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모도바르 특별전 노트] 하이힐

하이힐 Tacones lejanos

극 | 1991 | 스페인, 프랑스 | 112분 | 청소년관람불가

 

방송국 뉴스 캐스터 레베카는 유명한 팝 가수인 엄마 베키를 10여 년 만에 다시 만난다. 레베카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에서 자라난 증오심으로 엄마의 옛 애인 마누엘과 결혼해 버린 상태이다. 오랜만에 재회한 베키와 마누엘에게는 여전히 옛 감정이 남아있는 듯 보인다. 레베카는 미련이 가득한 눈빛을 주고받는 베키와 마누엘 사이에서 불편한 저녁 식사를 나눈다. 그날의 만남이 있고 얼마 후 마누엘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레베카는 뉴스 생방송 중에 자신이 마누엘을 살해했음을 고백한다.

영화 <하이힐>은 애정을 갈구하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보여준다. 감독은 극의 중심에 레베카를 세워두고 사랑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싶은 인간의 불안과 초조를 그린다. 베키를 향한 레베카의 갈망은 관심을 받고 싶어 울며 떼쓰는 어린아이의 모습과 닮아있다.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친 딸의 마음에는 점차 분노가 쌓인다. 응답받지 못한 마음은 왜곡되어 어리석은 선택으로 이어지고 그 여파는 비극을 불러일으킨다. 때문에 살인을 고백하는 레베카의 의도가 궁금해진다. 레베카의 행동이 베키의 관심을 끌기 위함인지 아니면 진실의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어서인지 쉽사리 판단을 내리기 어려울 따름이다.

 

-관객 리뷰단 박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