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에슬로프스키 특별전 노트] 데칼로그 3

데칼로그 3 Dekalog, trzy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 극 | 1989 | 폴란드 | 56분 | 컬러 | 15세이상관람가

 

가족과 즐기는 크리스마스이브의 밤, 야누스에게 예전 연인이었던 에바가 찾아온다. 그녀는 당일에 사라진 자신의 남편을 같이 찾아 달라고 부탁한다. 야누스는 에바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채 황량한 새벽길을 함께 돌아다닌다.

그들이 다니는 곳의 풍경들은 따뜻하고 단란한 크리스마스의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캐럴을 흥얼거리는 취객의 목소리를 시작으로, 병원, 임시보호소, 기차역 등 차가운 공간 속 소외된 사람들과 쉬지 못하고 일하는 사람들, 진정으로 안식이 필요한 사람들을 영화는 주목한다. 최소한의 조명은 인물들의 암울한 얼굴들을 언뜻 드러내고, 행복의 그늘에 있는 이들의 처지를 부각한다.

또한, 거짓을 말하고 수상한 행동을 하는 에바, 그녀의 거짓에 대해 삼키고 묵묵히 함께 다니는 야누스, 이 두 사람의 비상식적인 관계와 감정은 빨간색, 초록색 조명과 뒤섞여 광기 어리게 그려진다. 한편, 영화 전반의 분위기와 대비되는 말미의 아침 씬을 통해 이들이 겪은 새벽은 안식을 맞이하는 데 필요한 순간이었다고 영화는 말한다.

 

-신영 김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