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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웨어 스페셜> 리뷰 : 아이에게 필요한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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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2. 1. 1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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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웨어 스페셜>

아이에게 필요한 모든 것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존(제임스 노턴)은 남겨질 아들 마이클(다니엘 라몬트)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을 양부모를 선택하기 위해 여러 가정을 방문한다. 넓은 정원을 가진 멋진 집에 최고의 교육으로 아이에게 부족함 없이 뭐든 해줄 수 있을 것 같은 부모를 비롯해 다양한 배경을 가진 부모들과 그들의 가정을 만나지만, 존과 마이클은 좀처럼 선택하지 못한다. 시간은 흘러 존의 생명은 점점 꺼져가고, 정부 기관이 제공할 수 있는 입양 프로그램의 규정을 이미 벗어난 상황으로 더이상 선택을 미룰 수 없을 지경까지 이른다. 그럼에도 존은 여전히 주저한다.

유리창닦이인 존은 자신이 해주지 못했던 부분을 새로운 부모가 채워 줄 수 있길 원한다. 물질적인 면이나 지적인 면에서도 부족함 없이 충분한 지원을 해줄 수 있는 부모를 만나서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살길 바라는 그 마음은, 아마도 다른 부모들보다 오히려 더 강하리라. 사실 존 부자가 방문하는 가족, 그 누구라도 존이 마이클을 키워왔던 조건보다 나쁠 것은 없어 보인다. 존은 정말 좋은 가정에 마이클을 보낼 수만 있다면 아이를 낳자마자 떠나버린 매정한 엄마나 별 볼 일 없이 살다가 일찍 곁을 떠나버린 아빠쯤 잊고 살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이쯤에서 관객은 아이의 행복하고 건강한 성장에 가장 중요한 조건은 무엇일지, 과연 아이에게 있어 부모는 어떤 존재일지 생각하게 된다. 존이 내심 찾던 완벽한 조건을 갖춘 부모라 해서 마이클의 행복한 삶을 보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존은 많은 면에서 부족했지만, 아들에 대한 그의 지극한 관심과 사랑 덕에 마이클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왔다. 이처럼 존 대신 마이클 곁에 있어 줄 사람은 존이 그랬던 것처럼 마이클을 사랑으로 품 넓게 감싸 안을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인 것이다. 물질적 풍요는 삶에 도움은 될지언정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므로…….

 

결국 최종적인 존 부자의 선택은 완벽하고 부족함이 없는 쪽이 아니다. 오히려 존이 그랬듯 결핍과 상처가 있는 독신의 엘라(발레리 오코너). 얼핏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으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들의 선택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모든 어른들은 공통적으로 자신들이 마이클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해 존에게 장황하게 설명한다. 그리고 그것은 마이클 자체에 대한 관심과 애정보다는 그들이 마이클에게 갖는 기대에 맞닿아 있다. 하지만 엘라만은 다르다. 혼자이고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는 것은 존이 갖고 있던 조건에서 나아질 것이 없지만, 존이 마이클에게 해줄 수 있었던 가장 가치 있고 소중한 사랑을 온전히 기대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엘라다.

엘라는 세상살이에는 어설퍼 보이지만 진솔한 태도로 마이클에게 다가가고 아이에게 관심을 표현한다. 아이가 가진 장난감으로 자연스럽게 놀이를 함께 하며, 아이의 아기 시절에 대해 묻고 마이클의 나이에 존은 어땠는지를 묻는다. 관심과 애정 어린 시선은 오로지 마이클에게 향하고 아이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마이클 역시 엘라와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부모의 역할에 대해 고민 좀 해봤던 사람들은 금방 눈치를 챈다. 엘라의 사랑은 진심이며, 그의 결핍은 부족함이 아니라 오히려 함께 채워갈 사랑의 공간이 되어줄 수 있을 것임을. 그리고 바로 그 사랑이 아이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라는 사실도.

 

영화는 신파로 빠지기 쉬운 소재임에도 결코 슬픔 그 자체에 매몰되지 않는다. 오히려 존과 마이클이 서로를 사랑하는 그 따뜻한 눈빛과 몸짓을 클로즈업하고, 소소하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인 부자간의 행복한 일상을 덤덤하게 따라간다. 영화 포스터에서 보았던, 직접 만든 어설픈 케이크에 초를 잔뜩 꽂아 놓고는 서로를 마주 보는 그 따뜻하고 달달한 현실 부자의 눈빛이 제일 코끝 시리게 다가온다. 34개의 초를 다 꽂고 남은 하나의 초를 건네는 마이클과 그 초를 꽂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을 알면서 받아 드는 존의 모습은 슬프지만 아름답다. 매서운 겨울의 바람이 가슴을 파고드는 지금, 마음에 온기를 넣어줄 아름답고 따뜻한 영화이다.

 

-관객 리뷰단 이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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