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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아닌> 리뷰 : 그녀의 선택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0. 4. 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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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아닌>

그녀의 선택

 

안정된 르네(아델 하에넬)의 일상에 갑자기 경찰이 들이닥친다. 다른 이름을 대며 맞는지 확인하는 경찰에게 르네는 이상하게도 순순히 인정하고 잡혀 나간다. 그 뒤로 상트라, 카린, 키키 각 인물의 이야기가 플래시백으로 전개된다. 인물의 이야기가 뜬금없이 등장하고 분절된 상황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같은 사람인지 헷갈린다. 하지만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모두 르네와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르네가 어떻게 학생들의 위기상황을 알 수 있었는지, 엔딩에 가서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어릴수록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선택의 여지가 줄어든다. 키키(베가 쿠지테크)의 안전은 순전히 부모에게 달려있다. 키키와 함께 숨바꼭질하던 친구들의 모습이 흐릿하게 화면에 잡히는 것처럼, 아이들은 쉽게 어른들의 시야에서 벗어난다. 어른들은 부주의한 자신을 탓하지 않는다. 도리어 키키는 자신의 아지트를 들키고 폐차에서 꺼내 모아둔 보물까지 어른들에게 빼앗긴다. 결혼식장에서 다른 아이가 다가와 놀자 말하지만 키키는 거부한다. 계속해서 자신은 안중에 없는 부모가 자신을 찾아주길 기다릴 뿐이다.

 

온몸이 멍투성이인 카린(솔렌 리곳)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욕실. 카린의 아버지는 음악을 줄이라 소리치며 욕실 문을 부술 듯 두들긴다. 카린의 눈은 그 문을 불안하게 쳐다보지만, 은 반대로 자극하듯 음악을 키운다. 폭발하듯 크게 울리는 음악, 계단에 앉은 그녀를 흔들리며 바라보던 카메라의 시선, 현란한 색의 사용은 그녀의 억압된 감정과 불안정한 상황을 대변한다. 보호라는 명목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로부터 벗어나 카린은 자신의 행복을 찾아 집 밖으로 나간다.

 

부모를 선택할 수 있었다면 달라질 수 있었을까. 상드라(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는 양녀를 구한다는 구인광고를 보고 양부인 레브를 만난다. 필요한 것들을 제공해 주며 부모 마음이라는 명분으로 감싸고 있던 레브의 본 모습이 곧 드러난다. 카메라는 욕망에 사로잡혀 상드라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는 레브가 아니라 슬퍼 보이는 상드라의 얼굴을 비춘다. 자신이 선택한 양부도 사랑한다고 말하며 자신을 이용하던 다른 사람들과 똑같다는 것을 깨달은 상드라. 타인에 의한 안정을 끊고 스스로 차 문을 닫고 나간다.

 

출소 후, 르네는 자신의 과거를 알지만 곁을 지켜준 다리우스(자릴 라스페르)에게 안정감을 느낀다. 하지만 곧 다리우스는 르네의 의견을 묻지 않고 다른 죄를 짓게 만든다. 안도한 순간 극심한 고통과 함께 아기가 태어나고. 르네는 과거를 끊어내지도, 벗어날 수도 없는 자신의 상황이 아기에게 이어진다는 걸 깨닫는다. 어떤 선택도 할 수 없는 아기 대신에 르네는 선택한다. 떠나는 순간 넌 내가 책임질게, 사랑해라고 속삭이는 르네의 말은 보호받지 못하며 살아왔던 모든 그녀들에게 하는 약속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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