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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덕 | 오세연 감독 초청

CINE TALK 씨네 토크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2. 11. 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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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덕> 씨네토크

2022.10.23.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참석: 오세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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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명현 : 안녕하세요. 저는 진행을 맡은 진명현이라고 합니다. 저희 오늘 슈퍼스타 한 분 모시고서 감독과의 대화 진행할 텐데요. 비 내리는 일요일 오후지만 그래도 즐겁게 끝까지 자리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지금 1만 명 관객을 돌파한 올해의 두 번째 한국독립영화거든요. 오세연 감독님 모시겠습니다. 큰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오세연 : 안녕하세요. <성덕> 감독 오세연입니다.

 

진명현 : 영화는 다들 재밌게 보셨죠. 정말 할 얘기가 많은 영화고, 지금 오세연 감독님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GV 아티스트로서 새로운 직업을 찾으셨다고 해서 저도 많은 기대를 품고 오늘 왔는데요. 강릉이 관객과의 대화 12번째라고 하세요. 소감부터 여쭤볼게요.

 

오세연 : 제가 배급사와 얘기를 하면서 지역 GV를 어딜 갈까, 제가 무조건 강릉 가야 된다. 신영극장에 제가 영화를 보러 온 적은 없고 관광객이었는데, 너무 좋아서 꼭 하고 싶어서 어필을 해서 오게 됐고. 그래서 바다도 보고 회도 먹고 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왔고요. 오늘 생각한 것보다 되게 많이 오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감사합니다.

 

진명현 : 영화 속에도 감독님이 여러 번 등장하셨기 때문에 오늘 관객분들 더 반가운 마음이 드실 것 같고요. 사실 저랑 감독님은 여기 들어오기 전에 잠깐 대화를 나눴는데, 저희 거의 20살 차이가 나거든요. 그래서 세대를 뛰어넘는 덕질에 대한 이야기들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작년에 처음 이 영화를 봤었고요. 여기 오기 전에 한 번 더 영화를 보고 왔는데. 서울에 있는 에무시네마에서 한번 보고 왔거든요. 그저께 50대 여성 두 분이 근처에 인왕산이었겠죠, 등산 갔다가 등산복에 배낭 메고서 극장 오셔서 너무 재밌게 보시고. 그날 보셨던 관객분 중에 가장 크게 웃고 박수치면서 좋아하시더라고요. 생각보다 이 작품이 세대를 뛰어넘는 매력이 있는 작품이구나 다시 한 번 느꼈고. 사실 모든 시대에 덕질은 있었던 거니까. 이 작품을 부모님들에게도 보여드리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게 했던 두 번째 극장 관람 경험이었습니다. 개봉을 통해서 관객들을 만나는 게 감독님께도 되게 신기하고 재미있고 설레는 일이기도 할 텐데, 12번이나 관객과의 대화를 하시면서 어떤 것들이 좀 기억에 남으시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오세연 : 저희 영화 GV를 할 때마다 약간 영화에 대한 이야기들도 많이 해주시고 질문도 해주시지만, 제가 아까 덕질계의 오은영 박사님처럼, 이럴 때 어떻게 할까요, 이런 상담을 많이들 신청하세요. 근데 어떻게 보면 저도 덕질이 망했잖아요. 그래서 이런 걸 제가 답변을 드려도 되나 싶지만,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쥐어짜서 답변을 드리는데, 그런 시간들이 너무 재밌는 것 같아요. 제가 이렇게 앞에 앉아 있다고 해서 거리감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다 우리들, 같은 순이들 이런 느낌이 들어서 그런 경험들을 하는 거. 그게 되게 의미 있는 거 같아요.

 

진명현 : 오늘도 금쪽이 분들이 오셨으니까 이따가 마이크 들고서 앞에 오은영 박사님이라고 생각하시고 얘기 나눠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 먼저 상담을 받고 싶어요. 저는 카라의 오랜 팬이었거든요. 당시 팬클럽 카밀리아의 1기도 했는데, 그저께 영화를 보고 너무 나쁜 기사를 본 거예요. 구하라를 폭행했던 전 남친이 항소를 또 했다는 거예요. 구하라 유족들에게도 피해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법원의 선고에 불복해서 또 항소를 했다는 기사를 보고서 너무 분노에 치달았거든요. 고인이 된 나의 스타에게 어떻게 해줄 수 있을까. 너무 고통스러운 거예요. 그러니까 다른 의미로 저는 덕질이 슬프게 망한 사례인데,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겪고 있는 저한테 감독님께서 어떤 얘기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오세연 : 제가 어떤 얘기를 해야 할지는 모르겠긴 한데... 저는 항소하는 기능이 사회에 꼭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솔직히 가끔 들어요. 저도 많이 화가 나고 지금 기록되고 있으니까 뭐라고 심하게 말을 할 수는 없지만, 그냥 이제 대충 심한 말 몇 개 이렇게 생각합니다. 힘을 내야지 어쩌겠어요.

 

진명현 : 가해자가 아직도 그 헤어숍을 운영을 하고 있대요.

 

오세연 : 근데 왜 안 망할까요?

 

진명현 : 진짜 이해할 수가 없지 않아요?

 

오세연 : 그런 사람의 손에 내 머리를 맡기고 싶을까? 갑자기 화가 나네요.

 

진명현 : 영화를 다시 보면서 여러 가지 저의 서사들이 들어가는 영화였고, 아마 관객분들도 자신의 서사들이 굉장히 많이 들어갔다 나왔다 들쭉날쭉하는 경험들을 하셨을 것 같아요. 저는 <성덕>을 처음 봤을 때는 신기하기도 했고 의아하기도 했고, 여러 가지 감정들이 들었었어요. 왜냐하면 저는 그분의 팬이 아니었기 때문에. 저 사람을 왜 좋아하지 하는 생각을 처음 봤을 때 많이 했었어요. 근데 두 번째 봤을 때는 저 사람을 좋아한 것만은 아니었구나. 저 사람을 함께 좋아하던 사람들을 더 좋아했던 거구나. 남는 건 결국 좋아했던 마음과 그 마음을 공유했던 동지들뿐인 거구나 하는 생각이 또 들어서, 두 번째로 봤을 때 되게 복잡미묘한 감정이 더 들었던 것 같아요. 아마 우리 처음 보셨던 분들은 한 번 더 보시면 좀 더 찬찬히 볼 수 있는 신들이 있거든요. 그리고 그런 부분들이 되게 많은 걸 남기는 작품이어서 한 번 더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시다면 한 번 더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님도 편집도 하시면서 여러 번 영화를 보셨을 텐데 최근에 보셨을 때 어떤 느낌이 드셨는지 좀 여쭤보고 싶어요.

 

오세연 : 일단은 그 느낌도 느낌이지만, 아까 말씀하신 것 중에 왜 저런 사람을 좋아했을까 이렇게 의아해하셨다고.

 

진명현 : 죄송해요.

 

오세연 : 아니에요. 제가 좋아할 때도 뭔가 주변 사람들한테 별로 지지를 못 받았었어요. 왜냐하면 그 때가 중학생 때니까 모든 친구들이 다 엑소의 누군가를 좋아할 때여서, 다 그런 오빠들을 좋아하는데 왜 쟤는 눈빛도 이상하고 그런 사람을 좋아할까, 이런 얘기를 진짜 많이 들었고. 저희 엄마도 그런 얘기를 하시잖아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이 영화를 보면서도 느끼시는 분들이 꽤 있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살짝 부끄럽네요.

 

진명현 : 그렇다면 그 당시 중학생 때는 어떤 매력에 빠지셨던 거예요? 영화에도 잠깐 나오긴 하지만 큰 키와 눈과 기타, 반려견을 좋아하는 여러 가지들이 있겠지만 처음 입덕하게 된 계기는 있잖아요.

 

오세연 : 그렇죠. 덕질이라는 게... 외적인 게 너무 멋있고 완벽한 사람들이 세상에 너무 많잖아요. 잘생긴 사람이라고 해서 다 좋아할 수는 없으니까. 나의 어떤 그것과 그 사람의 어떤 것이 이렇게 딱 만나서 스파크가 튀었을 때 그때 덕질이 시작이 되는 거고. 그런 사고가 인생에 일어나는 건데.

 

진명현 : 뭔지 알겠는데 되게 민망하네요. (웃음)

 

오세연 : 저는 주말에 TV 보다가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재방송을 보는데 무대에서 날아다니는 너무 멋있는 사람이 있는 거예요. 되게 자유로워 보였고 진짜 끼가 넘치는 사람이구나. 너무 여유로워 보였어요. 그런 점들이 일반인들이 나오는 오디션 프로그램인데 이 사람은 그냥 프로다이런 생각이 들면서 그 사람이 궁금해지기 시작하더라고요. 그 궁금해진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되었고. ‘궁금한 거’. 그게 저는 시작인 것 같아요. 그냥 보고 잘한다, 멋지다가 아니라 이 사람 뭐지, 누구지, 계속 궁금해하고 찾아보고 그러다 보니까 찾아보는 것 자체에도 중독이 되고, 그 사람 자체에도 너무 매력을 느껴버리고. 그렇게 됐던 거 같아요.

 

진명현 : 정말 그 호기심이 모든 사람들의 일상을 결박하잖아요. 아무것도 못 하게. 지금 만약에 여러분들이 누구를 정말 좋아하고 있는 상황이면 지금 핸드폰으로 뭘 하고 싶어서 어찌할 줄 모르는 게 사실 덕의 마음이잖아요.

 

오세연 : 맞아요. 맞아요. 저희가 원래 다른 GV일 때는 오픈 채팅방으로 주로 얘기하는데, 그러니까 관객분들이 휴대폰을 보는 게 되게 자연스럽잖아요. 저는 이제 앞에 있으니까 몰랐는데 나중에 친구들이 얘기하기를, “네 영화 GV 진짜 찐이더라”. 전 제가 잘했다는 뜻인 줄 알고 고맙다고 했는데, 그게 아니라 뒤에서 보니까 다른 핸드폰으로 다른 동영상을 틀어놓고 네 말을 듣고 있더라. 그래서 다들 이제 소식을 보시면서 듣고 이러시는구나 (알았죠). 그래서 그 얘기를 했더니, 오픈 채팅방 관객분들이 사담을 되게 많이 하시거든요. 감독님, 저 방금 오빠한테 버블왔어요, 이런 얘기하고.

 

진명현 : 이제 버블이 생겼죠 프메라는 게 있고.

 

오세연 : 그게 너무 재밌더라고요.

 

진명현 : 개봉까지의 덕질 1기의 과업을 완료하신 다음에 영화 후반부에 보면 친구분들이 새롭게 파기 시작한 스타들이 등장하잖아요. 감독님은 최근에 누구를 좋아하고 계시는지도 궁금해요.

 

오세연 : 저도 약간 항상...

 

진명현 : 생기셨어요?

 

오세연 : . 말 안 하려고요. 왜냐면 제가 말을 하면 다들 불안에 떠더라고요. 영화 다 만들고 작년에 처음 공개를 했었잖아요. 그러고 나서 인디스페이스에서 GV 할 때 어떤 일본 배우를 요즘에 너무 좋아하게 됐다. 신나서 얘기를 했어요. 근데 그러고 나서 몇 달 뒤에...

 

진명현 : 터졌어요?

 

오세연 : ... 근데 그렇게 되니까 제 이름을 검색하면 관객분들이 이제 누구 좋아하면 공지를 해줬으면 좋겠대요. 피해가게. 그런 얘기들도 듣고. 우리 돌판에 제발 들어오지 마세요. 이러면서 얘기를 하시니까, 내가 좋아하는 게 민폐고 실례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말을 잘 못하겠어요.

 

진명현 : 영화 중간에 되게 재밌는 장면 나오잖아요. 그 친구분 만나러 거제도 가셔가지고. 그분이 좋아했던 스타들의 역사를 읽는데 용준형부터 시작해가지고 툭툭 튀어나오는 걸 보면서 우리는 누구를 피해 가면서 좋아해야 되나, 이런 생각도 많이 들기도 하고. 사실은 이렇게 SNS 시대가 아니라면, 예전 같으면 몰랐었을 것들이 너무 많이 도처에 나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보까지 흡수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도 들어서 굉장히 복잡한 마음이 들기도 했었어요. 아마 지금이 가장 가까운 시기일 거고 내일은 기술의 발전 때문에 더 가까운 시기가 될 텐데. 지금 우리가 스타를 예전과는 다르게 가장 친근하게, 가장 프라이빗하게 소비하는 게 더 많아졌잖아요. 그렇다면 우리는 점점 더 내가 좋아하는 자가 가까워지길 원하는 건데 진짜 옆에 있게 된다면 좋아하게 될까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오세연 : 저는 덕질이라는 게 결국에는 그 사람이 나한테 보여주는 것만 볼 수 있는데, 내가 보지 못한 거, 보이지 않는 거, 보여주지 않는 거까지 상상하면서 채워나가는 거. 그게 덕질인 것 같거든요. 그래서 너무 많이 가까워지고 일거수일투족을 알게 되는 게 덕질에 있어서 상상하는 재미 같은 것도 점점 떨어지는 것 같고 좀 안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또 재밌잖아요. 나랑 같이 채팅하는 기분 들고, 직접 세연아 밥 먹었어?’ 이렇게 하면... 사실 코딩을 땡땡하고 밥 먹었어?’ 치는 게 세연아 밥 먹었어?’ 이렇게 되는 걸 알면서도 그걸 보면 너무 기분이 좋으니까. 그런 걸 또 계속 찾게 되는 것 같고. 새로운 자극, 새로운 재미 이런 것들을 너무 쫓아가게 되는 세상이니까. 계속 바뀌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상상할 수 있는 재미가 줄어드는 건 좀 아쉬운 것 같아요.

 

진명현 : 그래도 어떻게 보면 감독님은 한 사람의 팬이자 또 성덕으로서 이 작품을 만들어서 세상에 내놓으면서 어떤 정말 성숙해지고 성장하는 시간을 가지셨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이 영화가 넓어지는 데 굉장히 중요했던 장면이 박근혜 대통령 집회 신이었다고 생각을 해요. 단편으로 끝날 수도 있었을 이야기가 장편으로 확장되는 데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었고. 편지에 차마 나쁜 말 못 쓰는 감독님의 마음과 흔들리는 동공을 보면서 다른 세대를 전혀 이해할 수 없지만,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만은 알겠는, 그 상태가 되신 걸 보고 참 복잡하고 미묘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현장에서 영화에 담기지 못했던 어떤 것들을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오세연 : 일단은 태극기 집회에 간 거 자체가 초반 기획의 단계에서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부분이거든요. 영화에서는 박효실 기자님이 말씀하신 걸 듣고 이렇게 뛰어나가지만. 저는 <성덕>을 만들기 시작할 때 단톡방 사건 이후에 저처럼 그냥 떠나는 팬들이 아니라 남아 있는 팬들도 있다는 게 되게 이상했어요. 솔직히 너무 이해가 안 됐어요. 어떻게 수호하지, 그런 사람을? 이런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는데. 비약이 심한 거지만 그냥 그분들도 여전히 범죄자의 팬인 거고, 박근혜 대통령도 범죄자인데 아직 지지하는 팬들이 있는 거고 뭔가 비슷한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진명현 : 여기 앉아 계신 관객분들 중에 이거 불편해하시는 분이 있을까 조금 걱정이 되는데요, 팬들은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오세연 : 그쵸. 근데 제가 그분들을 싫어하고 막 그런 걸 떠나서 그냥 뭔가 비슷한 구석이 있을지 모른다. 왜냐면 사용하는 말 같은 게 되게 비슷한 거예요. 그분 팬카페에 가면 막 너무 억울하다 불쌍하다 물귀신에 쓰였다 이런 얘기를 막 하시고, 박사모분들도 억울하고 불쌍하고 가엽다 이런 말씀들을 많이 하셔서, 그런 마음으로 사람을 보는 게 되게 비슷하게 느껴져서. 근데 이런 정치적인 팬덤이랑 연예인 팬덤의 갖고 다르고 한 것들을 뭔가 논리적으로 말로서 설명하기에는 솔직히 제가 너무 무식하더라고요. 그럼 나 이제 카메라가 있으니까 찍어서 보여주면 좋겠다, 내가 생각하는 거를. 그게 영화에 잘 스며들어서 그런 거를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도 봐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싶어서 촬영을 갔었고. 저도 사실 너무 무서웠거든요. 거기 가는 게. 그때 당시에는 코로나 전이라서 매주 토요일마다 서울역에서 집회를 해서 광화문까지 행진하는 그게 루트였는데, 제가 부산이랑 서울을 왔다 갔다 하면서 지내니까 서울역에서 그 풍경을 너무 많이 봤어요. 근데 항상 피해가기만 했지 그 안에 들어갈 생각은 안 해봤었으니까요. 너무 무서워서. 그 앞에서 태극기 손수건 같은 거 사서 두르고 막 좀 이렇게 했는데 되게 경계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왜냐하면 엄청 전문적인 장비는 아니라도 카메라를 가지고 젊은 애들이 그러고 있으니까. 저한테는 주로 왜 왔냐, 누구냐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하셨고. 제가 어떻게 보면 좀 잘못한 거긴 한데 제가 어떤 영화를 만들고 했는데 이러면서 굳이 설명하기가 또 그런 거예요. 그래서 저도 그냥 대학생인데요’. 그건 팩트니까. 이렇게 하고 찍는데 같이 갔던 언니한테는 갑자기 우리나라 지금 대통령이 누구야?’ 이랬대요.

 

진명현 : 갑자기?

 

오세연 : 대뜸. 그래서 문재인이에요이랬더니 무슨! 박근혜 대통령이시지!’ 이랬대요. 그래서 언니가 맞다 맞다 이러면서 넘어가고. 그런 얘기를 듣고 내가 같이 촬영하는 사람도 보호를 해줘야 되는데 너무 미안하고 그렇더라고요. 근데 그러다가 이제 그 엽서 파는 아저씨를 만난 거예요.

 

진명현 : 스토리가 약간 감동적이에요. 절에 가면 그런 느낌 있잖아요.

 

오세연 : 처음에는 이런 굿즈들을 연예인 팬덤처럼 만드는 게 신기해서 그냥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이제 그분만이 저를 되게 선한 인물로 봐주신 거예요. 그래서 어떻게 젊은 친구가 이렇게 예쁜 생각을...

 

진명현 : 개념 있는 젊은이 같다.

 

오세연 : 엄청 대견하게 생각하시고 너무 좋아하셔서 빨리 쓰고 가라고, 이렇게 젊은 사람이 써주시면 더 좋아하실 거라면서. 근데 그거를 제가 뿌리칠 수가 없더라고요.

 

진명현 : 아시잖아요. 그 모든 덕들 중에서 굿즈를 직접 만든 사람들이 가장 끝에 가 있는 사람들이라서. 어느 정도 넘어선 사람들이에요.

 

오세연 : 그래서 그 엽서 파는 아저씨께서 갑자기 누구를 소개를 해줘야겠대요. 저한테. 그래서 기다리고 있는데 무슨 부산 지구 회장님이 나타나셔서 저를 막 혼내시는 거예요. ‘왜 부산에서 오면서 나한테 연락도 안 하고 왔어이러세요. 그래서 제가 연락처를 몰라가지고이러니까 바로 휴대폰 가죽 케이스에서 명함 뽑아가지고 주시면서 우리는 학생은 돈 안 받는다’, 이러면서 부산에서 올라올 때는 같이 버스 타고 오자, 우리 대절해서 오자이러셔서... ‘, 죄송합니다. 알겠습니다

 

진명현 : 그 분은 (영화에) 안 나오셨어요?

 

오세연 : 안 나오셨어요. 근데 저한테 한번 연락도 오셨었어요. 이제 젊은 친구 중에 괜찮은 사람 있냐면서. 하여튼 그날 저도 되게 경계하고 약간의 적대심을 가지고 간 건데, 이게 진짜 너무 환대를 받고 너무 사랑을 받으니까 그거에... 사실 이런 감정을 여기서 느낄 거라고 생각을 못 했었고, 그게 더 놀라웠고. 그리고 좀 미안한 마음이 되게 크더라고요. 그래서 죄송하네요.

 

진명현 : 정말 신기한 게 누군가를 좋아하고 무언가를 좋아하고 어떤 단체나 어떤 이즘을 좋아하고 이런 것들의 끝이 꼭 종교라고 하더라고요. 절대적인 사랑을 주고받는 관계가 있는 거기 때문에. 그래서 가장 커지는 팬덤들은 늘 종교의 모양을 가지고 있는데, 아마 감독님도 그날 경험했던 게 어떤 종교적인 뉘앙스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요.

 

오세연 : 맞아요. 사실 제가 이걸 기획할 때는 이렇게 팬들에 대한, 팬들을 위한 영화라기보다는 엄청 더 확장한 걸 생각했었어요. 제가 영화를 제대로 만들어본 경험이 없기도 하고, 제가 망상을 많이 해서 그런지 되게 저 혼자 큰 그림이라고 생각하고 엄청 엄청 장대한 계획을 세웠던 거예요. 이 영화에 대해서. 성덕이었던 그 시절로 시작하지만 결국에는 한국 현대사회에서의 우상화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싶다 생각해서 예수님까지 갈 뻔했는데... 제가 아직 부족하고 팬들이랑 인터뷰를 계속하면 할수록 이 사람들 이야기에 더 집중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좀 길이 많이 좁혀졌죠. 다행인 것 같아요.

 

진명현 : 감독님이 부족하셨다기보다는 러닝 타임이 안 됐어요. 거기까지 가려면 시리즈로 가지 않으면 불가능 하기 때문에 혹시라도 나중에 이런 소재를 완성해보고 싶으시다면, 저는 시리즈로 한번 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제가 불과 1년 전에 봤을 때랑 또 지금이랑 정말 많은 범죄자들이 생겨난 걸 보면서 무슨 범죄자들이 이렇게 많을까, 연예인이 많을까 생각을 하다가 한편으로는 또 연예인한테만 그럴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연예인들에게 가혹한 나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여러 가지 복잡한 마음이 들었어요. 근데 1년이 지나면 이 영화를 또 보면 또 더 많은 범죄자들이 생겨나 있겠죠. 10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요.

 

오세연 : 저도 영화 만들면서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는 게 너무 불안했거든요. 옛날 얘기라고 그럼 어떡하나 이런 생각을 했는데, 그렇게 생각할 때쯤 되면 또 다른 오빠가 도와주고 또 다른 오빠가 도와주고. 이제 또 개봉한다고 하니까 또 어떤 오빠가 차를 훔쳐서... 그래서 약간 오빠들이 도와주는 영화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진명현 : 만나면 안 되는 오빠들... 종교적이네요. 영험한 기운들이 영화에 뻗쳐와서 완성된 것 같기도 하고. 근데 한편으로는 굉장히 의미심장하고 매우 유의미한 페미니즘 영화이기도 해요. 많은 젊은 여성 관객들이 텍스트를 읽어내리실 수가 있을 것 같은데. 정말 재밌는 게 남자 오빠는 왜 이렇게 범죄자가 많은 걸까 생각을 안 할 수가 없거든요. 그리고 굉장히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짧은 자숙 기간을 가지고. 너무 이상할 정도로 여자 연예인들에게 가혹한 나라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중에는 감독님 정말 여력이 되신다면 여자 연예인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대한민국 대중문화의 현실도 한번 담아주셨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도 들었었어요.

 

오세연 : 오늘 올라오면서도 여자 연예인 얘기했거든요. 그리고 제가 사실 요즘에는 의도한 건 아닌데, 워낙 여돌 전성시대다 보니까, 너무 많이 좋아해요. 아까 르세라핌 얘기도 잠깐 하셨는데 그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막 혼자 오열하고. 제가 요새 과몰입이 너무 심해져서 그 여자 아이돌의 어떤 완벽한 무대를 보면 거기서 갑자기...

 

진명현 : 눈물이 나죠.

 

오세연 : 눈물이 나요. 너무 눈물이 나고. 이 시간을 어떻게 버텼을까.

 

진명현 : 약간 올림픽 금메달 결승전 같은.

 

오세연 : 네 맞아요. 맞아요. 그래서 이 3분을 위해서 이 사람의 평생은 어땠을까. 저는 요즘 여돌을 다 좋아하는데 르세라핌이란 아이돌을 특히 좋아하거든요. 근데 이제 저희 원영 공주님한테 나쁜 말들을...

 

진명현 : 혹시 한번 그냥 궁금하니까 한번 여기 다이브 계신지 한번 여쭤볼까요.

 

오세연 : 원영 공주님이 딸기 먹는 거 가지고 딸기를 두 손으로 먹는다고 욕을 하는데...

 

진명현 : 딸기가 엄청 크잖아.

 

오세연 : 그니까요. 손이 쪼그만데 어떡해. 그렇다고 딸기를 확~ 먹기를 원하는 것도 아니에요. 그렇게 먹으면 또 뭐라 할 거고. 밥을 안 먹으면 안 먹었다 욕할 거고. 많이 먹으면 많이 먹는다고 욕하고. 뚱뚱하다고 살쪘다고 욕하고.

 

진명현 : 또 알고 봤더니 완전히 중국 사람이라고 욕하고.

 

오세연 : 진짜 너무 갑자기 열 받네요.

 

진명현 : 감독님 말씀 들으니까 꼭 그런 거 한번, 여돌들에게 가해지는 가혹한 어떤 것들에 대해서 짧게 단편으로라도 만들어주셔서 내년 정동진독립영화제에 출품하죠. 저희가 정동진 영화제 부집행위원장님도 계시니까 아이브가 오면 또 얼마나 좋겠어요.

 

오세연 : 그러면 그 영화의 피디를 해주세요.

 

진명현 : 저는.... (일동 웃음)

 

오세연 : 제안을 하셨으니까 피디를 해주세요. (웃음)

 

진명현 : 다이브가 아니에요. (웃음) 저는 이제 모두 다 좋아해요. 이게 약간 남자 팬들의 특징이기도 한데 여자 팬들이 잭키랑 H.O.T를 놓고 싸우잖아요. 남자 팬들은 S.E.S랑 핑클을 놓고 절대 싸우지 않아요. 7명을 다 좋아하고. 그걸 가지고 결코 팬덤 간의 충돌이 일어나지 않아요. 왜냐하면 다 예쁘기 때문에. 우리 오빠가 저 오빠보다 낫다. 이런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는 남자 팬들... 본진은 있지만 나머지는 다 차애다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 처음 듣는 개념이신가요.

 

오세연 : 저 진짜 남자 팬들한테 관심이 없었나 봐요. (웃음)

 

진명현 : 그렇습니다. 저희가 너무 아이돌 쪽으로 가다 보니까 감정이 너무 딥해지고 있어서 관객분들의 고민도 들어보고 영화에 대한 질문도 좀 들어보는 시간을 함께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손을 들어주시면 이렇게 신영극장 스태프께서 마이크를 전달해 주실 겁니다. 오은영 박사님이다 생각하고. 아니면 꼭 질문이 아니라 영화에 대해서 보신 소감이나 영화에 대해서 제가 여쭙지 못했던 것들을 관객분들이 말씀해 주셔도 좋으실 것 같습니다.

 

오세연 : 질문이 없네요.

 

진명현 : 다들 눈이 너무 초롱초롱하신데 감히 자신의 뭔가를 꺼내기 싫으신 것 같기도 하고. 그냥 거수으로 한번 여쭤볼까요. 나의 스타도 범죄자였다. 범죄 기준은 범법자. 도덕적으로 문제 있는 거 말고. 범죄자. (손든 사람이 없다) 되게 행복한 덕질 하시는 분들이 모셨네요.

 

오세연 : 근데 오늘 이 영화를 왜 보러 오셨어요? (웃음) 갑자기 궁금해 가지고. 왜 오셨어요. 두 번째 보시는 분도 계세요?

 

진명현 : 두 번째 보신 분 괜찮으시면 저희가 마이크 들어서 소감 한 번 여쭤볼게요. 원래 제일 앞 좌석 앉으신 분들은 마이크 드리면 말씀 진짜 잘하세요. 그게 국룰이에요.

 

관객1 : 질문을 하고 싶었는데 첫 번째는 안 하려고 지금 눈치 보기를 하고 있었는데, 영화 두 번째 너무 잘 봤고요. 사실 이 영화 처음 국제 소식 듣고 너무 궁금했어요. 왜냐하면 저도 예전에 이제 몇 년 전에 케이돌 덕질을 굉장히 진하게 하면서...

 

진명현 : 혹시 누구였는지 여쭤봐도 돼요?

 

관객1 : 그때 당시에는 강다니엘을... 그래서 모든 공연을 다 다니고 해외 미팅까지 다니고 이랬었는데, 그때 다큐를 찍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도대체 이 사랑은 뭘까. 그때 만났던 덕메들도 보면서 이 에너지가 뭘까. 그래서 좀 저는 좀 희망찬 이야기를 담고 싶어서 카메라를 들어본 적도 있었는데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뭐지? 이런 질문들로 가다 보니까 흐지부지하게 됐는데 <성덕>이라는 영화가 딱 나온다고 해서 너무 궁금했어요. 어떻게 이거를 찍었는지 제작 과정이라든지 이런 게 되게 궁금했고요. 이렇게 결과물을 냈다는 것 자체가 너무 멋있었고요. 그래서 꼭 보고 싶었던 작품이었고요. 그래서 궁금했던 건 영화 보면서 두 번째 보니까 내레이션에 더 울컥울컥한 것들이 좀 많았던 것 같아요. 인터뷰는 웃으면서 보게 됐지만. 내레이션 같은 거를 구성하실 때 먼저 글을 좀 써놓고 촬영하신 장면들하고 이렇게 매칭을 시키시는지 아니면 촬영 먼저 담아낸 다음에 그걸 보시면서 내레이션을 쓰는지. 저는 그런 것들이 좀 궁금했습니다. 영화 너무 잘 봤습니다.

 

오세연 : 감사합니다. 제가 영화를 찍을 때 사실 기획 구성을 튼튼하게 하지 못하고 촬영을 시작을 했거든요. 제가 마음이 급하기도 했고, 구성을 어느 정도까지 해야 되나 이런 것도 좀 잘 모르겠고.

 

진명현 : 처음이니까.

 

오세연 : 그래서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일단은 이런 이야기다 정도만 생각하고 찍기 시작했는데 촬영갈 때마다 촬영 계획서를 썼거든요. 근데 촬영에 관련된 내용이 한 대여섯 줄 돼 있고 그 뒤에는 거의 한 페이지 정도씩 내가 이 촬영을 갈 때 마음? 그리고 인터뷰라면 내가 왜 이 사람을 만나는지, 법원에 갈 때의 심경 이런 것들을 좀 사전 스케치 겸 내레이션에 도움이 될 만한 그런 이야기들을 써서 항상 촬영을 했어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다시 고쳐서 내레이션에 맞게 들어가게 된 것도 있고. 이 부분에 내레이션이 들어가겠다 생각을 못 했는데 촬영본을 계속 보다 보니까 할 말이 생기는 경우도 있었고. 그리고 뭔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 내레이션이 결국에는 안 들어갈 수가 없다면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넣어보면 좋겠다 싶어서 새로 쓴 것들도 있고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조금 기록광인데 뭔가 찍는 것도 좋아하고 쓰는 것도 좋아해서. 영화 만들면서 2년 반 정도 되는 시간이니까 이런 사건에 대한 감정과 내 구 오빠에 대한 마음도 계속 바뀌더라고요. 뭔가 처음에는 진짜 분노밖에 없었다면 어느 순간 내가 충분히 슬퍼할 시간을 못 가지고 이거를 애도를 못 했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되게 슬프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안타깝기도 하고. 그냥 그분이 안타까운 게 아니라 우리가 왜 이렇게 됐지, 이런 것들. 그런 감정들이 변할 때마다 항상 기록을 해놨던 것들이 있어서 그거를 영화 타임라인에 맞춰서 배치를 했던 것 같아요.

 

진명현 : 감독님의 성덕일기라는 책이 지금 예약 판매 중이거든요. 영화에 다 못 담겼던 내용들은 아마 여러분들이 그 책에서 보실 수가 있을 것 같고. 이거는 좀 다른 얘기지만 글씨가 너무 예쁘시더라고요. 손 글씨가 너무 예뻐서 이따가 꼭 사인 받으실 때 그 글씨로 써주시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고. 성덕일기이봄에서 나오죠. 온라인서점과 독립서점들에서 많이 구매 부탁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세연 : 많관부~

 

진명현 : 첫 번째 질문 너무 감사드리고요. 또 다른 관객분 계시면 마이크 건네드릴게요. 첫 번째 이렇게 물꼬를 터주시면 두 번째부터는 좀 쉬워지시더라고요. 계신가요?

 

오세연 : 왜 저한테 궁금한 게 없으세요?

 

진명현 : 여러분 지금 눈빛들이 너무 좋으세요. 감독님이 사랑스럽게 바라봐주고 계신데, 지금 그래도 첫 번째 질문하신 관객분은 강다니엘이잖아요. 뭐가 없잖아요. 얼마나 좋아요. 남성 관객분 중에 한 분 이야기를 육성으로 들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 육안으로 다섯 분 정도가...

 

오세연 : 저기 손으로 마스크 잡고 계시는 분. 저희 약간 인성 논란이 생기는 거 아니죠. 이해해 주세요. 저희가 약간 화목한 대화를... (웃음)

 

관객2 : 머리가 하얘져 가지고 무슨 말씀을 드려야 될지 모르겠긴 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여태까지 살면서 연예인을 좋아해 본 적은 없거든요. 한 번도 적극적으로 관심이 크게 없었어서. 근데 이 영화가 나왔을 때 저랑 다른 사람들, 연예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좀 궁금하기도 하고. 제가 직업상으로 보면 이제 범죄인들을 다루는 그런 직업을 받고 있어요. 제가 교도관이어서 연예인들도 가끔씩 들어오는 경우도 있고.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 (웃음) 무슨 말을 하려고 여기 온 건 아닌데. 그래서 그냥 지금 단순하게 궁금한 건 어떠세요. 그렇게 본인이 좋아했던, 어떻게 보면 우상이잖아요. 오랫동안 자기가 좋아했던 우상이었던 사람이 범죄자로 구치소나 교도소에 들어가 있는 상황. 이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을 하시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진명현 : 정말 세상에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늘 관객으로 있지만, 감독님이 이런 영화를 만드시고 관객과의 대화에서 교도관님을 만나기는...

 

오세연 : 너무 감사해요.

 

진명현 : 너무 고생이 많으십니다.

 

오세연 : 진짜 너무 고생 많아요. 아니 근데 이렇게 GV에서 본인의 직업까지 오픈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너무 감사해요. 너무 신기해요.

 

진명현 : 직업이 교도관님이시면 너무 멋있죠. 갑자기 오픈했는데, 범죄자가 여기 있으면! (웃음)

 

오세연 : 죄송해요. 갑자기 너무 관심 많이 가져 가지고. 오빠가 교도소에 가버린 소감. 그것보다 저는 처음에 법원 갔을 때 그때의 감정이 좀 기억에 많이 남는 게. 영화에서는 법정 내부를 촬영할 수가 없어서 제가 번호표 받고 잠시 이렇게 있다가 끝나고 라면 먹는 걸로 넘어가잖아요. 근데 그 법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면, 일단 제가 줄을 같이 섰던 분들은 다 기자님들이었어요. 다 같이 들어갔고. 저만 그때 머리 샛노랗게 해서 누가 봐도 좀 약간 이상한 정체불명의 그런 캐릭터였는데, 법정에 딱 들어갔을 때 저 앞쪽에서 재판관분들 이쪽 변호사 저쪽 변호사, 범죄자들 이렇게 앉아 있잖아요. 낮은 문이 있고, 여기가 객석인 상태인데. 이 방청석에 앉아 있는데 이 공간 자체가 콘서트장이라면 저쪽이 무대고 이쪽이 관객석이잖아요. 근데 예전에는 그 사람이 무대 위에서 우리를 쳐다보고 교감하려고 하고 끼를 분출하고 그랬었다면, 이제는 저 앞에서 등장하긴 했는데 고개 푹 숙이고 피골이 상접했다고 해야 되나. 그런 모습으로 디스크 걸린 사람처럼 이쪽 객석 쪽을 못 보는 거예요. 아무랑도 눈 마주치고 싶지 않은 범죄자니까 그런 거겠죠. 그래서 그런 모습을 보는데 이전에는 이쪽을 바라보는 사람이었다면 이제는 이쪽을 피하는 사람이 된 게 되게 기분이 이상했고 너무 슬펐어요. 근데 그 슬픔이 우리 오빠가 그렇게 됐네, 이게 아니라 예전에는 객석에, 이제는 방청석에 앉아 있는 사람으로서 그 달라진 모습을 본다는 것 자체 그게 되게 슬펐고요. 또 한편으로는 괜히 왔나 싶기도 했어요. 왜냐면 제가 당연히 이제 영화 만들 거니까 저런 장면도 한 번쯤은 봐야지 생각하고 갔는데 생각보다 되게 좀 고통스럽더라고요. 셀프 고문당하는 기분. 그때가 되게 기억이 많이 나고. 예전에 그분이 수감된 지 얼마 안 됐을 때 그런 얘기가 있었어요. 교도소 안에서 같이 수감 중인 분들이 엄청 놀리고 괴롭힌다. 노래 불러봐, 이렇게 한다. 이런 얘기들이 있었는데, 세상이 좀 이분법적으로 많이 변해가고 극단적이잖아요. 기사 댓글들 보면 꼴 좋다 이러는데, 저도 한 10% 정도는 그런 생각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또 약간 마음이 그런 거예요. 그러게 왜 그랬노, 이런 생각도 들고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진명현 :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곡은 먼지가 되어노래 불렀던 거잖아요. 댓글에서 먼지가 되었다고 하는데 그 속에 재치가 있다고 느껴야 하나 복잡한 감정이 저도 들었던 것 같아요. 팬은 아니었지만 두 번째 질문해 주신 우리 관객분 너무 감사합니다. 박수 한번 주세요. 시간이 많이 남지는 않아서 관객분들이 좀 목소리를 좀 더 들어보고 싶기는 한데. 제일 앞쪽에서 손들어주셨어요. 역시 앞자리는 열광석입니다.

 

관객3 : 제가 마이크만 보면 목소리가 떨려서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상영이 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또 너무 궁금해서. 역시 신영극장 감사합니다. 제가 질문은 아니고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는데, 저는 범법은 아닌데 항상 덕질을 시작을 하면 (대상이) 해체 아니면 사회에 파장을 일으켜서 흐린 눈으로 덕질을 해야 될 것인가 아니면 그냥 탈덕을 해야 될 것인가에 대해서 항상 고민을 하게 돼요. 돌덕질을 하다가 해체가 돼서 자연 소멸하고 밴드로 갔는데, 밴드에서 불법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고. 그래서 해외 덕질을 갔는데 그쪽 국가에서 이제 문제가 돼서 해체가 되어 버리는... 근데 그 노래는 참 좋단 말이죠. 그래서 그들이 만들어내는 작품들을 참 좋아해서, 제 취향을 완전히 저격을 해버리는 그런 작품들이 굉장히 많아서 이거를 내가 소비를 해도 되는 것인가. 내가 이거를 소비함으로써 피해자분들, 그러니까 법적으로 땅땅 정해져서 이분들이 피해자라고 된 건 아니지만, 어쨌든 그런 사건에 대해서 고통을 받은 분들이 있을 텐데 그분들한테 내가 너무 죄를 짓는 게 아닐까. 이런 거에 대해서 좀 고민을 많이 해요. 질문이 하나 있는데 감독님 트위터도 제가 팔로우를 하고 있고, 이제 토크에 나와서 말씀하신 것도 들었고, 실제로 보니까 되게 뭐랄까 입덕 포인트가 (웃음) 있으신데 혹시 GV나 이런 걸로 감독님께 입덕하는 덕후들은 있는지. 그리고 그런 덕후들을 바라보셨을 때 기분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오세연 : 일단 뒤에 얘기부터 먼저 말씀드리자면, 저 연예인병 있어 가지고. (웃음) 입덕하는 분들 당연히 있죠. 오늘도 좀 생겨야 될 텐데 (웃음)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한 분 계시고. 예전에 어떤 분이 저한테 그러시는 거예요. 누군가의 팬이었는데 이제 팬이 생긴 입장에서 어떻게 살 거냐. 그런 질문을 들어요. 어떻게 살 거예요? 이렇게 청문회 하듯이. 잘 살아야겠죠 어쩌고 이렇게 하다가 결론은 그냥 저를 좋아하지 마시라 이렇게 됐어요. 제가 앞으로 어떻게 살게 될지 모르고, 저도 팬들 상처 입히면 나쁜 사람이야 해놓고 제가 그렇게 할 수도 있으니까 좋아하지 말라고 하긴 하는데, 그것도 너무 거만하잖아요. 좋아하겠다는데 제가 뭔데 좋아하지 말라 하겠어요. 그래서 그렇죠. 이런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더 조심하게 되는 것도 생기는 것 같고. 저희 영화도 여러 번 관람하시는 팬분들이 제 생각에 한 세 분 정도에 있거든요. 제 팬이 한 세 명 정도. 얼굴도 알고, 그냥 언니 오셨어요 하는. 저는 그분들을 항상 장난으로 좀 대했었어요. 왜 저를 좋아하세요? 이러면서, 일부러 그런 거 아닌데 그냥 장난으로 재밌게 했었는데, 한번 편지를 긴 편지를 받은 적이 있어요. 근데 그걸 보는데 너무 슬프더라고요. 저는 누군가의 팬이었고 그래서 팬으로서의 마음을 잘 안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또 다른 입장에서 팬의 마음을 본다는 게 되게 다르더라고요. 그때 어떤 얘기가 있었냐면, 제가 여름에 한 번 촬영을 갔다가 팔이 완전 빨갛게 탔어요. 거의 화상처럼. 그게 웃기다고 저는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그분이 그걸 보고 마음이 그렇게 되신 거예요. 그래서 그 편지에 제발 자기 몸을 소중히 여기고 그걸 보고 있는 팬들 마음도 좀 소중히 여겨달라고.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마음이구나, 생각이 되게 많이 들어서 그때부터 이 영화를 다시 보니까 또 되게 생각이 많아지는 거예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될까, 이런 생각도 들고. 아무튼 제 팬도 몇 명 없지만 있고 제 팬이 되시면 제가 다 기억을 하거든요. 다섯 손가락에 꼽혀서. 이제 다섯 손가락에 꼽힐 때 입덕을 하시면 어떨까. 저와 더 친밀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웃음)

 

진명현 : 거기서 더 늘어날 텐데 또 그들끼리 또 싸움이 생기잖아요.

 

오세연 : 그래서 태도를 확실히 해야 되지 않아요? 왜냐하면 이제 팬들도 진짜 스트레스 받는 게...

 

진명현 : 다섯 명만 기억한다 이런 말 되게 위험해요.

 

오세연 : , 위험하네, 어떡하니.

 

진명현 : 이제 제너러스하게 사셔야 돼요.

 

오세연 : 그럼 다 관심을 주지 말아야 하나요?

 

진명현 : 아니, 그냥 너무 스페셜리티하게 워딩을 안 쓰셔야 돼요.

 

오세연 : 제가 요즘에 약간 그런 일들을 잘 팔로잉 못 하고 있어요.

 

진명현 : 본업 때문에.

 

오세연 : 한 번은 저희 영화의 후반부에 지하철 전광판 나오잖아요. 근데 그 전광판에 나오는 어떤 아이돌 그룹의 누군가가 또 음주운전... 제가 그걸 모르고 있다가 또 이제 관객분들이 말씀해 주셔서 진짜예요? 이러니까 저한테 모르셨어요? 다 알아야 될 사람이 왜 저래 약간 이런 느낌이... 모르는 거 있으면 안 되는데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진명현 : 이제 점점 시간이 지나서 한 분 정도 더 얘기 들어볼 수가 있을 것 같거든요.

 

오세연 : 근데 앞에 다른 질문을 하셨었죠.

 

진명현 : 덕의 마음. 완전 범법자는 아닌데 도덕적으로 자꾸 문제가 있는 상황에 놓이는.

 

오세연 : 맞아요. 저희도 고민이잖아요. 좋아하는 영화가 있었는데 그 감독이 이렇게 됐다 해서. 예를 들어 여름마다 보던 게 있는데 그걸 못 보게 되고 그런 것들이 너무 많잖아요.

 

진명현 : 예술 영화 팬들한테 정말 엄청난 영화. 감독님도 좋아하시지 않았어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제가 그 포스터를 프로파간다에서 액자로 샀거든요. 그 놈의 얼굴에다 스티커를 붙여놨어요. 샬라메만 남겨놓고.

 

오세연 : 저희 영화에 어떤 분이 그런 포인트를 찾으셨는데 저희 조연출이랑 부츠 장례식 할 때 그 집에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케이시 애플렉인가요. 그 사람의 얼굴을 <밤의 문이 열린다> 포스터로 가려버렸어요. 우리 영화에 그런 사람 얼굴이 들어가면 안 된다 이래서.

 

진명현 : <밤의 문이 열린다>는 안전할 거예요. 그 도덕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견해가 있으실 것 같아요.

 

오세연 : 이게 우리가 한 시절 또는 어떤 추억이든 오래된 영화든 되게 밀접하게 연결이 돼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소비할 때 이걸 들어도 되나 안 되나 싶지만, 저는 솔직히 들어서는 안 된다 생각하고 봐서는 안 된다 생각해요. 노래를 만든 사람의 가치관도 거기 들어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리고 어쨌든 간에 저희가 그런 소비를 하면 돈이 들어가잖아요. 전 그게 제일 큰 문제인 것 같아요. 범죄자 또는 어떤 문제가 되는 행동을 한 사람에게 금전적인 이익을 안겨준다. 이게 좀 안 될 행동이라고 생각해서. 제가 생각할 때 노래는 예전에 저 중학생 때 쓰던 불법 사이트가 있었거든요. 그렇게 귀로만 그냥 잠시 몰래 감상하시면 어떨까 싶고 영화는... 영화는 저는 못 보겠더라고요. 우디 앨런 영화도 이제 못 보겠고.

 

진명현 : 우디 앨런 진짜 좋아했었거든요.

 

오세연 : 저는 영화 만들면서 딱 한두 번 정도 이제 그분 노래가 꼭 필요한 순간이 있었어요.

 

진명현 : 작업을 위해서.

 

오세연 : 이게 되게 변명처럼 느껴지겠지만 내레이션 쓸 때도 그 노래를 써야지 내가 그 시절 마음을 쓸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노래를 들어야 되는데 어떡하나 고민을 했어요. 그랬는데 제가 팬이었으니까 앨범을 되게 많이 사 놨었는데 앨범이 팬들한테는 소장용이지만 생각해 보니까 이게 노래가 나오는 거더라고요. 앨범에 CD가 들어있잖아요. CD라는 게 원래 노래가 나오는 거잖아요.

 

진명현 : 근데 플레이어가 없잖아요.

 

오세연 : 플레이어를 샀어요. 그래서 플레이어로 노래를 그냥 듣고 아 오케이, 이러고 쓰고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서 이미 구매한 CD를 활용하는 거 어떨까 이런 견해? , 별로 도움이 안 되죠?

 

진명현 : 지구 환경에는 도움이 되기도 하네요. 버리지 않고. 마지막 답변까지 질문과 답변 감사드리고요. 시간 관계로 마무리를 해야 될 것 같아요. 지금 관객분들도 너무 이렇게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감독님 말씀 듣고 계셔서 한 2~3시간 더 해도 재밌을 것 같은데...

 

오세연 : 2~3시간 더 해도 보기만 하실 거예요. (웃음)

 

진명현 : 아니에요. 그래도 재미는 있어 하실 것 같아요. 재미는 있으실 것 같고 이러다 보면 또 한두 명이 되게 큰 거 가지고 나오세요. 상상도 못 했던 것 가지고 나오시고 분위기가 화라락 살아나는 게 있지만, 또 뒤에 상영이 있으니까. 아쉽게도 강릉신영극장의 첫 방문은 여기서 마무리를 하고 또 두 번째 방문 세 번째 방문이 있을 테니까 또 이렇게 여러분들이 오세연 감독님과 만날 수 있는 자리 꼭 강릉신영극장에서 다시 한번 가져주셨으면 좋겠고요. 마지막 질문 제가 드리면서 끝인사까지 같이 청할게요.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것 같은데 다음 작품 어떤 거 하고 싶으신지.

 

오세연 : 다음 작품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극영화랑 드라마도 하고 싶은 것들이나 제안받는 것들이 있고. 제가 아직 학교를 졸업을 안 해서 졸업 작품이랑 단편 영화랑 이런 것도 찍어야 되고 해서 어떤 순서로 해야 하지 고민이고 그랬었거든요. 근데 제가 이제 휴학을 더 이상 할 수 없더라고요. 제가 이틀 전인가 휴학을 했어요. 이번 학기를 다니다가 이제 너무 많이 빠졌더라고요. 끝까지 다녀도 학사 경고감이다 싶어서 급하게 마지막으로 휴학을 했어요.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휴학 기간 3년을 다 썼더라고요. 그래서 내년에는 꼼짝없이 1년 내내 학교를 다녀야 돼요. 그래서 아마 학교 다니면서 단편 영화를 한 편 찍을 것 같고. 제가 평소에 우리 가족들 얘기에도 관심이 많고, 또 사람 시야가 한정돼 있으니까 그 시야 바깥에 있는 이야기들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많이 하는데, 아마 다음 이제 곧 만들게 될 단편 영화는 시야 바깥에 있는 이야기면서도 저희 가족 중에 돌아가신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그걸 안 찍을 수도 있긴 한데... (웃음) 그래요. 할머니 대신 여행을 가서 대리 여행을 해주는 손녀의 이야기에요. 안 만들 수도 있어요. 아무튼 그렇습니다. 앞으로 제가 더 열심히 활동할 테니 많이 지켜봐 주세요. 여러분 뭔가 되게 힘없이 말하고 있네요.

 

진명현 : 마지막 인사 이제 신영극장 관객분들에게.

 

오세연 : 그래서 이제 오늘 다들 너무 반짝이는... 이게 눈만 보이니까 더 그 눈빛이 더 해요.

 

진명현 : 형형해요.

 

오세연 : 진짜 이 맑은 눈빛으로 저를 끝까지 바라봐 주셔서 감사하고요. 이제 영화 곧 신영에서 종영이잖아요. 종영 직전에 이렇게 찾아와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저희 영화 부족한 점도 많고... 그런데 갑자기 왜 이러지...

 

진명현 : 하세요. 울려 놓으셨어요.

 

오세연 : 부족한 점도 많고 그런데 항상 예쁘게 말씀해 주시고. 여기서 앞으로 나올 수도 있긴 하지만 아무튼 그래요. 여러분 너무 감사드려요. ... 진짜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멀리까지 와주신 분들한테 너무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열심히 덕질하면서 상처받는 일 없으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열심히 잘 살아보겠습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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