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모도바르 특별전 노트] 비밀의 꽃

비밀의 꽃 La flor de mi secreto

극 | 1995 | 스페인, 프랑스 | 103분 | 15세이상관람가

 

아름다운 연애 소설을 쓰는 성공한 작가 레오의 생활은 그녀의 소설만큼 아름답지 못하다. 레오는 남편 파코와 얼굴을 본 지 오래고, 연락도 자주 하지 않는다. 그녀는 여전히 남편을 사랑하지만, 안타깝게도 남편은 더 이상 레오를 사랑하지 않는다. 레오는 남편에게 선물 받았던 부츠를 신고, 반쯤 떠나간 남편을 그리워하는데 그 부츠가 그녀의 발에 딱 달라붙어 벗겨지지 않는다. 마치 남편 파코에 대한 레오의 미련처럼 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랜만에 찾아온 남편은 레오에게 이혼을 통보하고, 그런 남편의 태도에 속상한 레오는 그녀의 절친한 친구 베티에게 마음을 털어놓지만, 이내 남편의 불륜 상대가 베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알모도바르 감독은 남편에게 의지하던 한 여인이 정신적 육체적 독립을 이뤄내는 모습을 그려냈다. 중년 여성의 사랑과 일상 이야기는 자칫 뻔한 모습으로 그려질 수 있는데, 다양한 인물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아름답고도 따뜻하게 변주해냈다. 삶이 마치 끝난 것 같은 순간, 주변을 둘러보자. 주변의 이웃을 통해 그 시련이 또 지난 시간이 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신영 이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