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5 개봉] 나나

나나 Nana (카밀라 안디니, 2022)

극 | 인도네시아 | 103분 | 15세이상관람가

감독: 카밀라 안디니

출연: 해피 살마, 라우라 바수키, 아스웬디 베닝 스와라

 

전쟁과 평화는 언제나 남자들의 것이었고, 여자들에게 진정한 평화란 아직 찾아온 적이 없다. 인도네시아의 50년대, 오랜 독립전쟁과 내전으로 혼란한 시절을 지나 60년대, 언뜻 안정된 것처럼 보이는 독재정권의 시대가 열렸다. 주인공 나나는 내전의 여파로 남편과 아이를 잃었는데, 그래도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지주 계급의 새로운 남자를 만나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렸다. 몸은 편하지만, 여전히 머리 속에는 끔찍한 기억과 말할 수 없는 비밀들이 머무르고 있다. 나나는 그것들이 밖으로 새어나오지 못하도록, 늘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을 틀어올린다. 하지만 밤에는 어쩔 수 없이 머리를 풀어야 하고, 나쁜 꿈들이 나나를 깨운다. 인도네시아의 현대사와 여성 서사, 낯선 인도네시아의 문화가 어우러져 이미 알았어야 할 생경한 풍경을 쌓아나간다. 영화의 나른한 청록빛은 적인지 동지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 정육점 여자, 이노의 붉은 빛과 내내 씨름한다.

 

-송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