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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웨딩 인 뉴욕> 리뷰 : 지금을 통과하는 자세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0. 4. 2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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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애프터 웨딩 인 뉴욕>

지금을 통과하는 자세

 

인도에서 고아원을 운영하는 이자벨(미셸 윌리엄스)은 거액의 후원금을 제안받고 뉴욕으로 떠난다. 그런데 거기서 어렸을 때 사귀었던 오스카(빌리 크루덥)를 만나고, 입양 보낸 줄 알았던 딸 그레이스(애비 퀸)도 만나게 된다. 이 뜻밖의 조우는 테레사(줄리안 무어)의 주도면밀한 계획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테레사는 죽기 전에 딸의 생모인 이자벨을 자신의 가족을 돌봐줄 사람으로 확정하고 싶어 한다. 인도에서 고아들의 삶을 책임지고 있던 이자벨은 뉴욕에서 도망쳤던 자신의 과거를 정리해야 한다.

 

이 과정에 큰 비밀 두 가지가 드러난다. 이자벨과 오스카가 그레이스를 입양 보내기로 했던 것에 관한 비밀과 테레사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는 비밀. 영화는 이에 관해 자세한 사연을 구구절절 늘어놓지 않는다. 이자벨과 오스카가 진실공방전을 펼치면서 당시의 이야기를 할 때 그들의 이야기는 아귀가 맞는 게 없다. 심지어 테레사의 죽을병도 그것이 어떤 병인지 그에게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알려주지 않는다. 영화는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 가타부타하지 않는다.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저 그로 인해 발생한 눈앞의 상황들에 인물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보여준다.

 

영화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단서는 이 복잡한 문제에서 상처를 가장 많이 받았을 그레이스의 대사를 통해 드러난다. 첫 번째로는 오스카의 거짓말을 확인했을 때, 두 번째로는 테레사의 비밀을 알았을 때다. 서로 다른 상황이지만 그레이스는 별반 다르지 않은 문제인 것처럼 비슷한 말을 한다. 가슴 아픈 이야기를 나중에 알아서 상처가 되지 않을 리 없다고. 진실은 삶과 공존하고 있고, 언젠가는 직면해야 한다. 진실의 대가는 지나간 시간만큼 더 커져서 돌아온다. 그레이스의 입양에 관한 진실로 모두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나서, 이들은 이것을 명확하게 깨달았다. 그들은 섣불리 괜찮은 척하지 않고, 다가올 시간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과거에 한 선택이 좋은 결과가 나올지 나쁜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 할 수 있는 것은 피치 못할 선택의 결과라도 현재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애쓰는 것 뿐이다. 죽지 않고서야 인생은 항상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아니라 선택의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반응하느냐는 것이다. 이자벨과 오스카는 한 아이를 두고 서로 다른 선택을 했지만, 두 사람 모두 비교할 수 없이 고통스러운 시간을 통과했을 것이다. 영화는 인물들이 통과하는 시간을 섬세하게 조명한다. 이들은 한 사람의 출생의 비밀과 한 사람의 죽음을 통해 삶에 대한 태도를 다시 정리해보면서 나아가게 된다.

 

영화는 두 번의 인상적인 부감 장면을 보여준다. 맨 처음, 카메라가 부감으로 이자벨과 몇몇 아이들과 명상하는 모습을 점점 크게 비추는 장면과 맨 마지막 고아원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이자벨로 시작해 인도의 광활한 풍경을 비추는 장면. 테레사의 죽음 이후 이자벨이 그레이스와 쌍둥이의 엄마 역할을 했을지, 테레사가 염려했던 것처럼 오스카와 부부가 되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갓 태어난 아기 한 명을 돌볼 수 없었던 18살의 이자벨이 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 뉴욕과 인도의 아이들을 모두 보살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송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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