지 궁금합니다.

 

임찬익 : 이 영화는 영화진흥위원회 산하에 있는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만든 작품인데요. 영화진흥위원회 홈페이지에 글로벌 과정 교육생 선발 공고가 떴어요. 굉장히 오랜만에 학생으로 선발돼서 만든 작품이에요. 글로벌 과정을 처음 신설했는데, 조건이 해외에서 60% 이상 촬영하는 거였어요. 해외는 아시아 국가로 한정돼 있었어요. 봉준호 감독님이 <기생충>으로 해외에서 수상한 이후에 아시아 국가에 우리 영화의 우수성을 알려야 하지 않겠냐 해서 아마 기획된 프로젝트였던 것 같아요. 아이템 피칭 프로젝트를 하고 교육생이 저까지 3명이 선발됐어요. 이후에 6개월 정도 트레이닝을 마치고 우수작으로 제 작품이 선발된 거예요. 다른 교육생은 제작 희망 국가가 일본과 대만이었어요. 제작할 수 있는 예산을 고려해서 저는 카자흐스탄에서 제작했고요. 한국보다는 물가가 싸고, PD분이 카자흐스탄에서 영화를 찍었던 경험이 있는 감독님이셨거든요. PD님 인맥을 활용해서 한정된 예산으로 해외에서 촬영을 할 수 있었어요.


정지혜 : 주승 배우님은 사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와 인연이 좀 깊으시잖아요. <소셜포비아>도 그렇고, 그 외에 많은 작품들도 함께 했었고, KAFA 10주기 때는 한국영화아카데미의 파수꾼 10인상에 꼽히시기도 했었는데요. 해외까지 가서 집중적으로 작업을 해야 했기 때문에 <다우렌의 결혼>은 약간의 도전이었을 것 같아요. 이 작품에 어떻게 합류를 결심하게 되셨는지 말씀을 들어보고 싶은데요.

 

이주승 : 제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장례식의 멤버>라는 KAFA 1기 작품을 처음으로 찍었는데 그때 정말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KAFA는 고향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이후에 <사브라>라는 작품도 찍고, <소셜포비아>도 찍고, 그다음에 감독님 작품을 촬영했는데, 일단 대본도 너무 재미있었고 좀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를 잘 안 찍어봐서 그런 것도 궁금했어요. 그리고 제가 몽골에서 <파미르>라는 영화를 두 달 동안 찍고 왔었는데 그때 굉장히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근데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나중에는 그 경험이 저한테 굉장히 큰 의미로 다가오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카자흐스탄에 가면 또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그런 기대가 있었던 것 같아요.


정지혜 : 두 분 카자흐스탄을 처음 가셨을 것 같은데 첫인상은 어떠셨습니까?

 

임찬익 : 저는 먼저 가서 로케이션 헌팅을 하잖아요. 그때 묵었던 곳이 텐샨에 있는 곳이었어요. 만년설을 갖고 있는 산인데 너무 좋더라고요. 광활한 자연을 담을 수 있는 영화를 찍게 돼서 너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공기가 굉장히 맑았고, 그런 맑은 공기까지도 영화에 담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카자흐스탄의 알마티라는 곳 말고도 시골 공간이 사티 마을의 녹음도 인상적이었어요. 그런 초록을 영화에 담으면 굉장히 예쁘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주승 : 저는 몽골이랑 가까워서 비슷한 느낌이 날 줄 알았는데 생각과는 다르게 도시가 너무 발달이 잘 돼 있더라고요. 내가 생각을 잘못했구나, 뭐든지 직접 경험해야 알 수 있다는 걸 느꼈고. 사티마을이라고 시골 쪽으로 가면 동화 같은 자연이 펼쳐져서 정말 아름다운 곳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지혜 : 얼마나 머무셨어요? 거기서.

 

이주승 : 거의 한 달 정도 있었는데 알마티에서는 5일 정도 있었어요. 나머지는 사티 마을에서 주로 있었어요. 아무튼 콜사이 호수도 그렇고 너무 아름답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었어요.

 

정지혜 : 아름다운 풍광들을 담아낸 것이 이 영화의 여러 장점 중에 하나지만 또 굉장히 무해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도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새로운 기로에 서 있는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 순간을 굉장히 편안하게 볼 수 있게끔 해주는 영화였던 것 같아요. 그런 의미의 무해함이 영화 속에 있었던 것 같은데요. 감독님께서 시나리오를 쓰고, 작업을 하면서 인물들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던 지점들이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임찬익 : 이 영화를 단순히 관광이나 홍보를 목적으로 만든 게 아니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의 성장하는 모습을 기대하거나 관객분들이 보셨을 때 뭔가를 얻고 가는 게 있어야 되잖아요. 그래서 승주라는 인물을 비정규직으로 설정했어요. 뭔가를 하려고 시도는 하지만 잘 안 풀리고. 그런 인물이 새로운 공간에 가서 여러 가지 위기에 봉착하고 난관을 헤쳐나가면서 성찰하는 주인공을 만들고 싶었어요. 카자흐스탄이라는 나라를 그냥 단순히 경제적으로 GDP만 비교해 봤을 때 상대적으로 우리보다 낮잖아요. 그래서 그런 지표만 갖고 내가 한국인으로서 좀 우쭐하거나, 한국이 더 발전되고 크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면 카자흐스탄 사람들에게 잘못된 말을 전달할 수 있잖아요. 역으로 깨우침을 당하고 가르침을 줄 수 있는 강인한 여성상을 원했던 것 같아요. 중앙아시아라는 국가를 보면 사실은 포카혼타스가 생각나잖아요. 아디나라는 배우를 처음 봤을 때 포카혼타스 같은 이미지였어요. 그래서 캐스팅을 하게 됐고요. 캐스팅 전에 리스트에 이주승 배우를 올려놓고 아는 감독님께 전화를 돌렸거든요. 박현진 감독님과 변영주 감독님이 추천을 해주시더라고요. 그리고 또 마침 TV 프로그램에 구성환 배우가 나오더라고요. 두 배우를 동시에 캐스팅했더니 흔쾌히 수락해서 너무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도 너무 둘이 티키타카가 잘 맞았고, 오늘 사실 구성환 배우가 너무 오고 싶어 했거든요. 근데 어제 우천 관계로 LG 트윈스 시구가 오늘로 밀렸어요. 그래서 구성환 배우 검색해 보시면 35분 전에 시구한 게 사진으로 나와요. (웃음)


정지혜 : 주승 배우님은 어떠셨어요? 이전에 했던 작업들이 워낙 다양한 역할을 맡았고, 특히나 좀 묵직하고 어둑한 서사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인물들이 많았잖아요. 물론 영화 속 인물도 진중한 인물인데 기존에 맡았던 인물과는 좀 다른 결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점이 작업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었을까 궁금합니다.

 

이주승 : 일단 처음 대본과 지금 <다우렌의 결혼>은 아예 다른 영화예요. 감독님이 카자흐스탄에 갔다 오고 나서 처음 시나리오를 실현시키는 건 불가능하겠다 생각하셨고, 새로 다시 쓰셨는데 어쨌든 청춘에 대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본이 바뀌어도 저는 하겠다고 했고요. 일단 처음 받았던 대본은 제가 고려인이라는 설정이었어요. 한국으로 유학을 갔고, 우연한 기회로 영화를 찍게 되었고, 카자흐스탄에서 친구들과 영화를 찍는 과정을 그린 시나리오였거든요. 근데 아예 한국인으로 바뀌었잖아요. 그래서 사실 다행이었고 안심도 되었어요. 말씀하셨지만 배역을 맡을 때 결국에 중요한 건 영화 속 메시지를 내가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인지, 그런 알맹이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감독님과 배우가 같은 마음이라면 영화를 찍는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정지혜 : 구성환 배우님과 한 방 쓰신 건 괜찮으셨습니까?

 

이주승 : 일단 코를 너무 많이 골고요. 자기가 예민하다고, 예민하니까 방해하지 말라고 저한테 계속 얘기해 놓고 눕자마자 바로 잠들더라고요. 수건을 하루에 3개씩 쓰더라고요. 다행히 건조한 나라여서 수건은 금방 마르더라고요. 몇 시간이면 말라요. 정말 신기하게도. 그래서 저는 하나로 잘 버텼어요. 다시 같은 방 쓰라고 해도 쓸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어떨지는 예상이 되네요.

 

정지혜 : 아까 말씀하신 아디나 배우 캐스팅 과정도 그렇고 현지의 많은 주민분들이 영화 안에서 열연을 해 주신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이 영화의 무드를 만들기도 하고, 굉장히 편안하면서도 그 안에 스며드는 듯한 그런 인상을 주는데요. 어떤 과정이 있었을지 궁금합니다. 섭외는 어떻게 하셨을까요? 좀 낯설어하셨을 것도 같고, 경계도 하셨을 것 같거든요.


임찬익 : 영화를 보시면 스태프들이 꽤 많이 출연해요. 현지 스태프들이 대부분 출연을 했고요. 버스 정류장에서 결혼 축하하는 장면의 마을 주민들은 현지에서 섭외를 했고요. 결혼식장 장면에서는 보조 출연자들을 불렀어요. 많은 인원이 필요했거든요. 특히 출연하신 분 중에 모자 쓴 할아버지는 사티 마을 이장님이세요. 그리고 스태프 중에 로케이션 담당하는 분이 사티 마을 출신이에요. 가축이 장면에 필요하면 몇 마리나 필요하냐 물어보고 숫자에 맞춰서 데려오더라고요. 소도 데려오고, 양도 데려오고. (웃음) 지역 출신 분이 스태프로 있어서 굉장히 편안하게 영화를 찍었던 것 같습니다.

 

정지혜 : 역시 이장님 파워는 대단하네요. (웃음) 아디나 배우님하고 주승 배우님 두 분은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셨는지 궁금해요. 두 분이 거리두기도 필요한 관계로 설정돼서 약간의 긴장도 필요하셨을 것 같은데 현장에서 어떠셨어요?


이주승 : 일부러 거리를 뒀다기보다는 거리가 생기더라고요. 왜냐하면 말이 안 통하니까. (웃음) PD님이 통역을 해주시거나 가끔씩 파파고로 대화를 주고받았어요. 말은 별로 못 나눴지만 아디나 배우가 볼수록 매력적이더라고요. 그래서 많은 한국 관객분들이 영화를 통해서 아디나 배우의 매력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굉장히 많은 분들이 영화 보고 아디나 씨에 대해서 매력적이라고 말씀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제가 더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SNS로 전달해 줬어요. 한국 관객분들이 너무 좋아한다고, 잘 지내라고. 아마 결혼을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정지혜 : 혹시라도 오해를 하실까 봐 말씀하시는 것 같고요. (웃음) 작업 마치시고 결혼을 하신 거죠?

 

이주승 : 네 그랬대요. 카자흐스탄 분들은 결혼을 엄청 일찍 하시더라고요. 아디나 배우랑 결혼에 대해서 대화를 한 적 있어요. 한국은 결혼을 왜 안 하는지, 아이는 왜 안 낳는지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은 아이를 낳고 기르기가 좀 힘든 환경이다 말씀드렸더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은 소중한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뒤로 대화가 끊겼어요. (웃음) 문화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정지혜 : 아디나 배우님 굉장히 매력적인데, 혹시 원래도 연기를 하셨던 분인가요?

 

임찬익 : 카자흐스탄에서 주연을 맡은 작품이 세 작품 되고요. 2023년에도 개봉한 작품이 있어요. 카자흐스탄의 전통이라고 해야 할지, 25살 이전에 결혼을 다 하더라고요. 결혼하고 나서는 당분간 일을 안 하시더라고요. 그게 좀 아쉬워요.


정지혜 : 영화에 맛있는 음식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촬영하시면서도 현지의 문화나 음식과 관련된 재밌는 에피소드도 많이 있을 것 같아요. 들려주실 만한 게 있으실까요?

임찬익 : 워낙 구성환 배우가 잘 먹다 보니까. 할머니 집에서 음식 먹는 장면이 있는데요. 음식이 소품인데 그걸 계속 먹어가지고 미술팀이 너무 당황하는 거예요. (웃음) 양이 한정돼 있는데 촬영을 계속하다 보면 없어지니까. 그럴 정도로 구성환 배우는 너무 잘 드셨고요. 저는 현지 음식도 잘 맞았고, 특히 고기가 많았어요. 이슬람이라 돼지고기는 전혀 없는데 어쨌든 양고기를 굉장히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지혜 : 주승 배우님도 괜찮으셨습니까?

 

이주승 : 향신료들이 들어가긴 하는데, 한식과 비슷한 음식들이 많았어요. 근데 저희 녹음 기사님은 한식파여서 깻잎, 콩자반 이런 걸 따로 챙겨 오셨어요. 그래서 맨날 그거만 드시더라고요. 잘 안 맞는 분들은 현지 음식을 못 드실 수 있어요. 근데 저는 잘 맞았습니다.


정지혜 : 저는 협곡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이 영화가 처음에는 무해하고, 편안하고, 우리에게 보기 좋은 풍광들로만 채워질까?라는 생각이 들다가 어느 순간부터 드라마를 차곡차곡 쌓아나가면서 협곡에서 대화하는 씬을 통해서 이런 것을 우리에게 던져주려고 했구나 강력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장면을 준비하고 찍으면서 어떤 고민을 하셨는지, 감독님과 배우분들은 어떤 이야기를 나누셨는지 궁금합니다.


임찬익 : 말씀하셨다시피 이 영화 속에는 갈등이 별로 없잖아요. 결국 마지막에는 갈등을 만들어야 되는 상황인데 사실 집에서부터 어떻게 보면 둘이 마음을 조금씩 조금씩 열어가는 과정이었고 그래서 아디나가 집에 들어오라고 한 거잖아요. 말은 못 하지만 배워가면서 소통하려고 하는 거죠. 영화 준비하면서 언어가 다른 상황에 대한 영화들도 참조했는데 <원스>에서 진심을 얘기하는 장면이 있는데 상대방이 못 알아들어요. 언어가 달라서 못 알아들어도 감정은 충분히 전달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승주가 아디나에 대해서 조금은 알게 되었고, 협곡에 처음 와봤다고 하니까 조금은 한국에 가고 싶지 않냐라고 말을 할 수 있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촬영하는 날에 협곡에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거든요. 서로가 마음을 터놓고 얘기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일종의 신뢰이기도 하면서, 자존심을 건드릴 수도 있는 거고, 거기에 또 통역이 정확하지 않잖아요. 약간 개입도 하고. 그러면서 뭔가 신경이 날카롭게 서 있는 인물들이나 감정들이 날씨랑도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그런 승주를 연기할 때 주승 배우의 눈빛에서 연민이 들어갔다고 생각했거든요. 잘난 척이라기보다는 연민이었는데 그런 부분들도 잘 표현된 것 같아서 그나마 갈등 상황들이 표현된 것 같습니다.

 

이주승 : 그 장면 촬영할 때 감독님이랑 얘기를 많이 했어요. 승주가 마지막에 우리 계약은 여기까지네요라고 하면서 헤어질 때 다른 대사가 더 있었거든요. 근데 그건 제가 도저히 못하겠다고 했어요. 감독님이 무슨 말을 하고 싶냐고 해서 사과하고 싶다고 했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장면을 촬영했어요. 근데 아디나가 못 알아듣고 가죠. 원래 내레이션은 없었는데, 편집하면서 내레이션을 녹음했고 사과하는 장면이 없어진 거죠. 계약은 여기까지네요 하고 헤어지는 거죠.

 

정지혜 : 감독님은 연민이라고 하셨는데 어찌 보면은 우리가 흔히 어떤 아름다운 공간을 자연의 풍광으로만 치환시키고,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삶은 편견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은데요. 그 장면의 대화 혹은 앞뒤의 전개 과정에서 그런 편견을 깨는 순간이 있었던 것 같아서 굉장히 담담하지만 힘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혹시 관객분들 중에 질문 있으신 분 계실까요?

 

관객 1 : 우선 영화 너무 잘 봤고요. 극 중에서 승주가 갈치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하면서 다큐를 찍자고 하는데, 감독님이 평소에 갖고 있는 갈치에 대한 생각이 반영된 건가요?


임찬익 : 갈치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좋아해 주셔서 감독으로서 각본가로서 굉장히 뿌듯한데요. (웃음) 제가 제주도 출신이에요. 제주도 갈치가 유명하잖아요. 제주도 욕 중에 갈치 같은 엑스이런 게 있어요. 저희 마을에 구지영 감독이라고 있어요. 구지영 감독이 제주도 출신이거든요. 약간 까칠해요. 성격이 그래서 어릴 때 할머니가 자기더러 갈치 같은 년이라고 맨날 욕을 하셨대요. 갈치가 잡자마자 자기 성질 못 이기고 죽어버리니까. 그래서 굉장히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또 하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갈치가 잡히자마자 죽는 게 어떻게 보면 독립투사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독립군의 거주나 은신처를 밝히지 않고 혀를 깨물고 자결하는 투사처럼요. 비유가 적절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승주가 다큐멘터리 아이템으로 갈치를 생각하면 어떨까 하면서 썼는데 관객분들 반응이 좋아서 저는 굉장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정지혜 : 그런 비하인드가 있었군요. 또 질문이 있으신 분 계실까요?

 

관객 2 : 저는 다우렌의 뜻이 행복한 시간이라는 얘기를 듣고, 행복한 감정만으로 영화 전체를 포괄할 수 있는 것 같지 않았거든요. 다양한 감정이 있었을 것 같은데 주인공 이름을 다우렌으로 선정한 이유가 있으신 궁금합니다.

 

임찬익 : 촬영 들어가기 전에 카자흐스탄 스태프들한테 미리 시나리오를 전달하려고 했는데 번역을 해야 되잖아요. 제가 카자흐스탄 이름을 모르니까 스태프들에게 주인공 이름을 정해달라고 했어요. 그러면서 나온 이름 중에 하나가 다우렌이었어요. 다우렌이 유명한 이름이냐고 물었더니 카자흐스탄 전통 이름이라고 하더라고요. 카자흐스탄이 옛날에 구소련이었잖아요. 그래서 지금도 간판 보면 러시아어, 카자흐스탄어 동시에 사용해요. 러시아식 이름보다는 전통적인 카자흐스탄 이름이라서 현지 스태프들이 제안을 해줬고, 그래서 이름이 다우렌이 됐습니다.

 

관객 3 : 주인공 승주가 처음에는 굉장히 진실되게 연출한 다큐를 찍고자 했잖아요. 근데 카자흐스탄에 가서 만든 다큐는 어떻게 보면 사건 연출을 했잖아요. 그런 경험을 한 뒤에 자신의 영화를 찍겠다고 부산에 내려가잖아요. 승주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다큐에 대한 생각에 변함이 없을지, 아니면 달라졌을지 궁금해요. 그걸 이주승 배우한테 여쭤보고 싶거든요.

 

이주승 : 일단 승주가 갈치로 <나의 문어 선생님> 같은 다큐를 찍는 건 불가능할 것 같고, 저도 모르겠어요. 근데 꿈이라는 게 이루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나침반처럼 방향을 제시하는 것뿐이지. 내가 이룬다 또는 어떤 크기가 존재한다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어쨌든 승주는 되게 진실되고 정확한 다큐를 찍고 싶어서 일을 시작했지만 계속 타협하고, 자기 꿈을 이루기 위해 진실되지 못한 걸 해야 한다는 착각을 한 거죠. 사표를 내는 것은 내가 처음 다큐를 시작하기로 한 방향을 찾아서 그게 정말 천천히 가는 길이어도 그 방향으로 가겠다는 선언이고, 흔들린 나침반을 다시 찾았다는 뜻인 것 같아요.

 

정지혜 : 배우님께 여쭤보셨지만 혹시 감독님께서도 덧붙일 말씀이 있으실까요?

 

임찬익 : 승주는 좀 하다가 포기했을 것 같아요. 좀 하다가 이건 아닌가 보다. 근데 저는 그게 성장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관객 4 : 임찬익 감독님께 여쭤보고 싶은데요. 이주승 배우와 구성환 배우의 어떤 매력 때문에 두 분을 캐스팅을 하셨는지 궁금하고요. 이주승 배우님은 앞으로 준비하고 계신 작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임찬익 : 아까 잠깐 설명을 했지만 연기력이 좋은 배우 중에 둘이 사적으로 굉장히 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예능프로그램을 보는데 이주승, 구성환 배우가 나왔고 둘이 티키타카가 잘 맞아서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촬영 전에 미팅을 했어요. 만나보니까 구성환 배우는 제가 생각한 시나리오의 영태 그대로였어요. 승주와는 반대로 걱정도 내려놓고, 조금은 대충대충 하면 안 되냐 그런 성격이 비슷하더라고요. 솔직히 촬영할 때 매니저도 없고, 감독하고 얘기할 시간도 없이 현장은 너무 빨리 지나가고 주승 배우가 힘들었을 것 같은데 같은 방 쓰는 성환 배우가 위로해 줬다고 저한테 얘기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뭐랄까 현장 분위기도 좋고, 또 그런 지점 때문에 촬영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지금 생각해도 이 영화에서 두 배우는 너무 캐스팅을 잘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이주승 : 위로를 많이 해줬죠. 성환이 형이. 사실 위로받을 건 딱히 없었는데. (웃음) 아무튼 시나리오 보고 성환이 형도 감독님이 나 스토킹 했나? 만나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나를 이렇게 잘 알지?라고 농담할 정도였어요. 둘이 너무 비슷하더라고요. 기존에 가지고 있던 관계성이 영화와 비슷해서 그게 연기에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은 제가 사실 작년 말부터 중심이 뭔가 조금은 잡힌 것 같아요. 저는 정말 연출을 많이 꿈꾸고 있어요. 시나리오를 3년째 쓰고 있는 게 있어요. 그게 영화로 만들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위해서 노력하는 것들이 있고, 매년 연극을 한 편씩 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다른 영화로 다음 달에 뉴욕영화제도 가고 달라스 영화제도 가고. 영화가 좋아서 영화를 계속 찍고 싶습니다.

 

정지혜 : 아까 나침반 말씀하셨는데 나아갈 방향이 확고하게 잡힌 것 같아서 배우님 얘기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감독님이랑 작업하시는 분들이 연출하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요. 박루슬란 감독님은 제작에도 참여하시고, 유라 역을 맡아서 연기도 하셨잖아요. 이주승 배우님도 직접 본인의 영화를 만들고 계시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같이 작업을 했을 때 얻는 시너지랄까요? 혹은 준비를 더 많이 해야 되겠구나 약간 좀 긴장도 될 것 같고, 의지하는 부분도 있으셨을 것 같은데 어떠셨을까요?

 

임찬익 : 주승 배우랑은 그런 게 좋았던 것 같아요. 시나리오를 읽고 아이디어를 제안해 줘요. 멧돼지 사냥하는 장면에서 가짜로 고려의 풍습이라고 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도 주승 배우가 제안했고, 그러니까 캐릭터도 살고 씬 자체도 재밌어진 것 같아요. 박루슬란 감독은 저한테 약간 빚진 게 있어요. (웃음) 그래서 그 빚을 갚으려고 프로듀서를 해줬는데, 또 워낙 카자흐스탄을 잘 알고 있기도 하고. 근데 유라 역할이 러시아어도 해야 되고, 한국어도 잘해야 되는데 그런 배우가 드물어요. 또 하나는 스턴트가 필요한데 그러면 또 비용이잖아요. 그러니까 프로듀서 박루슬란 감독이 고민이 많았을 거예요. 처음에 유라 역할 맡아달라고 했는데 거절했거든요. 찾아보겠다고. 근데 그게 잘 안 됐고, 예산도 아끼려고 프로듀서 하면서 연기까지 박루슬란 감독이 맡은 거죠. 어쨌든 제 입장에서 제일 고마운 사람이죠. 한정적인 커뮤니티 안에서도 영화가 이렇게 탄생할 수 있었던 건 정말 많은 스태프들의 희생과 노고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정지혜 : 주승 배우님이 연출하신 <돛대>도 보고 작업하신 것들 계속 봤었는데 완성도 있게 작품 만드시고 좋은 평가들도 많이 받으셨잖아요. 배우로서의 작업이 갖고 있는 매력도 있지만 연출에 대한 꿈을 더 펼쳐보겠다고 하셔서 어떤 작업들을 해보고 싶으신지 궁금하고, 또 연출가로서의 포부 같은 것도 있으실 것 같아요. 조금 더 들어볼 수 있을까요?

이주승 : 일단 연출하고 싶은 건 제가 어릴 때부터 창조하는 걸 너무 좋아했던 것 같아요. 어릴 때 할머니 댁에서 그림도 그리고 연기하고 그랬던 기억이 나요. 근데 배우는 사실 우체부랑 똑같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전달자. 그래서 연출이랑은 되게 다른 직업인 것 같아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또 연출하면서 좋았던 건 내 편이 정말 많다는 걸 느꼈거든요. 저는 촬영을 잘 모르니까 촬영 감독님한테 의지하면 되고 미술도 잘 모르니까 미술감독님한테 의지하면 되잖아요. 그런 순간들이 저를 따뜻하게 안아준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작업을 계속하고 싶은 것 같아요. 그리고 준비한 영화도 정말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데 그걸 제가 배우로서 전달할 수 없으니까 제가 쓰고 관객들을 만나고 전달하고 싶어서 연출을 계속하고 있는 것 같아요.

관객 5 : 제가 감독님께 궁금했던 건 원래 시나리오를 엎고 다시 쓰셨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다시 완성할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힘드셨을 것 같고, 압박감도 심했을 것 같거든요.


임찬익 : 버전이 세 가지가 있었어요. 공모전에 당선된 시나리오는 굉장히 예술 영화에 가까웠어요. 배경이 카자흐스탄이고 승주가 세르게이였어요. 한국으로 영화 유학을 왔고, 졸업 작품을 찍으려고 고향에 가서 예전 친구 아디나를 만나요. 아디나는 옛날 첫사랑인데, 같이 연극도 하던 사이예요. 그러면서 좌충우돌하면서 경찰한테 끌려가기도 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영화를 완성하고 깨달음을 얻는 얘기였어요. 근데 그러려면 주승 배우가 러시아어를 해야 되는 거예요. 어떻게 할까? 그러다가 나이대를 높여서 캐스팅을 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그건 안 될 것 같고. 결국에 카자흐스탄에 로케이션 헌팅을 갔다 와서는 외국어를 사용하는 설정이 배우한테 너무 많은 부담을 주는 것 같다는 생각 했어요. 그래서 지금의 버전으로 시나리오를 바꿨고 어려웠지만 결과적으로는 그게 맞았다고 생각해요.


정지혜 : 오늘 밀도 있게 영화 이야기를 많이 나눈 것 같고요. 편안하면서도 세세하게 영화에 대해서 짚어본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주승 배우님이 1년에 한 번씩 연극을 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혹시라도 잡힌 일정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고요. 마지막 인사 말씀 들으면서 오늘 시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이주승 : 공연이 잡혀 있는 게 있는데 아직 공개는 어려워서 말씀을 못 드리고요. 앞으로도 연기 열심히 하겠습니다. 주변분들에게 <다우렌의 결혼> 많이 추천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임찬익 : 저도 상업 영화를 했던 사람이라서 관객수 만 명은 들지 않겠어라고 호기롭게 얘기했는데 시스템적으로 어렵더라고요. 근데 아직 독립예술전용관에서는 계속 상영하고 있고, 주위분들에게 많이 소개해주시면 <다우렌의 결혼>이 오랫동안 신영에서 상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작든 크든 계속해서 작품들을 만들어낼 계획이고요. 앞으로 다음 영화도 꼭 강릉에서 여러분과 같이 봤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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