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배우이자 연출가인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는 아내 오토(기리시마 레이카)의 외도를 목격한다. 그는 아내의 외도로 큰 충격에 휩싸이지만, 자신이 외도를 알아챈 것을 아내에게 내색하지 않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가 돌연 세상을 떠나게 되고, 가후쿠는 아내에 대한 배신감과 죄책감을 안고 살아간다. 2년 후, 가후쿠는 히로시마의 한 연극제에서 안톤 체호프의 희곡 『바냐 아저씨』의 연출자를 맡게 되는데, 그곳에서 운전사 미사키(미우라 토코)와 조우한다. 미사키는 어딘가 가후쿠와 닮은 구석이 있다. 마음의 문을 굳게 닫은 채 과거 속에서 살아가고 있던 두 사람은 가후쿠의 붉은색 자동차 안에서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마음을 치유해 나가기 시작한다.
극 중 가후쿠는 체호프의 희곡 『바냐 아저씨』의 바냐 역을 연기하는데, 반복되는 독백을 통해 현실과 연극이 모호해지는 순간이 온다. 이는 마치 극 중 바냐의 대사를 빌려 가후쿠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무수한 텍스트로 이루어진 이 영화는 담담하게, 그리고 끊임없이 인물의 내면을 파고든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에 수록된 동명의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해피 아워>(2015), <아사코>(2018) 등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하마구치 류스케가 연출을 맡았다. 같은 해 제작된 <우연과 상상>이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드라이브 마이 카>가 제74회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으며 명실상부 일본의 차세대 거장으로 불리고 있다.
-이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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