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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그림자> 리뷰 : 벗어날 수 없는 굴레, 드리우는 그림자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1. 7. 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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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그림자>

어날 수 없는 굴레, 드리우는 그림자

 

한 남자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영화, 영화 초반 주인공 더글러스(코스모 자비스)데버스 가문의 심기를 건드리면 안 된다. 그랬다가는 나를 만나게 된다.” 말한다. 충성심이 느껴지는 멘트. 그렇다. 아일랜드 서부의 작은 마을에 사는 전직 권투선수 더글러스는 마약상 집안인 데버스 가문에 충성을 다하며 그들의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그들은 가족 같지만 한쪽이 충성을 다하는 관계에서 가족이라는 관계는 진짜가 아닌 그저 허울일 뿐이다. 우위가 명백한 이 관계 속에서 더글러스는 한번 빠진 마약과 폭력의 삶에서 자의든 타의든 그들에게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마치 늘 발밑에 자리하는 자신의 그림자처럼 말이다.

 

더글러스에게는 또 다른 가족인 헤어진 연인 우르슬라(니암 알가르)와 자폐증이 있는 아들 잭이 있다. 그들과 함께 있을 때 더글러스는 늦었지만 이제라도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마음을 보인다. 그는 서툴지만 아들에게 다가가려 노력하고 우르슬라와도 좋은 친구로 지낸다. 데버스 가문과 함께 있을 때와는 대조 되는 긍정적인 모습이다. 또한 영화는 두 가족과 있을 때 대비되는 그의 모습을 빛과 아일랜드의 풍경을 통해서 표현한다. 데버스 가문과 더글러스가 함께 있을 때는 주로 차 안이나, 집안, 가게 안 등 실내 공간과 낮은 채도 그리고 마일드한 날씨를 가진 아일랜드의 풍경을 활용한다. 상대적으로 삭막하고 답답한 면이 강조되는 방식이다. 반면 우르슬라와 아들 잭과 있을 땐 함께 말을 타거나, 함께 햄버거를 먹거나, 놀이동산을 가는 등 상대적으로 밝은 빛의 색감과 야외 공간을 활용하는 걸 볼 수 있다. 무언가를 함께 하는 행위와 트인 야외 공간에서 빛을 활용한 방식은 그의 삶에서 비교적 밝은 면을 보여준다. 이렇듯 공간과 빛을 통해 감독은 더글러스의 심리를 표현하고 두 가족의 대비를 보여준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도시의 특수학교에 잭을 보내기 위해 우르슬라는 더글러스에게 금전적 도움을 요청한다. 그런 그에게 데비스 집안의 후계자 막내 딤프나(배리 키오건)는 친구라는 명목으로 돈을 미끼 삼아 청부 살인을 지시한다. 여기서도 알 수 있듯이 데버스 가문에게 더글러스는 그저 궂은일을 처리하는 도구였을 뿐이다. 타인의 지시로 살인을 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 더글러스의 내적 갈등과 그를 둘러싼 얽혀 있는 상황들은 점점 그의 목을 조여 온다. 감독 닉 로우랜드는 더글러스의 주변 인물들을 통해 들이치는 상황 속 흔들리는 그의 내적 갈등을 표현한다. 예전부터 더글러스를 알던 이들은 그에게 넌 그들과 달라.”라고 말하며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라고 그를 자각시킨다. 하지만 혼란스러워하는 더글러스의 옆에는 데버스 가문의 그림자가 이미 짙게 드리워 있었다.

 

영화는 마일드한 아일랜드의 풍광을 더글러스의 내면과 가족이라는 관계에 빗대어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이는 이미 더글러스에게 짙게 드리운 폭력의 그림자에 양감을 불어 넣는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도 있다. 개인적으로 극 초반의 내레이션으로 만 상황을 간단히 설명하고 각 인물들의 서사와 가문의 이야기를 조금 더 디테일하게 다루지 않은 기법이 게으르게 느껴지기도 하고, 더글러스의 충성심을 개에 비유하여 표현하는 장면은 다음 수가 뻔히 예측되는 장면이기도 했다. 특히 극 후반에 파우디(네드 데네히)의 광기 어린 연기와 추격 신으로 점점 올라가는 영화의 텐션을 힘 빠지는 롱테이크 신으로 낮춰버리는 클라이맥스 연출은 매우 진부하게 느껴진다. 심지어 관객보다 먼저 울고 있는 영화 때문에 눈물이 아니라 웃음이 나올 뻔했다. 비록 영화의 스토리와 전개는 인상적이지 않지만 얕은 캐릭터를 최선을 다해 연기한 배우들의 묵직한 연기와 차갑고 건조한 아일랜드의 풍광은 극의 몰입감을 높인다. 투박하고 거칠고 단순한 더글러스를 닮은 이 영화는 가족뿐 아니라 선택과 후회, 그리고 후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본질에 대해서 생각해봐도 좋을 듯하다. 아일랜드 출신 닉 로우랜드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인 <폭력의 그림자>는 콜린 바렛의 단편집 영 스킨스중 동명 소설 컴 위드 호스를 각색한 작품이다.

 

-관객 리뷰단 안예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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