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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송환> 리뷰 : 끝나지 않는 이야기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2. 10. 12.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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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송환>

끝나지 않는 이야기

 

망명한 자들은 꿈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 아이스킬로스의 이 문장은 누구보다 우리나라에 머무는 장기수들의 마음을 잘 표현한 말이 아닐까. 자신만의 꿈을 잃지 않고 하루하루를 버텨내며 살아간 그들의 삶을 이제는 더 늦기 전에 알아야 할 때가 왔다.

 

김동원 감독의 <2차 송환>2004년 개봉한 <송환>의 연장선작으로 아직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마흔여섯 명의 장기수들의 삶을 영상에 담았다. 그중에서도 1988년 감옥에서 전향 당하고 출소하여 송환명단에서 제외되었던 김영식 선생을 중심으로 전개가 이어지는데, 김영식 선생은 장기수 중에도 자신의 말을 세상에 전하는 일에 관심이 많은 인물이었다. 어릴 적 제대로 글을 배우지 못했음에도 다른 장기수의 도움을 받아 가며 시위에 나가 발표할 연설문을 수정했고, 지하철에서 국가보안법 철폐와 통일을 기원하는 1인 시위를 펼치며 김동원 감독의 영화 제작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는 했다.

 

처음에는 그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하기에 대뜸 지하철에서 1인 시위를 펼치는 김영식 선생의 행보가 아니꼽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염원하는 것은 딱 하나뿐이다. 남북 간의 냉전을 멈추고 평화 통일을 하는 것. 오랫동안 생이별을 당해야 했던 이산가족이 상봉하고 저 역시 고향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어찌 보면 누구보다 소박한 소원을 가지고 있는 평범한 사람이다. 다만 그는 옳다고 생각한 것에 굽히지 않는 사람이었고, 그렇기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거침이 없는 사람이기도 했다.

 

영화는 정말로 장기수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담고 있다. 집중해서 듣지 않으면 세월의 흐름에 따라 어르신이 되어버린 그들의 말을 제대로 못 알아들을 수도 있다. 감독은 장면을 전환하며 전환된 사이의 일이나, 출연한 인물의 설명, 그 밖의 영화의 전개와 관련된 이야기를 오버 내레이션으로 표현하여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특히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관객의 경우 감독의 내레이션에 의지해야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 당장 노무현 전 대통령 시대의 일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감독과 출연하는 장기수들의 얘기, 그리고 그들이 보여주는 뉴스 소식을 보며 시대 상황을 짐작하며 영화를 관람했다. 그렇기에 카메라의 시선과 담기는 말들은 모두 한쪽의 의견일 수밖에 없으므로 영화가 끝난 후 정말로 당시 분위기가 그러했는지 호기심이 생겨 직접 찾아보고 관심을 기울어진다.

 

관람을 이어가며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온 일은 스스로 원하지 않았는데도 남쪽으로 파견되어 장기수가 된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것이었다. 대표적인 예로 박희봉 선생은 북에서 영화감독을 꿈꿔 관련 학교로 진학을 목표하고 있었으나 당의 소환을 받고 남파되었다고 말했다. 다른 첩보 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당연히 군에서 특출한 인물을 뽑아 남파할 것이라 생각했던 편견이 산산이 부수어지던 순간이었다. 물론 누군가에겐 간첩, 빨갱이, 살인자로서 피해를 준 사람들일 수도 있으나 영화에 나온 이들 중엔 단순히 악인으로 낙인찍기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다.

 

장기수들을 지켜만 보는 카메라는 말이 없다. 이러한 영화의 특성은 관객으로 하여금 인물의 옆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렇기에 그들에 동조되어 희망을 품고 그 희망이 깨져 우울해하고 다시금 일어서는 감각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점이 <2차 송환>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현재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다 알고 있음에도 그들이 갖는 희망을 응원하고 싶게 만든다. 남북 정상 회담이 이루어지고 금강산 관광이 열렸을 때 이젠 정말 송환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며 짐을 싸고 즐거워하는 모습과 러닝타임이 흘러 여전히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1인 시위를 펼치며 삶의 마지막 한 숨까지 투쟁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안타까운 감정이 들고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이라도 편히 보내길 염원하게 된다.

 

<2차 송환>은 이번에도 끝을 보지 못했다. 통일해야 결말이 나는 이 영화는 언제쯤 종결을 맞을 수 있을까?

 

-관객 리뷰단 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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